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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Feb 07. 2022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딜레마

디지털 조직이 없어져야 진정한 디지털라이제이션이 가능해진다

회사에 '디지털OOO' 라는 이름의 조직이 있다면, 그 회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통 기업(incumbent enterprise)일 것이다. 부서 이름에 '디지털'을 넣는 순간, 나머지 부서는 '디지털'이 아니라는 의미이고, 그 순간부터 '디지털'은 어느 특정 부서만의 아젠더가 된다. 기업은 DT를 통해서 Enterprise 전체의 혁신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과 non-디지털로 이분화되면서 기업의 디지털화를 늦추고 만다. 이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의 딜레마라고 부르고자 한다. 어느 영역에서 딜레마가 발생하는지 살펴보자.



디지털 인력 채용의 어려움


어떤 직군의 사람들을 디지털 전문가라고 부르면서 외부에서 채용해야 할까? 전통 기업에도 '채널 서비스팀' 또는 'IT기획팀'과 같은 이름의 디지털 like 한 팀이 존재하고 그곳에서 서비스 기획, 디자인, 인프라 구축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100% 디지털로 일하는 전문 기업에서는 PM(product manager), PD(product designer), FE(front-end engineer), BE(back-end engineer), DS(data scientist)등의 직군으로 인력의 전문성을 키우고 있기에, 그런 인력을 전통기업 내의 기존 '팀' 형태로 맞추어 넣기에는 무리가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stock option이라고 하는 연봉 이상의 compensation 있으며,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이익이 함께 연동되어 있다. 당장의 연봉이 적더라도 stock option 많이 가져가겠다고 협상할  있고, 2~4년은 열정적으로 달리게  동기가 된다. 그러나 전통 기업에서는 당해연도의 이익을 다음 해에 PS 또는 PI라는 형태로 나누는  말고는 특별한 compensation 없으며 그러기에 기본 salary 집착할 수밖에 없다. 전통기업의 성과평가는 상대평가이고 기업 실적  개인 성과에 상관없이 비율에 의해 C 또는 D등급이 부여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추가적인 이득도 없고 부득이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스타트업처럼 전력을 다해 일하도록 요구하는  무리가 있다. 스타트업 경험을 가진 고급 인재 유치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성과 보상과 평가 체계를 가져가야 한다.



IT조직과 디지털 조직의 차이


사내에 '디지털OOO' 조직이 생기는 순간 가장 불편할 조직은 바로 'IT OOO' 라고 불리거나 정보시스템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개발자라기보다는 SM(System Management) 외주 인력을 관리하며, 기업의 디지털 니즈에 맞는 서비스(주로는 Core시스템)를 개발/운영하도록 관리하는 부서이다. 또한, 기존에 SAS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팀 또는 Data Analyst 직군이 있으나, 디지털 조직은 ML이나 Big data레벨로 분석하는 Data Scientist (or Engineer) 직군을 별도로 분리하고 있다. 기업 사이즈나 정책에 따라 IT조직 또는 Analytics 조직은 새로운 디지털 조직에 흡수되기도 하고, 아니면 정보보안 등의 기능 조직과 묶어 별도 조직으로 구성하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 고객에게 delivery 하는 서비스는 같기에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어차피, 회사가 '디지털 전문성 여부'로 구분하면서 별도의 디지털 조직을 두고 있기에, 디지털과 IT를 갈라서 또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고, 이들이 어떻게 각자의 전문성에 맞추어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DT를 위한 기초 공사에 해당하는 Digitizing 또는 Digitalization을 IT조직 중심으로 하면서, DT는 새로운 인력들이 이끌어 갈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두어 IT조직 인력을 Product manager 또는 Product owner로 성장시키거나, Data analyst를 Data scientist로 성장시키고, 그에 따라 연봉 테이블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non-디지털 조직과 디지털 조직의 차이


non-디지털 조직은 그들의 입장에서 디지털 조직의 역할을 바라보게 된다. 일단, 그들도 디지털을 좀 안다고 하는 조직의 경우는 매우 적극적으로 디지털 조직에 협조하면서 데이터를 찾아보고 프로세스 개선 이유를 설득한다. 서비스 개선 이후 Conversion이나 실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지털을 잘 모르는 조직은 한 두 마디로 이런 개선과 저런 프로젝트를 언제까지 지원해달라고 구체적이지 않은 요청을 하면서 push성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디지털 전문 인력들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레벨로 구체화하고 데이터를 찾아보면서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움직일 텐데, 디지털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외주 개발자에게 요청하듯이 대하는 태도가 남아 있다. 디지털 인력이 전통기업에서 대행사/agency 취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기업 전체가 디지털 이해도(digital literacy)가 높아야, 서비스 기획/디자인/개발의 전문가들이 실제 enabling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텐데, 기업 내에 '디지털'과 'non-디지털' 조직을 나누어 이들 간의 간극을 더욱 멀게 만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 내에 '디지털' 조직을 없애고 모든 구성원이 디지털 전문가가 되는 것이 DT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사업과 디지털 신규사업의 차이


전통 조직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은, 카카오 뱅크나 토스가 적자를 보면서도 고객기반을 확보하며 Market Share를 빼앗아가고 있고, 게다가 시장가치(Market cap)가 전통기업보다도 매우 높다는 것이다. 우리도 빨리 디지털 인력을 채용하고 agile 조직을 만들어, 기존 모바일 서비스의 UX/UI를 개선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서 카뱅이나 토스만큼 성장해보자는 의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의 성공한 측면만 바라보고 그걸 따라 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지만, 전통기업은 과거에 그렇게 성장하지 않았거나 지금은 수성 모드의 운영이기에, 한 회사에 서로 다른 운영 정책과 방법론을 동시에 운영하는 건 여러 혼란을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어느 사업부서에서는 외적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단기 비용절감 중심의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만, 디지털 조직은 새롭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0에서 1의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을 모집하는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보통은 이런 두 개의 프로젝트가 CEO 회의 테이블 위에서 함께 논의되거나, 경영관리/경영전략에서도 하나의 기준으로 바라보기 마련인데, 가치 기준이 다른 프로젝트를 하나의 기준으로 매니지먼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조직의 신규 사업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해서 독립 운영하게 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데(ex, 한화생명의 바닐라스튜디오, 세아그룹의 VNTG), 이후 성공여부를 지켜보면 좋겠다.



DT 실행의 예상 가능한 스토리


전통 기업이 보통은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DT'를 외치면서 변화를 시도한다. 마치, 비행기가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짧은 시간에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서 날아야 하는 상황. 근데, 같이 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이런 느낌이다.


선장 : 지금 바로 엔진 만들어서 날아올라야 합니다. 근데 엔진은 이렇게 생겼고, 내가 시키는 대로 만들어야 해요. 시간이 없기 때문에 탑다운으로 합시다.


주주사 : 엔진 지금 당장 안 만들면 무슨 큰일이 벌어지나요? 몇 년 후 비행기를 매각할 거라서요. 제가 예산을 정해줄 테니, 매각 이전에 BEP 나올 만큼만 엔진 만드세요.


경영관리 : 당신 돈이라면 쓸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최소 비용으로 엔진 만들 궁리를 먼저 해보세요. 경비행기 엔진으로도 여객기를 띄울 수도 있는 거 아닌지요?


돈 버는 팀 : 엔진 없이 숨만 쉬면서도 어느 정도 멀리 날아갈 수 있어요. 괜히 돈 낭비하지 맙시다. 그 엔진 만드는 돈이면 이 만큼의 수익을 더 낼 수 있어요.


인사팀 : 디지털 인력이 비행기 탑승을 안 해요. 외부 디지털 인력 추천 좀 부탁드려요. 그리고, 기존 인력들도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려고 나가고 있는데 이해가 안돼요. 어떻게 해야 붙잡을 수 있나요?


 IT조직 : 우리가 만들었던 건 엔진이 아니었니?



Digital Transformer's dilemma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딜레마'는 기업의 운영 주체가 디지털을 이해하는 관점이 다르기에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실행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내용으로 Digital transformer's dilemma라는 책에서는 딜레마 영역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기존 Core비즈니스의 성장 속도는 단기에 일정 수준까지는 perform 하지만(블루라인), 디지털 신규 전략의 성장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이후 성장의 폭은 core비즈니스보다 크기 때문에(오렌지라인), 그 사이의 간격 동안에는 진통과 딜레마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내용이다.   

Double S curve

Core와 Digital의 두 개 성장 곡선을 비교하고 그 사이에서의 딜레마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DT의 실행 과정에서 DT에 역행하는 정책이나 갈등은 제거 되어야만 한다. DT 혁신의 의지를 가지고 어떻게 과감하게 실행할 것인지에 따라, 기업이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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