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 다읽기 챌린지
작가명: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
작가 생몰연도: 1907년(스웨덴)–2002년
원제: Pippi Långstrump
초판 발행연도: 1945년
초판 발행처: Rabén och Sjögren
⭐️읽은 도서 정보: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출판사 시공주니어
★ 한줄 감상평 ★
누구나 천방지축 삐삐같던 시절들을 지나온다. 잠시 그 때의 나로 돌아가 삐삐의 친구가 되어볼 수 있는 시간
동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 또는 그런 문예 작품.
개인적 취향으로 나는 현실의 모순이나 인간의 추함, 나약함, 삶의 고통 같은 것들을 사실 그대로 묘사한 문학 작품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릴 때나 지금이나 동화책을 그다지 많이 읽지는 않는다. 7~8살 때부터 스크림, 13일의 금요일, 처키의 신부 같은 공포영화를 아주 좋아했던 어린이로서...동화도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뭐 이런 거나 괴기소설 뺨치는 그림형제 동화 무삭제판 버전 정도는 되어야 읽을 의욕이 난단 말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아름답고 평화롭고 발랄한 세상이 위안을 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동화 속에서 생각지 못했던 단순하지만 중요한 세상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동화책을 읽어보았다!
는 아니고 물론 1001 목록에 있어서 읽었다. ^^ 목록에 동화책도 있는지는 몰랐네!!!
말괄량이 삐삐로도 잘 알려진 바로 그 만화의 원작! 세계적인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다.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에 린드그렌의 작품을 좋아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최근 스웨덴 정부에서 발표한 스웨덴의 100대 상징에 삐삐가 이케아, 노벨상 등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린드그렌의 동화책은 안데르센, 그림 형제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이 번역되었다고 한다.
내가 말괄량이 삐삐 만화를 본 적이 있었나?
잘 기억은 안나지만...아무튼 저 만화 속 삐삐 얼굴은 아주 익숙하다.
티비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방영된 적이 있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폐렴에 걸린 본인의 딸을 위해 직접 즉석에서 지어서 들려준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낸 것이다. 삐삐는 9살 여자아이로, 엄마는 어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범선의 선장이었다가 풍랑에 휩쓸려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 후 아버지가 삐삐와 함께 살기 위해 마련해둔 뒤죽박죽 별장으로 혼자 돌아와 원숭이 닐슨 씨, 본인이 직접 돈을 주고 산 말 이렇게 셋이 함께 산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슬픈 설정인데...삐삐는 "우리 엄마는 천사! 아빠는 식인종 섬의 왕이야!"라고 말하면서 그저 천진난만하고 씩씩하고 자유로운 어린이 그 자체다. 삐삐는 옆집에 사는 같은 또래의 토미, 아니카와 친구가 된다. 셋은 때로는 말썽을 부리기도 하지만 함께 소풍을 가기도 하고 서커스를 보러 가고 어려운 일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기도 한다.
삐삐는 건장한 성인도 거뜬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아주 센데, 마을 어른들의 신고로 자신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찾아온 경찰 아저씨 두 명을 들어 올려서 대문 밖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학교에 가서 구구단 같은 쓸모 있는 것들을 배워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에 삐삐는 자신은 9년 동안 구구단 같은 건 모르고도 잘 살았고 앞으로도 잘 살 거라고 반박한다.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삐삐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된 데는 이유가 다 있다. 학교에서 구구단을 외우기 싫은 많은 어린이들이 삐삐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학교, 부모님, 선생님의 간섭과 통제를 벗어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규칙들이 삐삐에게는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런 규칙들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과정을 우리는 성숙이라고 부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는 성숙해지면서 세상에 대한 질문도 잃어버린다.
삐삐는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금화)이 아주 많아서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쿠키를 굽거나 폴카춤을 연습하거나 키우는 말의 갈기를 땋아주고 친구들을 초대해서 노는 게 하루의 주된 일정이다. 삐삐야 그래도 부모님이 유산을 많이 남겨주셔서 다행이다. 그게 아니었으면 넌 고아원에 갔을거다. 아니다. 이건 동화니까 그냥 동화로 받아들여야지 고아원이니 유산이니 이런 생각을 왜 함? 휴우
책 속에서 삐삐와 토미, 아니카가 오늘은 무엇을 하고 놀까! 생각하는 부분에서 잠시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 나도 아침에 눈 뜨면 오늘은 뭘 하고 놀지! 생각하던 때가 있었지....아니 어린 시절까지 갈 것도 없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그런 생활을 했었는데..하면서 갑자기 우울해짐..크흡ㅠㅠㅠㅠㅠㅠ
그렇다고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어린이가 놀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어린이 생활도 결코 녹록하지 않다. 아니 인생에 녹록한 시기가 대체 있긴 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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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수하고 귀여운 삐삐와 친구들의 동화를 읽고도....이런 생각만 하는 거 보면 난 이제 동심이 다 사라졌나 봄. 재기 발랄한 말괄량이 삐삐의 모습에서 내가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일까? 내가 이만큼 자라는 동안 잊어버린 진짜 중요한 다른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나마 생각했다.
아무튼 모든 인간은 다 어린 시절이 있었고, 그 조그맣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던 때를 떠올리게 해주는 그런 밝은 책이다. 초등학생 때 내가 쓴 일기장을 보면 일기 맨 끝에 항상 고정 멘트처럼 쓴 문장이 있었다.
'오늘도 참 즐거운 하루였다'
말괄량이 삐삐도, 토미도, 아니카도 모두 언젠가는 어른이 되겠지만 어린 시절 일기장 속 마지막 문장처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날들이 가득한 어른이 되기를. 모든 어린이들이 자라서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