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정리로 학교를 바쁘게 오가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입니다.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할 수 없는 일. 하지 말아야 일.
총 네 개의 일이 저의 앞에 있습니다. 할 수도 없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어차피 안 하고 못하겠지요. 저의 능력 밖의 일이며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니까요.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문제도 없고 걱정도 없이 일이 진행될 겁니다.
저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능력이 있고 의욕도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이지만 위치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예를 들어 반애들 데리고 하고 싶은 1박 2일 캠프 같은 것이겠습니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 그네에 앉아있는 우리 반 여학생이 보입니다. 친구들은 체육관에서 운동 중인데 혼자 뭐 하고 있나 싶어서 말을 거니 자리가 없어서 잠깐 나와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친구관계 망했다는 이야기를 시작했죠. 참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지."
학생들에게 교과목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 가능합니다. 진로 상담해 주는 것 할 수 있습니다. 용기를 주고 응원해 주고 놀아주는 것 충분히 저의 일이죠. 하지만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가족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제 능력밖의 일입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어찌 보면 명확하죠.
그럼에도 할 수 없는 일의 경계에서 계속 서 있는 것이 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걷는 것. 직접적인 해결책은 줄 수 없더라도 따뜻한 눈빛과 귀 기울임으로 그들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갈 힘을 키워주는 것.
아마도 교사로서의 가장 큰 지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경계를 정확히 알되, 그 경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용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네 위에서 말없이 손을 잡아준 그 순간이, 어쩌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