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

by 이소망

대학교 1학년 때 교수님께서 내주셨던 과제가 기억납니다. 사실 과제 자체가 기억나는 것은 아니고 과제에 대한 저의 느낌이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과목은 철학입문이었고 과제의 주제는 종교. 그중에서도 기독교였습니다. 기독교의 구원론에 대해 4가지로 요약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과제였습니다.


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어찌어찌 대학교에 입학했던 새내기. 고등학교에선 가장 배움이 깊었던 선배였지만 이젠 사회라는 곳에 던져진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 누가 봐도 바보처럼 보였던 그때. 정말 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공부했던 고등학생을 벗어나 스스로 시간표를 짜고 수업에 출석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갓난아이의 배밀이와도 같았죠.


주어진 과제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랐습니다. 보고서의 기본적인 틀부터 시작해서 자료를 조사하는 방법, 수집하고 요약하고 정리하는 방법, 좋은 보고서란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그때. 정말 무지했죠.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언제나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목사님이셨기 때문에 주제에 대해 잘 알고 계셔서 도움을 받기 했지만 저의 능력부족으로 인해 좋은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계속 잔소리를 합니다.


'초등학생 때 할 일. 중학생 때 할 일. 고등학생 때 할 일이 다르다. 고등학생이라면 중학생처럼 공부하면 안 된다. 성장해야 한다. 시간관리를 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강조하는 자기주도학습의 의미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해답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


결국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립해야 한다."


아마 아이들은 제 말의 의미를 저와 같이 대학생이 된 후 알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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