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덥습니다. 중국은 아직 여름을 보내기 싫은지 연일 35도를 웃도는 한낮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교무실 에어컨은 고장이 나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흐릅니다. 찜통입니다. 오히려 복도가 더 시원할 정도니 참 어렵습니다.
더위에 힘들어하는 저에게 선생님 한분이 작은 미니선풍기를 빌려주셨습니다. 이거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요. 손바닥 만한 탁상용 선풍기. USB를 꽂아서 작동하며 삼단풍속 조절이 가능합니다. 얼마나 시원할까 싶으면서도 나름 몸의 기온을 내려가게 해 줍니다. 땀이 흐르는 와중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으로 앉아있을 만한 교무실이 됩니다.
수업하기 위해 저를 데리러 온 학생들.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며 교실로 향합니다. 피부가 까만 이야기를 합니다. 선크림을 안 발라서 더 까매질 것이며 까맣게 된 피부 탓에 하얀 아이들보다 햇빛을 더 잘 흡수하여 더 잘 탈 것이란 비과학적 미래도 점지해 줍니다. 선생님도 까마시잖아요 라는 응수에 금방 순응하며 경험자이기에 하는 말이라고 격려해 줍니다. 서로 안타까운 마음과 미소를 건네며 교실로 들어섭니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복도. 멀리 보이는 하늘이 쾌청합니다. 평소보지 못했던 구름이 크게 하늘의 절반을 뒤덮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려나보다 생각하며 잠시 멈춰서 파란 하늘 하릴없이 바라봅니다.
하루가 끝나고 퇴근할 시간. 갑자기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습니다. 서둘러 교무실을 정리하고 디엔동을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오전에 첫째 녀석을 태워서 학교에 등교했던 것이 기억나 다시 학교로 돌아가며 첫째가 하교하는 살핍니다. 다행히 길이 엇갈리지 않아 비가 내리기 전에 첫째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 디엔동 뒷좌석에서 첫째가 말을 건넵니다.
"아빠. 오늘 운동장 보셨어요? 오후 햇빛 때문에 운동장이 빛나는데 멋있더라고요."
그래.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우리는 비슷한 것을 보고 있구나. 거창한 거 말고 사소한 거 보면서 멋지다고 할 수 있구나. 좋은 퇴근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