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교실을 정비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학생들의 자리를 배치하며 옛날 생각이 잠시 잠겨봅니다.
옛날에는 환경미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새롭게 시작된 반을 꾸미는 시간이죠. 의욕이 있는 학생, 시간이 남는 학생, 디자인을 좋아하는 학생, 그냥 남고 싶은 학생, 친구 따라 남은 학생 등 다양한 학생들이 방과 후에 교실에 남아 교실을 꾸미는 시간이었습니다. 욕심이 과한 경우 페인트 칠을 새로 하기도 했고 뒷에 게시판을 예쁘게 바꾸거나 알록달록 색종이를 오려 붙여 나무를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방과 후에 시작했으니 당연히 밤까지 환경미화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이들은 은근히 저녁을 사달라는 눈치를 보내고 저는 기특하고 미안한 마음에 짜장면이나 피자를 사주곤 했죠.
그렇게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성한 우리 반. 크게 변한 것은 없어 보일지 몰라도 꽤나 많은 것이 바뀌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여한 학생들의 마음이 바뀌어 있습니다. 저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마음의 문이 열리기도 하고. 친구들과 울고 웃으며 교실을 완성해 가는 활동을 통해 더 끈끈한 우정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일 년 동안 지낼 곳을 스스로 청소하고 꾸미는 과정에서 반에 대한 애정도 한껏 올라가기도 하죠. 모든 반의 환경미화가 끝나면 학교는 잘 꾸며진 학급을 심사하여 포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환경미화. 이젠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교실을 꾸미는 것은 고사하고 청소도 업체에 맡기는 요즘. 누군가에게는 학생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현장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저에게는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잊을 수 없는 교육의 현장이었습니다.
오늘 교실을 혼자서 꾸미다가 옛날 생각이 잠시 멈춰 서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