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분장

by 이소망

학기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업무분장의 시간입니다. 학교는 학년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다음 학년을 계획합니다. 그 계획의 시작은 업무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 내가 맡고자 하는 학년, 업무, 담임 등을 선택하는 시간이지요. 말이 선택이지 사실은 업무배정은 관리자의 몫입니다. 교사들은 자신이 원하는 업무희망원을 제출하고 관리자는 수합하여 내년 업무 등을 결정합니다. 교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학교도 있고 관리자의 독단으로 결정되는 학교도 있습니다. 올해 우리 학교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 제가 있는 중국 재외한국학교는 참 감사하게도 업무분장이 1월에 결정이 됩니다. 때문에 제가 맡은 학년, 업무, 과목을 미리 알에 방학 동안에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수업자료를 모으고 수업방법을 연구하고 업무에 대한 준비작업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업무분장은 2월 말이 되어서야 끝이 납니다. 때문에 선생님들은 일주일 만에 최악으로는 이틀 전에 자신이 맡은 업무를 알게 됩니다. 신규교사 채용과 교사전근처리가 2월 중순이 돼서야 끝나기 때문이지만 교사와 학생을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 이긴 합니다.


올해는 감사하게도 저를 원하는 부장님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조용히 와서 자신의 부서를 어필하시고 업무희망원에 자신의 부서를 적기만 하면 관리자들에게 잘 이야기해 놓을 테니 내년을 함께 하시자고 등을 두드리고 가셨습니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그 부서는 하나도 적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감사했지만 저는 다른 업무를 맡고 싶었습니다.

내년은 해본 적이 없는, 더 배우고 싶은 업무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10년이 넘게 학교폭력과 학생선도, 지도를 담당했기에 학생부는 고사했고 작년에는 사회과 행사를 맡아 그 업무도 사양했고 올해 맡았던 학년기획 업무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해본 적이 없어서 생소하지만 배울 것이 있어 성장과 발전할 수 있는 그런 업무. 저는 그렇게 연구부와 교무부에 지원했습니다.


정중하게 사양을 하자 어떤 부장님께서 장난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오유티야. out이란 말이지."


저는 부장님의 어깨를 주무르며 대답했습니다.


"에이. 아웃이라뇨. 내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부장님의 말씀은 정말 장난이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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