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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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앵무

오뒷세이아(Odysseia)

작가명: 호메로스(Homeros)
작가 활동시기: 약 기원전 800년~기원전 750년경(고대 그리스)
언어: 고전 그리스어
기록 시기: 기원전 8세기경


⭐️읽은 도서 정보: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옮김/출판사 아카넷


★ 한줄 감상평 ★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본래의 너 자신에게로 돌아가라. 그 길이 비록 멀고 험하고 아무리 길지라도.


지난주 <일리아스>에 이어 이번 주에는 <오뒷세이아>를 다 읽었다. 이번에도 아카넷에서 출판된 이준석 번역본을 선택했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두 작품들의 그리스어 원전 번역은 1996년에 초판 된 천병희 교수님의 번역본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2022년, 2023년에 각각 김기영 역, 이준석 역의 원전 번역이 출판되기 전까지는 26년간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이 국내 유일한 그리스어 원전 번역이었다. 올해 4월에는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박문재 역의 번역본도 나왔다. 독자 입장에서 이런 훌륭한 고전들을 우리말로 향유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참으로 감사하다. 천병희 선생님은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표현들로 읽기 쉽게 의역해 옮겨놓았다. 따라서 일반 독자들에게도 진입 장벽을 낮춰서 '고대 서사시'를 낯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 그에 비해 이준석 선생님 번역본은 호메로스의 어법을 그대로 정확하게 옮기는 것을 가장 기본으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직역이다. 두 번역본 간의 차이를 문장을 통해 비교하면,

1.
- '네 이빨 울타리를 빠져나온 그 말은 대체 무엇이냐' (이준석 역)
- '너는 무슨 말을 그리 함부로 하느냐?' (천병희 역)

2.
- '날개 돋친 말을 건네었다' (이준석 역)
- '물 흐르는 듯 거침없이 말했다' (천병희 역)


요즘엔 거의 쓰이지 않는 '서사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며 시적인 표현이 많다. 더구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기원전 약 8세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약 3천년경에 기록된 작품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낯설고 새로운 표현들이 넘쳐난다. 그렇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한 번에 와닿기보다는 여러 번 말의 뜻을 곱씹어 보고 생각해 보아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문장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이런 과정이 너무 어렵게 생각된다면 천병희 선생님의 역본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호메로스의 언어를 날 것 그대로 맛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준석 선생님 역본을 골랐고, 결과적으로 만족했다. 생생하게 보존된 시인의 말들은 나를 먼 옛날 고대 이타카 왕국과 올륌포스의 신들 곁으로 아주 선명하고 충실하게 이끌었으니까.


<일리아스>가 '일리오스(트로이아)에 관한 이야기'라면, <오뒷세이아>는 '오뒷세우스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오뒷세우스는 <일리아스> 속 트로이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인데,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라는 계책이 바로 이 오뒷세우스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트로이아 전쟁 이후 그는 '도시의 파괴자'라는 별명을 얻는다.

영화 트로이(2004) 속 오뒷세우스. 영화 속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는 지략과 무예를 모두 갖춘 뛰어난 인물이다.

다시 한번 당시의 지도를 보자면 오뒷세우스는 지도에서 보이는 '이타카'라는 작은 섬, 이타카 왕국의 왕이다. 그는 그리스 로마 신화 최초의 병역기피자인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국내 병역기피의 아이콘 스x븐유(구 유x준) 씨 되시겠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오뒷세우스는 결국 군대를 갔고 스티x유(구 유승x) 씨는 끝까지 안갔다는 점....


트로이아 전쟁이 발발하던 무렵, 오뒷세우스는 부인 페넬로페와의 사이에서 아들 텔레마코스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아들과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 뜬금없이 전쟁이라니??? 그리스군 연합 소속으로 징집될 운명에 처한 꾀 많은 오뒷세우스는 징집을 피하기 위해 사절단 앞에서 당나귀에 쟁기를 달아 밭을 갈면서 씨앗 대신 소금을 뿌리고 '쑥쑥 자라라~'를 외치며 미친 척을 한다. 그러나 이를 수상히 여긴 징병관이 쟁기 앞에 아기 텔레마코스를 갖다 놓자, 그는 쟁기를 슬쩍 돌려 아들을 피해 간다. 이로 인해 미치지 않았다는 게 탄로 나서 결국 트로이아 전쟁에 끌려가고 만다...

울며 겨자 먹기로 트로이아 전쟁에 참가했으나 어쨌든 그는 트로이 목마라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작전을 통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오뒷세이아>는 전쟁 이후 오뒷세우스가 그의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겪은 모험(이라고 쓰고 개고생이라고 읽음)을 담은 서사시다.

이야기는 크게 아래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 오뒷세우스의 아들인 텔레마코스의 이야기(1~4권)
2. 오뒷세우스의 방랑과 귀환(5~12권)
3. 돌아온 오뒷세우스의 복수(13~24권)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오뒷세우스를 두고 이타카의 사람들은 모두 그가 귀향 도중 죽었다고 생각한다. 남편을 잃은 미망인 신세가 된 페넬로페에게 이타카와 그 일대에서 찾아온 108명의 구혼자들은 오뒷세우스의 부재를 틈타 끊임없이 왕국의 재산을 축내며 향락에 몰두한다. 텔레마코스는 이를 보며 분노하고, 여신 아테네의 계획에 따라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퓔로스와 스파르타로 떠난다. 한편, 오뒷세우스는 귀향길에 이스마로스 지역에 사는 키코네스인들, 기억을 깨끗이 잊게 만드는 로토스 열매를 먹는 이들, 외눈박이 식인 거인 퀴클롭스, 아이올로스, 식인 거인 라이스트뤼고네스, 키르케, 저승의 망자들, 세이렌, 카륍디스와 괴물 스퀼라, 여신 칼륍소, 파이아케스인들을 차례차례 만난다. 이 과정에서 함께했던 동료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홀로 남은 오뒷세우스는 마침내 고향 땅에 도착하여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에게 복수하고 망가진 이타카의 질서를 회복시킨다.

내가 느낀 <일리아스>가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인간의 깊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라면 <오뒷세이아>는 인간이 '인간 그 자체'로서 존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에 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서사시 속에서 오뒷세우스는 인간이 언젠가는 반드시 죽고 마는 필멸의 존재라는 진리와 끊임없이 마주한다. 그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고난 속에서 함께 해온 동료들을 하나둘씩 잃고 본인도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 심지어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해 저승에 내려가 자신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 망자들과 마주한다. 그 망자들 속에는 함께 전쟁터를 누비던 영웅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을 비롯한 많은 전우들, 그리고 그의 어머니도 있다. 여기서 그는 인간 보편의 운명에 대해 배운다. 필멸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은 죽음을 모르는 불멸의 존재인 신들을 통해 더욱 대비된다. 여신 칼륍소는 오뒷세우스에게 자신과 함께할 경우 그에게 영원불멸의 삶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오뒷세우스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그는 인간 조건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고향, 즉 인간의 삶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거의 투쟁에 가까우리만큼 힘든 시간들을 겪어낸다.

오뒷세우스는 저승에서 영원한 형벌에 고통받는 세 죄인, 티튀오스, 탄탈로스, 시쉬포스도 마주한다. 티튀오스는 제우스의 아내 레토를 겁탈하려 한 죄로 땅바닥에 누운 채 독수리에 의해 간과 창자를 찢어 먹히는 형벌을 받는다. 탄탈로스는 아들을 요리하여 신들을 시험한 죄로 머리 위로는 열매가 열린 나무가 드리워져있고 뺨 아래로는 물이 차있는 웅덩이에 서있다. 그가 갈증을 느껴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구부리면 물은 저 아래로 꺼져 내리며 사라지고 열매를 따먹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면 열매는 저 하늘 높이 올라가버린다. 시쉬포스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애쓴 죄로 영원히 언덕 꼭대기로 바윗덩어리를 밀어 올려야 하는 벌을 받는다. 이 세 죄인의 공통점은 모두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받아들여야 할 것을 부정했다는 점이다.

저승을 떠난 오뒷세우스와 부하들은 태양신 헬리오스의 섬에 이른다. 그의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섬에서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헬리오스의 소들을 도살하는 죄를 저지르고 모두 목숨을 잃는다. 여기서 나는 헬리오스의 소가 단순히 신(神)의 소유물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운명을 넘어서는 가치를 상징한다고 느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본인의 주제도 모른 채 '영원불멸의 삶'이라든지 '끝없는 쾌락' 같은, 신들이나 가능할 법한 것들을 탐내며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망각한다면 결국 그 끝은 파멸이라는 것이다. 다만 나는 이런 망각과 어리석음 조차 인간 본연의 속성이 아닐까 싶다. 굶주림으로 태양신의 소를 넘보는 부하들처럼, 인간들은 언제나 끝없는 탐욕에 배를 주리며 다가올 재앙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마치 영원히 사는 신들처럼 행동하다가 죽음이 목전에 들이닥쳤을 때야 허둥대며 애통해할 뿐이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다. 인간들 중 현명하다고 이름난 오뒷세우스조차 외눈박이 식인 거인 폴뤼페모스의 눈을 찌른 뒤 탈출에 성공한 것에 신이 나 거인을 조롱하며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오뒷세우스의 이 어리석은 행동으로 말미암아 결국 포세이돈은 분노하여 오뒷세우스에게 시련을 안긴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파멸을 맞는 다른 인간들과 다른 점은 그가 뼈아픈 경험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는 점이다. 그는 고향인 이타카에 도착한 이후로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아테네의 계획에 따라 모든 걸 침착하게 실행한다.

이타카에서 오뒷세우스의 손에 죽음을 맞는 구혼자들 또한 어찌 보면 저승에서 영원한 형벌에 고통받는 티튀오스, 탄탈로스, 시쉬포스의 또 다른 형태라고 생각된다. 그들은 신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타인을 멸시하며 '테미스(themis)'가 없는 자들이다. 테미스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까다롭지만 보통은 '관습, 관행' 또는 '법도,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하는 바' 등으로 풀이된다.

이 시에서 찾아보자면,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사이의 올바른 관계, 올바른 손님 접대, 격식과 절차를 잘 갖춘 제사, 신들에 대한 경외 등이 '테미스'의 좋은 예로 인정되고 있다. 다시 말해 테미스는 인간이 자신의 가족, 타인, 그리고 신들과 맺는 관계에서 벌어지는 행위 전반의 윤리적 가치를 드러내는 기준이 된다.
640p


테미스를 상실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으로서 존재하기를 포기한 것이며 오뒷세우스는 그런 그들에게 죽음을 통해 그들이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오뒷세이아>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알고 있는 자가 본연의 그 자신에게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다. 길고 험한 그 여정 끝에 드디어 그는 진정한 '인간'이 된다.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격언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생각난다.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자의 끝은 <오뒷세이아> 속 폴뤼페모스와 구혼자들처럼 참혹하다.

오뒷세우스, 구혼자들을 살육하다. 제임스 니글作, 에칭, 1805


호메로스의 언어는 아름답다. 나는 이제 그의 언어로 직조된 거대한 세계를 가슴속에 품게 되었다. 세상을 헤엄쳐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는 귀중한 자산을 또 하나 얻은 셈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고 근사한 것 하나는 품고 있어야 삶을 이어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역자의 말처럼 말이다.

그리스 이타카. 언젠가는 꼭!!!!! 가리


<이타카 Ithaka>
- 콘스탄티노스 P. 카바피스(1863~1933)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고한 감동이 깃들면
그것들은 너의 길을 가로막지 못할지니
네가 그들을 영혼 속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따르지 않는다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너의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커다란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의 아침은 수도 없으니
페니키아의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추고
어여쁜 물건들을 사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로부터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너의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고 나서야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기를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아름다운 모험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리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다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지혜로운 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가 가르친 것을 이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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