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입니다. 시험기간은 매우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날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성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부정행위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하지만 학기 중 거의 유일하게 조퇴가 가능하다는 작은 기쁨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부정행위를 미연에 방지하며 원활하게 시험이 치러질 수 있도록 엄숙히 임무를 수행합니다. 학생들에게 답안지와 시험지를 배부하고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나면 할 일이 없습니다. 이제 40분이란 시간 동안 학생들의 시험 보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주된 임무입니다.
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이 교실은 참 깨끗하다는 관찰에서부터 삶의 본질을 꿰뚫기 위한 철학적 사고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지금 시험을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을까.'
눈앞에 있는 시험지에 몰입하여 문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겠지만 사실 오늘의 시험의 무게는 생각만큼 무겁지도 않지만 또 생각보다 무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간고사 점수에 따라 대학교의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고 그 합격여부에 따라 인생의 노선이 바뀔 수도 있기에 중요한 시험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험이 학생들의 인생을 분명 대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후에 있을 대학도 직장도 마찬가지겠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지금 이 시험의 고요함을 즐길 것인지 아니면 숨 막혀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겠죠.
이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성공을 맛보지는 못할 겁니다. 누군가는 실패와 좌절을, 어떤 이는 성공과 환희를 맞이하겠죠. 누군가는 높은 지위에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사회이기도 하니까요. 모두 대통령이, 사장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시험 종료 5분 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