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두고 오랜만에 출근해서 교무실을 정리하였습니다. 다들 각자의 차리를 치우고 있는 도중에 부장님께서 AI로 만든 PPT를 다른 선생님들께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멀리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건너 건너 전해집니다. 노트북 LM, GEMS, 프롬포트 등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고 더 알려줄 수도 있는 주제라서 이야기에 동참하려다가 이내 그만둡니다.
다른 교무실을 방문했다가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께서 교무실을 옮기셨기에 프린터기 설치를 부탁하셨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프린터기 IP를 확인하고 추가만 해주면 되거든요. 이런 드라이버가 없습니다. 공유폴더로 들어가 프린트 드라이버를 찾아 설치를 해드립니다.
전교직원 연수시간. 이상하게 교무부장님 마이크 소리가 작습니다.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고 웅웅 거리는 걸 보니 메인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지 않고 강단 위 모니터 스피커만 소리가 나는 듯합니다. 2층 방송실로 올라가니 방송부 학생들과 방송장비 수리 기사님이 함께 있습니다. 메인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니 그럴 리가 없다고 하면서 믹서 콘솔을 살피는데 역시나 스피커에서는 입력도 출력도 되고 있지 않습니다. 당장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문제점만 전달 후 다시 내려왔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담당했던 학년을 맡지 않기에 작년에 사용했던 교과서와 자습서, 문제집 등을 다른 선생님께 드릴 생각으로 챙겨서 교무실을 방문했습니다. 필요하냐고 여쭈어보니 교육과정이 바뀌어 필요 없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분리수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하고 쓰레기통 옆에 잘 정리해서 둡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쓸모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하루만 봐도 저는 그렇게 쓸모가 있는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뭐. 필요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꼭 반드시 매우 쓸모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죠. 쓸데가 있는 무엇인가가 쓸모일까요.
사실 쓸모를 계산해서 인간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면 곧 인간은 불필요가 될 수 있습니다. 쓸모의 최적화된 AI는 인간을 무쓸모에 가깝게 만들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면 쓸모가 없어진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니. 굳이 쓸모가 있어야 할까요.
그럼에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이 생각의 마무리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 본성의 모습이라고 대충 얼버무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