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나이 먹는 게 아니었구나

by 이소망

새해를 맞아 제자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다들 똑같은 대화를 나눕니다.


"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 ㅇㅇ구나. 오랜만이다.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네ㅎㅎ. 잘 지내시죠?"


"그럼. 샘은 중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 너는 어때?"


"저도 잘 지내요. 한국에 오시면 한번 뵈어요."


"그래. 그러자. 좋은 소식 전해줘. 건강하고."


"네. 샘도 건강하세요."


덕담과 안부를 묻는 깔끔한 인사입니다. 사실 이 정도의 살아있다는 신호만으로도 너무 좋은 연락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은 만나서 할 수 있게 되겠죠.


그중에 한 제자와의 대화가 조금 달랐습니다. 이 친구는 제가 교직 생활 초반에 만났던 제자로 10년 전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담임반도 아니었고 다른 반에서 수업을 듣던 남학생이었습니다.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하게 연락을 하고 있는 아이였죠. 위의 대화들과 별반차이 없이 안부를 묻다가 제가 물었습니다.


"20대 초반인데 이렇게 아프면 어떻게 하냐."


"샘. 20대 초반이면 좋겠어요. 저 이제 27이에요."


?????????????????


아니. 벌써 27살이라니...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서른이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만 나이를 먹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 나이를 먹고 있었던 거군요. 시간이 이렇게나 빠릅니다. 저의 시간도 타인의 시간도.


제자와 대화를 마치고 새삼 빠른 시간을 실감하며 한참 동안 고민에 잠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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