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인생에 보물 1호가 있으신가요? 사람마다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참 다양하지요. 어떤 이에게는 별것도 아닌 것이 다른이 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릴 때 가장 소중했던 것들이 어른이 되면서 차츰 순위가 밀려나는 것을 대부분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보물 1호는 고등학교 시절 썼던 일기장입니다. 정확히는 중3 때 힘들었던 고입을 준비하면서 쓰기 시작해서 대입까지 썼던 일기장입니다. 대학생 시절 나이가 들어가면서 핸드폰, 컴퓨터가 보물 1호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결국 일기장으로 돌아옵니다.
일기장의 내용은 아주 단순합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자아비판입니다. 심할 때는 자기 멸시가 되기도 하지만 매번 저를 채찍질하고 왜 이렇게 사느냐는 핀잔을 늘어놓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파이팅입니다.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한껏 저를 비판과 힐난하고 앞으로 열심히 하자는 다짐으로 끝나는 일기장. 재밌는 건 그런 일기의 내용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며 잘하자고 저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일기장을 읽고 있으면 옛날의 저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제가 마주 대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쩌면 당시의 순수함을 잃어버렸을 뿐 잔뜩 허울만 남은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해서 입맛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기록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가끔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현재의 나를 격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20년 동안 외치는 이야기.
"이소망.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