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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Dec 01. 2023

이제 고2로 올라가는 아들에게.

이 편지는 아마 너에게 전해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아버지의 마음을 글로 좀 남겨본다. 올해 3월이 기억이 난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같이 하러 가면서 너에게 두가지 부탁을 했었었다. 


자신을 찾아보는 고등학생으로 성장하기. 

진로를 찾아보며 어떻게 생활할지 계획해보기.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너에게 무리한 부탁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버지로서 더 많은 설명과 지도가 있었어야 했나. 이제 막 진학과 진로에 대해 걱정하는 너를 보니 과거의 내가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마 아버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너에게 같은 말을 해줄 것 같다. 


"너의 길을 생각해봐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봐라.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라. 공부도 때가 있는데 아버지는 지금이라 생각하지만 너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중에 해도 된다. 하지만 후회와 원망은 하면 안된다. 대학은 꼭 가도 되고 안가도 된다. 너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충분히 심사숙고한 다음에 결정하길 바란다. "


이제 고등학교 2학년 본격적인 대학 입시의 길에 들어선 너는 진로, 진학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를 뜯으며 스트레스를 받아하는구나. 해외학교에 남아 어려운 내신을 준비할지. 한국으로 돌아가 검정고시를 준비할지. 아니면 수능을 준비할지. 결국 너의 선택이고 어떤 선택이든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은 똑같다고 이야기했지만 자꾸 핸드폰으로 현실도피 해버리는 너의 모습이 답답하고 속상하긴 하다. 지난 주에 말했듯이 고2가 되면 할일이 정말 많다. 공부도 해야하고 학교활동도 해야 되고 대회도 참가해야되고 봉사활동에 동아리에 친구도 만나야하고 정말 바쁘다. 시간관리를 잘 해야한다. 


아버지 말보다 유튜버의 말을 더 귀담아 듣는 아들아. 아버지는 너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하고 지지해줄 준비가 되어있다. 그 응원의 전제조건은 너가 중심이 잡혀있다는 것이긴 하다. 사춘기 무렵부터 강조했던 자신 찾기. 삶의 목적 찾기. 자아성찰. 자기와의 대화가 잘 되어있다면 아버지는 지금의 너가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을텐데 아직 너에 대해 잘 모르는 아들의 모습이 아쉽긴하다. 


천문학자가 되어 자기 이름을 딴 행성을 발견하고 싶다는 아들아.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일도. 천문학과가 있는 대학도. 대학에 가기 위해 알아야 하는 모집요강도 모르는 고1 아들을 볼 때 나는 너에게 무엇을 주어야 좋은 아버지일까. 천문대학 리스트를 찾아서 뽑아주는 일? 천문학자를 알음알음 속해주는 일? 값비싼 과외나 학원에 등록해주는 일? 어릴 때부터 말했지만 너는 자립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혼자 스스로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기에 찾아보라고 조언해주고, 천문캠프 팜플렛을 가져다주고,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권유했던 것이었지. 물론 다 잔소리로 들렸겠지만 말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아버지는 너가 너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공부를 못해도. 대학에 나중에 가도.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해도. 너가 너를 사랑하며 행복해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너에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너의 주변에 있는 일들, 사람들, 기회들은 그냥 우연히 네 주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사귀어보고 경험해보고 도전해보길 바란다. 그 가운데서 '이행복'이라는 너 자신을 잘 다듬고 닦고 단단하게 만들어내길 바란다. 


또 아버지의 잔소리가 길어졌구나. 항상 말을 시작하면 기본이 30분이니 머리를 쥐어뜯을만하지. 항상 사랑한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럼 좋은 밤되고. 내일도 모레도 행복하길 바란다. 아버지는 옆에 혹은 뒤에 있을께. 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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