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안 되니 화를 낼 수 없다.

by 이소망

충칭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곳도 보고 무엇보다 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다녀왔던 것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여행을 마치고 도착한 숙소. 4일이나 예약한 숙소. 돌아온 숙소는 하나도 정리되어 있지 않고 제가 나갈 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 제 손으로 이불을 정리하고 수건을 갈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잠자리에 들면서 종아리를 긁었습니다. 어제 탔던 버스 혹은 숙소에서 물렸을 모기 혹은 빈대 30군데. 버스였을지 아니면 지금 누워있는 침대였을지 고민하다가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 다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곳도 보고 돌아온 숙소. 분명 아침에 집주인에게 숙소를 치워달라고 했음에도 돌아온 숙소는 여전히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저와 와이프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즐겁게 여행을 와서 쉬어야 하는 공간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우리가 요구했던 당연한 숙소의 서비스는 이행되지 않는지. 계속 간지러운 나의 다리가 숙소의 책임은 아닌지.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숙소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의 문자에 허겁지겁 달려온 집주인. 화가 나는데. 성질이 뻗쳤는데. 열이 받아서 씩씩대고 있는데. 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중국어가 안되니까요. 알고 있는 중국어를 총 동원해도 저의 분노를 제대로 전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핸드폰 번역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화를 낼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결국 그렇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분노는 가라앉고 남은 힘으로 숙소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화를 쏟아낼 방법이 없으니 구구절절한 부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다른 숙소를 예약하고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면서 화를 낸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화가 안 되니 화를 낼 수 없었습니다. 입을 다물 수 있다면 화를 안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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