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이별의 집단입니다. 정근 10년. 이런 말은 학교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최대 3년. 선생님들은 최대 5년이 학교에 머물 수 있는 기간입니다. 때때로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때 조금 더 근무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사실 흔치 않습니다. 의무적으로 선생님들은 학교를 옮겨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는 이별의 집단이자 헤어짐을 매번 준비해야 하지요.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가 마지막 날인 듯 최선을 다해 살되 꿈을 무한대로 꾸라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반대로 살아갑니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를 보내죠. 학교에서의 이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이면 헤어질 선생님들이지만 당연히 내일도 볼 사람처럼 인사를 하고 마무리를 합니다.
오늘 그랬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부장님께서 한국으로 귀임하시게 되었습니다. 학생들과의 인사도 마치고 선생님들과의 이임식도 마친 뒤 동네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짐을 정리하시다가 기타나 모니터나 못 가져가는 물건들을 저에게 주시기도 했지요. 그렇게 감사하게 물건을 받았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오늘이 부장님을 뵙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내일이면 제가 한국으로 떠나니까요. 이임식도 하고 짐정리도 했는데 정작 정말 끝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밤늦게 다시 연락을 드려 부장님 댁 앞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6년간의 해외 생활에 대한 소회, 한국에 돌아가신 후의 계획, 담담한 현재 마음상태 등 아쉬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한국에서 뵙기로 약속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부장님을 한국에서 다시 뵙는 일은 아마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경기도에 부장님은 경상남도에 사시기에 그 거리는 서로의 바쁨에 비례하여 매우 멀어질 겁니다. 둘 중 하나는 정말 큰 마음을 먹고 많은 노력해야 만날 수 있는 거리겠지요. 서로 그 점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 날이었던 오늘을 아쉬워하며 이런저런 말로써 헤어짐을 대신했습니다.
이별은 어떻게든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족스러운 이별은 없겠죠. 그럼에도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며 좋았던 기억만 서로에게 남겨주고 가는 것. 가느다랗지만 끊어지지 않는 긴 인연의 줄을 유지하며 가는 것. 이런 것들이 그나마 헤어짐을 받아들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부장님의 남은 교직생활에 행복만 깃들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