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가 되어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세계사를 영어로 수업하기 위해 영어 원서를 읽고 있습니다. 이제 막 5장을 펼쳐 보았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영어 공부는 저와 맞지 않습니다. 아니, 맞지 않다고 스스로 단정 지어 왔던 것 같습니다. 4살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있었기에 어릴 때부터 언어 재능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남들은 다 미리 영어를 준비해서 올라왔지만 저는 소문자와 대문자가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다닌 학원에서 단어 시험을 볼 때는 'cold'의 뜻을 '금'으로 적어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일기장에는 담임선생님 이메일 주소의 철자를 틀리게 적어놓았죠. 'castle'이란 기본 단어도 몰랐습니다.
그때의 저는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어차피 나는 사학과에 갈 것이고, 영어는 나와 상관없지." 도피이자 변명이었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동시통역 기계가 발명되어 굳이 영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도 생각했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지금의 43세가 되었습니다.
제 예상대로 동시통역 기계는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어 공부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사학과를 나왔지만 영어로 된 사료들을 볼 필요가 있죠. 더 폭넓게 지식을 탐구하고 싶다면 영어 공부는 피할 수 없고, 여전히 영어 능력은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분명한 강점이 됩니다. 젊은 시절 애써 외면했던 말들이 다시금 저에게 돌아옵니다.
영어 원서를 펼쳐놓고 모르는 단어, 문장, 내용들에 동그라미를 치니 산더미처럼 쏟아집니다. 역사 공부 이전에 영어 공부부터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좌절감이 앞섭니다. 포기하지 않으려고 동료 선생님과 스터디 그룹도 만들었습니다. 아마 그분은 저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실 겁니다. 저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부끄러움도 감당해야 합니다.
부담감, 좌절감, 부끄러움... 공부를 시작할 때 맞이하게 되는 장벽들입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넘다 보면 과거의 나를 원망하지 않는 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