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안되지.

by 이소망

아이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에 왔으니 못 먹어봤던 짜장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여러 가게를 고르다가 행복이의 의견에 따라 '본오반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차를 몰고 가니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아이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근처를 세 바퀴 도는데 주차할 곳이 없습니다. 짜장면 먹기 참 어렵네요.

그렇게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던 중 중국집 옆 타일 가게 앞마당에서 차가 한대 빠져나옵니다.

타일가게 문은 닫았겠다. 금방 저녁 먹고 나오겠다 싶어 비상깜빡이를 켜고 주차를 하고 있는데 저 쪽에서 빵 하고 클락션 소리가 울립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쳐다보니 아까 빠져나간 차가 파란불 신호임에도 가지 않고 서있습니다. 그러더니 차에서 중년의 아저씨가 내리십니다. 저에게 뭐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바로 눈치를 채고 창문을 내린 뒤 아저씨께 물어봤습니다.


"여기 주차하면 안 되나요?"


"당연히 안되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저씨는 제가 차를 빼는 모습을 확인한 후 차에 올라타 갈길을 가셨습니다. 그렇게 다시 주차할 곳을 찾아 두 바퀴를 돌며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안 되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화를 낼만한 일이었을까.'


예전에 인터넷에 올라왔던 글이 기억이 났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어떤 가족이 외식을 하러 갔단 이야기입니다. 내용인즉슨 양식만 파는 식당에서 6명 정도 되는 가족이 식사를 했습니다. 가족 중에 갓난아이가 있었는데 양식을 잘 먹지 못하자 할머니께서 물을 말아 아이에게 먹일 요량으로 소량의 밥을 직원에게 요청했습니다. 직원은 거절하며 리소토라는 제품이 있으니 주문하시면 된다고 이야기했고 할머니는 서운하다며 그냥 밥 조금만 주면 안 되냐는 소동이 벌어졌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글의 밑으로는 누가 옳으냐의 갑론을박이 이루어졌는데 대부분의 의견은 양식집에서 밥을 요구한 할머니가 진상이었다였습니다. 밥을 먹이고 싶으면 직원 말처럼 리소토를 샀으면 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충분히 할머니는 부탁할 수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저의 입장은 같은 상황에서 저도 같이 행동했을 것이며 당시 상황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할머니의 입장에서도 밥을 부탁했을 것이고 직원 입장에서도 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으니까요. 아마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죠.


다시 주차문제로 돌아와서 저의 생각은 충분히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니 아저씨의 말에 마음이 상한 것이었고 아저씨는 당연히 안된다는 입장이었으니 짜증을 내셨을 겁니다. 결국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르게 생각한 결과였을 뿐이었습니다. 누구에게 짜증을 낼만한 일도 화를 낼만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달랐을 뿐이고 어쩌면 계속 그 앞마당에 모르는 사람이 주차를 해서 피해를 보셨을 수도 있죠.

결국 저는 동네를 다섯 바퀴 돌며 주차를 어렵게 했지만 짬뽕을 맛있게 먹었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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