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참 스타크래프트를 많이 했습니다. 랭커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재밌게 할 정도는 되어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쓴맛도 알려주었던 스타크래프트. 아주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두면 저장해 놓았다가 다시금 돌려보기도 하고 아깝게 패배한 날이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패배하는 게임들을 한결같았습니다. 공중에서 공격이 올 것 같아. 공중 방어를 준비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공중으로 적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적이 나타날 것 같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를 준비하기 시작하면 준비를 시작한 순간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서 공격을 당하곤 했었습니다. 딱 한 박자 늦은 것이었죠.
그것은 게임뿐만이 아닙니다. 중요한 일들이나 성장할 수 있는 일들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생각이 나기 전 혹은 생각이 난 바로 그 즉시 일을 진행했더라면 하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막상 뒤따라가려면 문자 그대로 버스는 떠난 뒤였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차지했고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져있었습니다. 딱 한 박자 늦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그 한 박자. 한걸음을 우리는 능력, 실력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운이 될 수도 있고요. 세상을 한 발자국 먼저 걷는 능력, 새로운 것을 한 박자 빨리 발견하는 실력, 의도하지 않았는데 내 앞에 떨어진 행운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질투가 나지 않는다면 외면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능력, 실력, 운이 조금 모자랐던 것이었습니다. 지나온 시간에 아쉬움도 있고 속상함도 있겠지만 별 수 있습니까. 그냥 다시 해보는 거지. 게임에서 패배한 후 다시 게임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오늘의 한 박자 늦은 것을 달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