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떠오른 문장

by 이소망

브런치에서 글을 안 쓰면 매일마다 글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알림이 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가지고 한 편의 글을 써보면 어떠냐고. 참 쉽게 말하는 브런치. 문장하나 가지고 글 한편이 뚝딱 나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일단 오늘 떠오르는 문장에서부터 문제입니다. 문장 자체가 안 떠오르니까요. 그래도 뭔가 꾸역꾸역 머리를 짜내보면 이렇게 문장이 나옵니다.


"결혼 18주년. 나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였을까?"


음. 간단한 문장을 썼군요. 그러면 글을 덧입혀보겠습니다. 하지만 글 앞에, 키보드 앞에 글을 쓰기 위해 앉을 때마다 부끄러움과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글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죠. 부족함은 기준이 있다는 말입니다. 부족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필요한 양이나 기준에 미치지 못해 충분하지 아니함"


글을 시작하기도 전에 쓰이지도 않은 글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그 기준이 무엇이고 누가 정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생각에 손가락이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잘 쓰는 글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잘 읽히는 글? 멋들어진 글? 울림을 주거나 깊은 성찰이 느껴지는 글?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저런 것들은 기준이 될 수 없을 겁니다. 기준은 흔들리거나 변하면 안 되는데 감정과 생각은 너무 시시각각으로 변하지요. 그러면 잘 쓴 글의 기준은 여전히 못하겠습니다.

결국 기준이 없으니 부족함을 느낄 수 없고 부족함을 모르니 그냥 쓰면 되는데 왜 우리는 글 쓰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울까요.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결혼 18주년. 나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내년에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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