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지 수정

by 이소망

시험이었습니다. 시험 문제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수업 시간에 가르쳤던 내용만 시험지에 담아야 하는데 생각보다 교과서와 학습지에 있는 내용이 부족합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했던 이야기로 시험문제를 내자니 학생들이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당하게 5지선다 비율도 맞춰야 하고 글자수 배열도 신경써야 합니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도 많고 시험을 통해서 학생들 학업에 도움도 되어야 합니다. 기존에 있었던 문제를 사용할 수 없고 그럼에도 형식도 잘 맞춰줘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무엇보다 오류가 없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지 검토에 검토를 반복합니다. 한번 보고 또 보죠. 오류를 없애기 위해. 그럼에도 처음 검토 때 보지 못했던 오류는 왜 그리도 나오는지...

시험을 하루 앞두고 다시 살펴본 시험지에서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오류라기보다 애매한 부분이었죠. 로마의 12 표법은 로마의 법이 이제 관습법이 아니라 성문법으로 변화하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중요성을 다시금 알려주고자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12 표법은 성문법 체계를 완성하였다.'


제가 만든 문장이었지만 다시 보니 마음에 걸립니다. 완성이란 무엇일까요. 완전히 다 이루었다는 말인데 12 표법이 성문법을 시작했지만 완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관습법 체계를 깨부수고 성문법을 시작했으니 억지를 부린다면 틀렸다고 하기에도 어렵습니다.

내일 시험. 문제를 고치자니 담당 선생님께 죄송하고 그대로 두자니 문제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아침에 등교하자 담당 선생님과 부장님. 교감 선생님을 찾아뵙고 원안 지를 수정합니다.


'12 표법은 성문법 체계를 마련하였다.'


이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검토를 마친 것 같습니다. 시험 시간. 아무런 질문도 아무런 문제도 없이 시험을 잘 마쳤습니다. 한번 더 살펴보길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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