20년 전에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전공은 역사였는데 영어, 수학, 사회 등 전교과를 가르쳤었죠. 대상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낯 뜨러 울 정도로 부끄러운 가르침이었지만 당시엔 열심히 했었습니다.
수업과 시험을 마치고 쉬어가면서 영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제목은 '옥토버 스카이' 제가 참 감동적이게 본 영화였습니다. 탄광촌의 고등학생이 우주비행사가 되는 꿈을 품고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NASA직원이 된다는 감동실화의 영화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영화를 보고 저와 같은 감동을 받길 바랐죠. 재밌게 보고 뭔가 꿈과 희망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이딴 거 왜 봐요?"
아마 다른 재밌는 영화가 많았는데 재미없는 영화를 본 것에 대한 불만이었을 겁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적잖게 충격을 먹어서 다짐을 했었더랬습니다.
'다신 영화 보여 주지 않으리.'
아마 저에게 충격을 안겨준 학생은 그때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어쩌면 말을 한 즉시 잊어버렸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마음에 새겨놓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새겨진 것은 다시는 영화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그런 다짐이 아니라 학생들의 말에 크게 상처받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불평과 불만에 일희일비하면서 감정이 요동쳤던 적이 있었는데 저 말을 통해서 학생들은 순간적인 감정의 말을 쏟아내고 금방 잊어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 또한 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상처가 되는 말이었지만 그 상처가 결국 흉터가 되어 저를 단단하게 해 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시 봐도 좋은 말은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