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잘 다녀오고 여독을 풀면서 하루를 보냈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점을 먹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출제했다. 시험문제를 한 땀 한 땀 엮어가다가 잠시 쉬면서 오늘 할 일을 정리해 보았다. 영상을 만들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시험문제 완성하고 애들과 놀고 여행정리해야 하고.... 할 일이 참 많다.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재미가 있다.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에 맞물려 바쁘게 사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이 그러하다. 안 좋은 것을 멀리하고 내 시간을 바쁘게 보내며 나에게 집중하니 잘 지내고 있다. 다른 잡생각들은 사라지고 온전히 나만 남은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것만 보려니 좋은 것만 주변에 있는 듯하고 안 좋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선순환이다.
40이면 불혹이라고 했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시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며 휘청거린다. 그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쉽지 않다. 내가 이룬 것이 내가 쌓은 것이 없으니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 지금 여기에 집중하니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길 틈이 없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있으니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다시 금방 나는 휘둘릴 수 있겠으나 다시 돌아와 묵묵히 내 일을 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내일도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