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일리아드)> - 호메로스

노벨연구소 선정 최고의 책 100

by 정앵무

일리아스(Ilias)

작가명: 호메로스(Homeros)

작가 활동시기: 약 기원전 800년~기원전 750년경(고대 그리스)

언어: 고전 그리스어

기록 시기: 기원전 8세기경


⭐️읽은 도서 정보: <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옮김/출판사 아카넷


★ 한줄 감상평 ★
아, 모든 삶이란 결국 전쟁터일텐데. 전장 속에서 영원히 작별하며 떠나간 이들과 곧 떠나갈 이들에게 바치는 진혼곡


<오디세이아>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 문학의 양대 산맥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늘날 이 두 작품이 서양 문학, 예술, 철학에 미친 막대한 영향력은 굳이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동양에 <삼국지>가 있다면 서양에는 <일리아스>로, 서양 문화의 뿌리와도 같은 작품이다. 중딩때부터 '내가 살면서 언젠가 한번은 꼭 읽으리'라는 생각만 하고 그 막대한 분량과 위압감에 차마 책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작품이다. 이러다간 평생 못 읽을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들던 차에 요즘처럼 놀고먹는 한량 같은 시절에 읽지 않으면 언제 읽을까 싶어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 <오디세이아>는 트로이아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전쟁이 끝난 후 10년에 걸친 귀향기를 다룬 작품이므로 시간 순서 상으로 <일리아스>가 먼저라 나도 이 작품을 먼저 읽었다.

내가 완전완전×100 좋아하는 영화 트로이(2004)의 원작이기도 한 일리아스. 일리아스는 안 읽어도 트로이 전쟁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킬레우스 모르는 사람이 으딨냐고!!!!!어???!!!!

원전인 일리아스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 꽤 있지만, 보고 또 봐도 꿀잼이다ㅠㅠ기존 극장판에서 30분가량 추가된 분량으로 2020년에 감독판이 나왔는데 확실히 감독판이 연출이 더 좋다
브래드피트가 아킬레우스 역을 맡았다. 이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아킬레우스=브래드피트임
아킬레우스와 그의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다. 아킬레우스는 신의 아들이다. 원래 일리아스에서는 신들의 비중이 아주 높은 데 반해 영화 속에선 신들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트로이아의 영웅 헥토르. 아킬레우스의 창에 찔려 죽는 최후를 맞는다. 에릭바나가 열연했다. 이 분도 존멋임ㅠㅠㅠ


먼저 책의 제목인 '일리아스(Ilias)'는 '일리오스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으로, 일리오스는 트로이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 10년 차 때 벌어진 아킬레우스-아가멤논의 갈등과 여기에서 비롯된 파트로클로스와 헥토르의 죽음, 이를 둘러싼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작품의 줄거리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역사적 배경과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 거대한 서사시의 공간적 배경인 트로이아 왕국은 과거 소아시아라고도 불렸던, 현재 튀르키예의 아나톨리아 반도 서부 해안에 위치해 있던 고대 왕국이다. 트로이아 전쟁의 시기는 후기 청동기 시대였던 기원전 1100년에서 1200년경 사이로 추정되며, 일리아스 속에서도 청동 무기들에 대한 묘사가 자세히 나온다. 1871년 하인리히 슐리만과 프랑크 칼베르가 땅 아래 잠들어있던 트로이아 유적을 발견하면서 <일리아스> 속 전설의 도시가 실제로 존재했었음이 밝혀졌다.


고대 그리스는 도시 국가 형태였다. 지도에서 보이는 '프티아'라는 지역이 아킬레우스의 고향이며, 오디세우스는 '이타카' 왕국의 왕이다.

트로이아 전쟁의 씨앗은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인 펠레우스의 결혼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 빡쳐버린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연회장에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는 글귀가 적힌 황금 사과를 던진다. 이 황금 사과의 주인을 두고, 올림포스의 여신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는 서로 자기 거라며 다투고 이들 틈에서 골치가 아프던 제우스는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에게 판정을 맡겨버린다.

여신들은 파리스를 찾아가 자신에게 황금 사과를 줄 경우 보상을 해주겠다며 일종의 공약을 하나씩 거는데...

<파리스의 판정>, 페테르 파울 루벤스作, 1632~1635년

★파리스杯 황금 사과 주인 선발전★
후보 기호 1. 헤라
"나한테 사과를 주면 지상 최강대국에서의 절대 권력을 주겠다!"

후보 기호 2. 아테네
"나한테 사과를 주면 끝없는 지혜와 전쟁에서의 승리를 주겠다!"

후보 기호 3. 아프로디테
"나한테 사과를 주면 지상 최고의 미인을 주겠다!"

파리스가 누구한테 사과를 줬을까요오오오오오????
.......
정답은
!!!!!!

...아프로디테한테 줌

나만 파리스 이해 안 되냐????
아니 헤라한테 줘서 절대 권력 얻으면 지상 최대 미인도 자동으로 다 내꺼 아니냐고!!!!!!하.....답답쓰...
그렇지만 이래야 뒷 내용이 굴러감ㅇㅇㅇ
아무튼 아프로디테한테 사과를 주고 그 대가로 인간세계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얻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헬레네는 이미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결혼한 상태였던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지상 최대 미녀를 준다고만 했지 그 미녀가 유부녀인지 싱글인지 여부는 말 안 해줬으니 할 말 없는 것ㅠㅠㅠㅠ


(좌)파리스와 (우)헬레네. 파리스는 헬레네를 트로이아로 데려오고 이에 열받은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가 본인의 형인 아가멤논과 함께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하여 트로이아로 쳐들어간다.


그리하여 메넬라오스의 형이자 미케네 왕인 아가멤논을 필두로 한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아군 사이에 대전쟁의 서막이 올라간 것이다. 그리스의 도시 국가 중 하나인 프티아 왕국의 왕이었던 아킬레우스는 오디세우스의 설득으로 그리스 연합군 소속으로 이 전쟁에 참가한다. 전쟁이 10년째를 맞던 때, 아가멤논이 아폴론 신전의 사제인 크리세이스를 납치하여 돌려주지 않자 이에 분노한 아폴론 신이 그리스군 진영에 전염병을 퍼뜨린다. 이에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을 비난하면서 크리세이스를 돌려주라고 하자,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가 전쟁 중 얻은 사랑하는 여인 브리세이스를 대신 가져간다.


이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한다. 바로 여기서부터가 책 <일리아스>의 시작이다. 그러니까 앞선 사건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바로 <일리아스>를 읽게 되면 띠용???할 수가 있다. 어쨌거나 브리세이스를 빼앗기고 노발대발 열받은 아킬레우스는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에게 자기가 빠진 그리스군이 트로이아와의 전쟁에서 폭망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테티스는 아들을 위해 제우스에게 이를 간청한다. 제우스는 테티스의 간청을 들어주고 아킬레우스가 빠진 그리스군은 점점 수세에 몰린다. 트로이아 왕국의 왕자이자 명장 헥토르는 제우스와 아폴론을 등에 업고 그리스군을 쳐부수며 점점 기세가 등등해져 간다. 그러던 중 아킬레우스의 소중한 벗, 파트로클로스가 전장에서 헥토르에 의해 목숨을 잃자 이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다시 참가, 헥토르를 죽여 복수한다.

사랑하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원수를 갚기 위해 헥토르와 싸워 결국 그를 죽이는 아킬레우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마차에 묶어 끌고 다니며 욕 보이지만,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며 찾아온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를 보고 동정심을 느껴 시신을 그에게 돌려주고 11일의 장례 기간 동안 전쟁을 멈추겠다고 약속한다. 아킬레우스로부터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받아 돌아온 프리아모스 왕이 눈물로 아들의 장례를 치르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일리아스>가 여타의 일반적인 전쟁 영웅담들과 가장 다른 것은, 그 속에 인간의 깊은 상실과 절망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친구를 잃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복수를 다짐하는 아들 아킬레우스를 위해 테티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아들을 위한 무기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일 먼저 그를 위해 거대하고 견고한 방패를 만들어준다. 헤파이스토스는 이 방패에 대지와 하늘과 바다, 별과 달, 드넓은 목초지와 숲속, 인간들의 아름다운 도시를 새겨 넣는다. 이 도시에는 결혼식에서 환호하며 춤을 추는 젊은이들, 서로 싸우며 판결을 기다리는 사람들, 무장한 군대와 피 흘리는 시신을 끌고 가는 군인들, 곡식을 나르는 일꾼들, 아름다운 포도밭, 갈대밭을 떼 지어 가는 소 떼와 이를 노리는 사자를 쫓아내는 목자, 어여쁜 화관을 두른 처녀들과 황금 단검을 찬 총각들의 모습이 들어있다.
헤파이스토스가 방패에 새겨 넣은 이것들은 모두 무엇인가? 이는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들이 다시는 볼 수 없고 누릴 수도 없는 지상에서의 소중한 그 모든 것들이다. <일리아스> 속에서 아킬레우스의 죽음은 나오지 않지만, 결국 그 자신 또한 죽음의 운명이 멀지 않았음을 그는 알고 있다. 그런 그에게 헤파이스토스는 그가 죽게 되면 잃어버릴 소중한 이 '생의 모든 순간들'을 그의 방패에 새겨준 것이다. 책 속 표현대로 '어둠이 그의 두 눈을 덮어'버리면 이제 망자는 다시는 이 땅과 하늘에 빛나는 별들도, 춤추는 젊은이와 서로 싸우는 자들도, 아름다운 금빛의 포도밭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미 오래전에 제 운명이 주어진, 죽게 마련인 인간을 죽음에서 구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설령 최강의 신 제우스라 할지라도 <일리아스>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제우스도, 운명(moira, aisa)도 아닌, 인간은 절대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철칙 하나이다.
761~762p


<일리아스>는 총 24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프리아모스 왕이 아킬레우스에게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찾아온 후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은 마지막 24권이다. 이야기의 구조 상 제일 마지막에 해당하는 이 부분이 나는 일리아스 전체를 통틀어 클라이맥스인 부분이라고 느꼈고 동시에 이 장면을 통해 비로소 이 위대한 서사시는 완성된다.

아킬레우스도, 프리아모스 왕도 자신이 끔찍하게 여기는 존재를 잃어버린 아픔에 울부짖는다. 아킬레우스는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늙은 프리아모스 왕의 두 눈동자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죽은 후 똑같이 절망할 자신의 아버지 펠레우스의 모습을 동시에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죽은 헥토르의 시신을 잘 수습하여 돌려준다. 이전까지 피도 눈물도 없던, 전쟁터의 잔혹한 죽음의 신이었던 그는 이 대목에서 같은 인간으로서의 깊은 연민과 슬픔을 그대로 드러낸다.

홀로 성문 앞에서 아킬레우스를 기다리며 죽음을 예감하고 두려워하는 헥토르의 고뇌도 아주 인상적인 부분이다. 그는 수많은 그리스군으로부터 그의 소중한 트로이아 왕국과 그의 가족들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싸운다. 헥토르와 그의 부인 안드로마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면에서 아내를 위로하고 어린 아들을 안아올려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어르는 모습은 그의 자상하고 따뜻한 면모를 보여주는 듯해 더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하지만 사랑하는 자신의 왕국을 위해 전장을 주름잡으며 무수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맹렬히도 앗아갔던 그 헥토르 조차도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아킬레우스와의 대결을 피해 성 안으로 도망갈지, 혹은 그에게 항복하고 트로이아를 절반으로 나누자고 제안할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며 갈팡질팡한다. 과연 눈 앞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목격하는 그 순간, 초연할 수 있는 자가 있을까. 그가 죽음을 모르는 신이 아닌 이상 말이다. 호메로스가 보여주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 두 영웅,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모습에서 어찌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것이 <일리아스>가 몇천 년이 흘러도 기억되는 이유일 지 모른다.



제발, 다툼은 신들에게서도, 인간들에게서도 뿌리 뽑히기를! 아무리 속 깊은 사람이라도 폭력을 휘두르도록 부추기는 노여움, 흘러내리는 꿀보다도 훨씬 더 달콤하여 인간들의 가슴속에서 마치 연기처럼 커져가는 노여움도 뿌리 뽑히기를!
-553p, 18권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진노로 시작하여 헥토르의 장례로 끝나는 시이다. 이 안에서 결국 모든 인간은 잃어버린 자요, 잃게 될 자다. 문득 이 세상이, 떠나간 누군가의 유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가장 소중했으나, 다시는 닿지 못할 것들과 영원히 이별한 모든 이들의 안녕을 빈다.

헥토르의 장례. 제임스 니글作, 에칭,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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