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임진왜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배경, 전개, 결과의 굵직한 줄기부터 이순신, 원균, 선조, 권율 등의 가 인물별 인생사까지. 학생들은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재밌게 이야기를 듣습니다. 몰랐던 이야기도 나오고 알고 있지만 더 자세히 배우는 내용도 있으니 재미있을 수밖에요.
오늘은 임진왜란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사실 단어에는 큰 힘이 있다."
임진왜란. 1592년이었던 임진년에. 왜놈들이. 난리를 쳤다는 이야기입니다. 간단하게 정리되는 함축적인 단어입니다. 시간과 대상. 사건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올바른 단어인지 학생들은 생각해 봤을까요.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임진왜란. 어떤 의미로 들리니? 대단히 큰일 같니. 아니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니?"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사실 임진왜란은 동아시아 삼국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조선에게는 나라의 역사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기준이기도 하며 전기까지 쌓아왔던 국력이 이제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일본은 전국시대를 통일하며 하나의 나라로 성장할 계기가 되었고 조선의 뛰어난 문물을 훔치고 흡수하여 엄청난 발전을 이룩합니다. 그리고 명은 조선을 도와주기 위해 파병했던 군대를 잃고 만주에 대한 지배력을 잃어 여진이 성장할 수 있는 빈틈을 주며 망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그런 엄청났던 사건을 왜놈들이 난리를 쳤다고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선조들은 그 큰 전쟁을 임진왜란으로 명명했습니다. 어두웠던 과거를 덮고 싶은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르죠. 저 또한 임진왜란이 명칭을 다른 표현으로 고쳐 부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왜놈들이 난리를 쳤던 1592년으로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단어가 주는 의미에 대해. 그리고 일반적인 수용에 대한 반기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