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못 잘라서 미안해.

by 이소망

한국에 있을 때는 전담 미용사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놀던 후배가 미용사가 되어 거의 무료로 이발을 하곤 했다. 아이들 머리도 잘 만들어줬었다. 하지만 중국에 오고 나니 머리 할 곳이 없다. 해외에 나가보면 우리나라 미용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란 것을 알게 된다. 중국 미용실에 가자니 중국 사람이 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가자니 비싸다. 그래서 결국 내 머리를 중국사람에게. 그리고 아이들 머리는 나에게 맡겼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친구들의 머리를 내가 삭발시켜줬다. 군대 시절에는 이발병으로도 있었다. 그래서 애들 머리 자르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막상 자르다 보니 만만치가 않다. 한 번의 실수로 아이들 머리에 구멍이 생긴다. 유튜브를 연신 보면서 공부를 해도 내가 가위를 잡으면 그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시간은 오래 걸리고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수정에 수정을 더한 끝에 머리가 완성된다. 그리고 기다리는 평가의 시간. 머리를 자른 놈은 가만히 있는데 구경하는 놈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망했나 보다.

오늘도 그러했다. 첫째 녀석 머리가 많이 길어서 다듬고자 유튜브 5개를 챙겨보고 가위를 잡았다. 바리깡을 사용하지 않고 가위로만 살살 머리를 잘라갔다. 아무래도 왼쪽과 오른쪽 대칭이 안 맞는다. 오른쪽을 자르니 왼쪽이 길고 왼쪽을 자르니 오른쪽이 길어 보인다. 점점 짧아지는 머리. 설상가상으로 쥐 파먹은 곳이 보인다. 다 정리하고 씻고 나온 첫째는 말이 없다. 확실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새다. 나에게는 괜찮다고 상관없다고 하지만 그 말인즉슨 안 좋다는 뜻이 아닌가. 머리를 잘 못 잘라줘서 미안하다.

중학교 시절. 두발검사가 있었고 긴 머리를 잡혀서 바리깡으로 밀어버리던 시절. 두발 검사가 내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화장실에서 머리를 잘랐다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도 그랬다. 괜찮다는 착한 아이들의 위로에 다시 유튜브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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