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학생이 급하게 교무실 문을 두드립니다. 헐레벌떡 들어와서 하는 말.
"샘. 빨리 교실에 가보셔야겠어요. 불났어요."
"??"
불이라. 교실에서 불이날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전등이 합선이 되었을까. 학생들이 사용하던 고데기에 불이 붙었을까. 아니면 아침에 쓰레기장에서 주워온다던 냉장고를 진짜 주워온 건 아닐까. 온갖 생각을 하며 교실로 향했습니다. 교실 밖에 벌써 많이 모여있는 다른 반 학생들. 다들 싱글벙글입니다. 모습을 보니 확실히 무슨 일이 벌어지긴 했나 봅니다. 다들 저를 보며 하나 같이 이야기합니다.
"샘 불났어요." "샘. 저도 여기 반 할래요." "샘. 저 다른 반 갈래요."
교실에 들어서니 일을 저지른 녀석이 1 분단 제일 뒤 구석에서 저를 보고 가만히 서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니 가스냄새가 많이 납니다. 바닥에 보이는 소화기의 흔적. 가스 분출 소리를 내며 창가에 놓여있는 소형버너. 그리고 여기저기서 보이는 모카포트의 모습들.
학생은 커피를 마시고 싶었나 봅니다.
"어제 집에서 할 때는 잘 되었는데...."
장갑을 챙겨 와 가스가 새고 있는 버너를 잠가 처리하고 나머지 물건들도 정리합니다. 수업 종이 울려 아이들을 정리시키고 수업 준비를 시킨 뒤 학생을 데리고 복도로 나갑니다.
모르겠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불같이 화가 났을 텐데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습니다. 전에는 유리창만 깨져도 범인을 잡아 잡도리를 했는데 희한하게 마음이 차분합니다. 그래도 혼을 내긴 해야겠지요.
저번에 이야기해 주었던 책임에 대한 이야기. 다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큰일 날 뻔했던 이야기. 반성과 그에 따른 벌에 대한 이야기.
아마 지금은 녀석도 놀라고 당황스럽고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아마 내일이면 많이 잊어서 돌아올 겁니다. 내일 오늘을 돌아보며 더 자세히 이야기해 봐야겠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큰일 나지 않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