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머릿속에 그려져 있던 가족의 모습이 있습니다. 아마도 동화책이나 티브이에서 본 장면이었겠죠. 시간은 저녁. 장소는 부엌. 엄마아빠 아들 딸. 한상에 둘러서 저녁을 먹는 모습. 모든 가족들의 웃음꽃이 피어나고 식탁 가운데에 놓여있는 찌개에서도 모락모락 수증기도 피어오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족의 기본값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부모님께서 바쁘셨고 집에 식탁도 없어서 기본값의 모습과는 달랐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족이라고 하는 이미지는 위와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깨진 것은 대학교 때였어요.
생각보다 어려운 가정, 힘든 가정, 사이가 좋지 않은 가정이 많았습니다. 아니 생각보다 많은 것을 넘어서 과반 수 이상이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를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 후로 행복한 가족의 이미지는 남아있지만 가족 이미지의 기본값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제 기준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것을 느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죠.
학교에 있으면서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마다의 생각이 있음을 기존 전제로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만이 답이 될 수 없으니까요. 심지어 제가 가르치는 역사과목도요. 중요한 저의 가치는 지키되 상대의 생각도 품을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