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나태함이 되지 않도록

by 이소망

11학년을 맡았습니다. 사실 11학년은 선생님들의 기피대상 학년입니다. 왜냐하면 할 일도 많고 여러 가지 민원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입시의 스트레스가 있는 고등학교 2학년에 생활기록부를 위한 활동이 가득하고 몸과 마음이 성장한 만큼 자신들의 에고도 강해져서 상담이 녹록지 않은 학년입니다.


그럼에도 자원해서 11학년을 맡은 것은 2년 동안 보아왔던 애정도 있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죠. 확실히 2년이나 봐왔기 때문에 아이들도 저를 알고 저도 아이들을 알고 있습니다. 굳이 이런저런 소개나 설명도 필요 없고,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알아가는 과정도 생략됩니다.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그래도 장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개학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학기 초부터 많은 상담이 이루어집니다. 크고 작은 갈등들을 해결해줘야 하고 진로, 진학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르고 있는 부분이 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성장한 만큼 저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오래 봤기 때문에 아이들이 익숙합니다. 익숙하기 때문에 자칫 나태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당히 이야기해도 알아듣고 적당히 노력해도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게으름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길었던 방학.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흐트러졌던 마음들. 약간의 번아웃. 아이들을 또 보는 익숙함. 모두 고이 접어 잘 넣어놓고 열심히 달려봐야 할 올해입니다. 다시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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