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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ho Won Jan 27. 2022

커머스와 물류에서의 금융

 빨리 받고 싶은 자와 늦게 주고 싶은 자

커머스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했다면 돈을 지불해야 하고 그 돈은 판매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운송이 필요한 경우에도 화주가 차주에게 운송을 요청하고 운송이 완료된 경우 서비스 비용(운송비)을 지불해야 한다. 대형화물이던 일반인 대상 소형 화물이던, supply chain상에서 물건의 이동과 함께 돈은 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흐름 (물건/서비스 vs 돈)이 정확한 한 날 한 시에 동시에 교환이 된다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구매하거나 용역을 이용한 자는 돈을 가급적 늦게 지급하고 싶어 하고, 반대로 물건을 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한 자는 돈을 빠르게 받고 싶어 한다. 이 사이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player가 바로 금융사(Financial institutions) 또는 금융사와 제휴를 맺은 플랫폼 업체이다. 


보통 카드결제는 구매 후 30일 이내 카드사에 결제대금을 납부하지만, 카드사는 카드 가맹점에게 트랜잭션이 발생한 후 빠르면 3~4일 늦으면 7일 정도 이후에 지급하게 된다. 카드사는 구매자로부터 돈을 받기 전에 먼저 대금을 가맹점에 지급하므로 이에 대한 대가를 가맹점에 요구하면서 수수료(Merchant Discount Rate)를 받는다. 정확한 구매금액에서 수수료만큼 제외하고 지급한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나, 가맹점 입장에서는 손해이다. 은행계좌이체의 불편함으로 인해 거래가 줄어드는 것보다는 나은 방식이기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옵션이다. 


[판매자] "돈을 더 빨리 받으면 좋겠어요"


가맹점 자체가 판매자가 아니라 커머스 사이트인 경우, 카드사로부터 구매자의 대금을 7일 후에 받은 후, 판매자에게 정산해주어야 한다. 이때, 반품/유실/허위거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통 구매자가 "구매확정"을 누른 후에 대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결국엔 판매가 일어난 15~30일 후에야 판매대금을 받을 수 있다. 판매자는 물건을 자신의 돈을 들여 상품을 확보하여 창고에 쌓아두어야 하는데, 대금을 늦게 받을수록 다음 상품 확보가 어렵게 된다. 구매행위가 있은 후 바로 정산을 받을수록 판매자의 운전 자본(Working capital)을 줄이고, 악성 재고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과거에 커머스 업체와 판매자 사이에서 "선정산"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있었으나(데일리페이 https://www.daily-pay.co.kr/), 요즘엔 커머스 사이트 자체적인 선정산 서비스를 낮은 또는 무이자로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파트너 금융지원 https://finsupport.naver.com/settlement) 판매자의 과거 판매 이력 중에 반품이 적고, 고객만족도가 높고, 거래가 꾸준히 상승 중이라면, 먼저 정산해주어도 다시 회수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쌓여서 판매자의 신용이 올라간다면, 커머스 사이트가 판매자에게 낮은 이자로 운전자본을 대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은행의 사업자 대출보다 더 저렴하고 더 많은 한도로 대출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판매자의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매자] "돈을 더 늦게 지급하고 싶어요"


구매자는 30일 이내에 카드 대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그런데 왜 하필 30일인가? 60일 또는 120일 늦게 주면 안 되는가? 더 늦어질수록 가맹점의 금융 수수료 부담이 커지기에 30일 넘어가는 부분의 수수료는 고객이 부담한다. 유이자할부, 분할납부, 리볼빙, 결제대금연기 등 다양한 형태와 이름으로 부르긴 하지만, 속성은 모두 같다. 일반 개인이 paycheck to paycheck 스타일로 여유 자금이 많지 않은 경우, 개인사업자가 자금 회전(Cash flow) 관리가 어려워 계좌에 넉넉한 자금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유료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결제 연기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이자와 한도가 정해지며, 따라서 평소에 신용점수 관리를 잘해야 한다. 신용점수가 없는 Thin filer이거나, 낮은 신용점수 보유자인 경우, 핸드폰 사용량, 거주 위치, 은행 잔고, 직업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만든 후에 이자/한도를 산정하여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기도 한다.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화주들이 차주에게 카드 결제를 할 때에 30일이 아닌 60일까지 결제대금시점을 무이자로 연기해주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카고페이 https://www.cargopay.co.kr/Card/main.html) 이 경우, 커머스 플랫폼처럼 화주와 차주 사이에 중개 역할하는 player는 없지만, 특정 카드사의 특정 카드에 한정하여, 카드사가 먼저 차주에게 30일에 대금을 지급하고, 화주로부터 60일 후에 대금을 받는 방식이다. 거래 볼륨을 독점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가맹점 수수료 혹은 60일 이후의 결제대금연기를 통한 금융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겠다. 

글로벌 Top 10 포워더 서비스인 Flexport는 자사 캐피털 회사인 Flexport Capital을 통해 화물 이동의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https://www.flexport.com/products/trade-finance/) Supply chain상에서의 모든 정보(운송주기, 화물금액, 재고수량, 불량율 등)를 알 수 있으면 플랫폼상의 어떤 플레이어에게라도 선정산 및 결제대금연기가 가능하며, 더 나아가서는 경쟁력 있는 이자와 한도로 대출 제공이 가능하다.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 


물건/서비스와 돈의 흐름을 end to end로 실시간으로 투명하고 확보할 수 있다면, 플랫폼에 참여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경쟁력 있고 유연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사가 플랫폼사 내부로 들어가 embedded finance로 제공하던, 플랫폼사가 직접 금융 자회사를 만들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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