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을 했다.

by 이소망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교실을 정리하고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만든 종업영상을 틀어주고 상장을 나눠주고 마지막 덕담과 염려의 말을 남겼습니다. 아마 아이들은 다 까먹었겠지만요. 오래도록 함께 생활했던 친구가 일본으로 전학을 가게 되어 이별의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매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종업을 하고 나면 아쉬움이 조금 더 남습니다. 더 해줄 말이 많았는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는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결국 제 능력 부족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아쉬움은 다음 학년 아이들 몫으로 남겨 놓습니다.


매년 아이들을 보내고 텅 빈 교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제 마지막 학교 의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교실을 보고 있으면 이곳에서 보냈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가고 제가 했던 말들이 떠오르는 시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제가 맡았던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이제야 중학생의 티를 벗었을 겁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겠지요.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닌 좋은 어른으로 좋은 성인으로 성장해 가길 마음속으로 빌어봅니다. 그리고 아마 아이들은 잘 해낼 겁니다.


우스갯소리로 선생님들끼리 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면 참 좋다.'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 학생이 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요. 학생들이 우르르 떠나가버린 학교는 고요한 정적만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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