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

by 이소망

저는 겁쟁이입니다. 어려서부터 학습이 되어온 건지 본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겁이 많은 편입니다. 놀이기구도 쉽게 타지 못하고 공포영화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보다 겁내는 것은 불편한 상황입니다. 불편한 상황이란 것은 대부분 사람이 만들 테니 결국 사람이 겁난다고 할 수 있겠죠.


무서운 사람, 강한 사람, 시끄러운 사람, 덩치 큰 사람 등이 겁나지는 않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편하지 않은 상황을 피하고 싶어 빨리 그 상황을 수습하고 싶어 합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회의들이 그러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들이 그러하죠. 그리고 얼마 전에 있었던 택시에서의 일도 그렇습니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택시를 부른 상황. 우리들은 5명. 택시 자리는 4자리. 그래서 와이프만 버스를 타고 귀가하려고 했는데 살펴보니 제가 부른 택시가 공교롭게도 6인승의 큰 택시가 오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5명이 탈 수 있나 싶어 택시가 도착 후 자리를 보니 좁게 가면 앉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택시 기사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5명이다. 5명 탈 수 있냐?(중국말)"

"5명?(중국말)"


중국 택시 기사의 되묻는 말이 좋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중국말의 강세였었는지 아니면 4명이 타야 되는데 5명이 탄다고 해서 기분이 나빴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제가 겁을 내는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졌죠. 결국 아이들을 빨리 태우고 와이프는 원래 계획대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동안 쫄보를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더 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택시기사를 설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유머러스하게 웃으면서 한번 더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혹 다른 사람들처럼 컴플레인이 되었든 진상이 되었든 내 의견을 관철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너무 쉽게 겁에 질려 상황을 무마한 것은 아닐까.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서 겁쟁이를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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