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초록색이었다.

by 이소망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각반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 꾸미기가 한창이었고 교과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선물나누기를 진행하셨습니다. 수업 중에 캐럴이 옆반에서 들리기도 했고 급식실 아주머니들께서도 산타모자를 쓰고 계셨습니다. 몇몇 학생도 저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해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오늘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어울리는 옷을 찾기보다 옷장에 있는 옷을 마음 가는 대로 골라서 입는데 오늘 입은 옷이 공교롭게도 초록색 맨투맨티였습니다. 사실 제일 위에 있는 옷이었습니다.

학교에 출근을 하니 선생들은 빨간색 옷을 입고 계셨습니다. 제 대각선에 앉으신 7학년 담당 선생님은 빨간색 스웨터에 초록색 카디건. 정말 크리스마스룩을 맞춰 입고 오셨습니다. 선생님들이 제 옷을 보더나 한 마디씩 하셨습니다.


"오. 크리스마스라고 초록색 옷이에요? 트리네 트리."


저는 그냥 아무거나 입은 건데요...

그렇게 오늘 하루 내내 저는 크리스마스에 코디를 신경 쓴 사람이 되었습니다. 학생들도


"선생님 오늘 옷 딱 맞는 거 같아요."


지나가시는 선생님도


"애들이랑 옷 맞춰 입은 거예요?"


심지어 방학을 맞아 놀러 온 작년 졸업생들까지.


"샘 오늘 크리스마스룩이네요."


아닙니다. 저는 우연찮게 공교롭게도 초록색 옷을 입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든 초록색 옷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했고 웃었고 즐거웠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사진도 찍었고요. 우연이라고만 하기엔 즐거움이 가득했던 크리스마스이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되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학생들에게 내가 책임져줄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