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 다읽기 챌린지
작가명: 작자 미상
다른 제목: Hazar Afsanah(천 가지 이야기)
언어: 아라비아어
원제: Alflaylah wa laylah
초판 발행연도: 850년경
⭐️읽은 도서 정보: <천일야화 1~6>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출판사 열린책들
★ 한줄 감상평 ★
셰에라자드가 들려주는 아라비아의 밤은 현실 그 어느 곳의 낮보다 아름답다
챌린지 리스트의 첫 번째 책! 천일야화다.
참고로 이 리스트의 원 출처인 <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 1001>에서의 1001도 바로 이 천일야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깨알 상식: 옛 아랍 문화권에서 숫자 1001은 '끝없는, 무한한'의 의미)
우리에게 아라비안나이트라고도 잘 알려져 있는 이 책은 사산 왕조 페르시아 시대의 설화를 골자로 8세기 이후 아랍 세계에 이미 존재해 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16세기에 프랑스의 동양학자 앙투안 갈랑이 번역하고 엮어낸 작품이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작품'. 이는 천일야화를 한 마디로 아주 잘 나타낸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인들 모두가 아는 <알라딘과 요술 램프>,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적>, <신드바드(신밧드)의 모험> 같은 것들이 전부 이 천일야화 속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 지금도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신비하고 이국적인 아랍의 이미지들, 그것은 모두 어릴 때 동화책과 만화를 통해서 접했던 아라비안나이트의 저 환상적인 이야기들 덕분이다.
그리하여 어린 시절부터 중동지역은 나로 하여금 드넓은 사막과 수수께끼 같은 숨겨진 오아시스, 빛나는 둥근 돔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모스크가 즐비한, 흥미롭고 동시에 두렵기도 한 모험이 가득 찬 곳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아라비안나이트를 통해 수많은 상상을 했던 그 어린이는 지금 자라서 2025년 현재,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아랍, 페르시아, 술탄 같은 단어만 들으면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며 하늘을 나는 요술 양탄자를 떠올리는 어른으로 자랐으니, 가히 천일야화의 영향력은 근현대 세계뿐만 아니라 나 같은 한 개인에게도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나는 문학작품으로서의 제대로 된 천일야화를 읽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부끄럽지만 이렇게 긴 책으로 나와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번 챌린지를 통해서 비로소 이 고전을 온전히 읽게 된 것이다. 나는 그냥 천일야화라고 하면, 결혼 후 하룻밤만 보내고 다음날 여자를 처형하고 또 새 여자를 들이는 미친 짓을 반복하는 또라이 술탄에게 시집간 왕비 셰에라자드(나는 세헤라자데가 더 익숙한데, 셰에라자드가 올바른 국문 표기라고 함)가 처형을 피하기 위해 매일 밤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1001일 동안 목숨을 이어가고 결국에는 또라이 술탄이 마음을 고쳐먹고 미친 짓을 스탑하게 되었다는 아랍 세계에 떠도는 유명한 민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러한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는 수많은 문학, 예술 작품의 모티프가 되어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연느님의 프리 스케이팅 작품도 바로 이 셰에라자드다!!!
셰에라자드를 주제로 한 대표적 음악, 러시아의 국민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걸작 scheherazade op. 35다. 클래식 무지랭이인 나조차도 잘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데 듣고 있으면 도입부부터 황홀한 1001일 밤의 마법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히잇!!! 순식간에 술탄의 궁전 안으로 날아가버렷.....!!!
피겨계의 사골 of 사골곡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설이 길었다. 아무튼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야기의 처음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옛날 페르시아 사산 왕조의 강력한 군주에게 샤리아와 샤즈난이라는 두 왕자가 있었다. 맏이인 샤리아가 아버지를 이어 페르시아 제국의 왕이 되고, 동생 샤즈난은 타타르 왕국(수도 사마르칸트.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왕이 된다. 둘은 각자의 왕국의 왕으로 지내다 보니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얼굴을 못 보고 헤어져 있게 된다. 동생이 몹시 보고 싶던 샤리아 왕은 오랜만에 동생을 자신의 국가로 초대하게 되고 샤즈난 역시 10년 만에 형아를 볼 생각에 싱글벙글해서 형님 나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따흡...불행의 시작...)
여행의 첫째 날 밤, 왕국 수도 근교 막사에 있던 순정남 샤즈난은 본격적으로 먼 길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왕비의 얼굴을 보고 가기로 결심, 몰래 막사를 나와 왕궁으로 돌아간다. 살금살금 써프라이즈!!!로 왕비를 기쁘게 할 생각에 신나서 닥쳐올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왕비의 침실 방문을 열었으나..두둥....
웬 다른 남자랑 껴안고 있는 왕비의 생생한 불륜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해 버린다.
분노와 배신감에 눈이 돌아버린 샤즈난왕은 그 자리에서 검을 뽑아 두 막장남녀를 처단하고 그날부터 깊은 우울증에 빠진다.
그렇지만 어쨌든 형을 만나러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이 불쌍한 샤즈난은 왕비의 충격적인 불륜과 그로 인한 자신의 살인은 비밀에 부친 채 일단 형 샤리아 술탄의 왕국으로 떠난다.
샤리아 술탄은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동생 샤즈난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아주 온갖 산해진미, 악사들, 시종들을 동원해서 파티파티를 열어주지만
동생 부부의 불륜 사건을 알 리 없는 형 샤리아는 뭘 해도 우거지상에 한숨만 푹푹 쉬는 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물어보지만 동생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형 샤리아가 사냥 놀이를 나간 사이, 건강을 핑계로 궁에 처박혀 또 우울우울 모드에 괴로워하던 샤즈난은 우연히 술탄의 궁에 은밀한 장소에서 왕비(그러니까 샤즈난에게는 본인의 형수)가 샤리아 왕이 사냥 나간 사이에 여장한 남자들을 몰래 궁으로 들여와서 시종들과 다 같이 단체로....... 난잡한 행위를 하는 쑈킹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전까지 본인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남자라고 생각했던 샤즈난은 이 일을 목격하고
'아앗...우리 형도.....'
라는 일종의 동질감과 형을 향한 동정심 등이 겹쳐지며 아이러니하게 우울 증상이 이전보다 호전된다.
항상 축 늘어져 있던 동생이 갑자기 기분이 나아진 걸 본 형은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동생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게 되고 결국 샤즈난은 샤리아에게 그동안의 모든 일들을 다 털어놓게 된다....
----------------중간생략-----------------
역시 이 엄청난 불륜 막장 소식에 눈이 돌아버린 샤리아 술탄은 왕비를 죽여버리고 새 장가를 드는데, 여자에 대한 엄청난 배신감에 한 가지 원칙을 세운다. 그것은 어떤 여자든 결혼 후 딱 하룻밤만 동침하고 그다음 날 아침이 밝으면 무조건 사형쓰....
이런 상황 탓에 왕국에 젊고 예쁜 처녀들이 모조리 술탄의 왕비로 끌려가 다음날 죽게 되는 비극이 반복되는데 이 비극을 막고자 대재상의 딸 셰에라자드가 자진해서!!!!! 술탄과 결혼하겠다고 한다.
가족의 거센 만류에도 이 용감한 셰에라자드는 샤리아 술탄과 결혼에 성공하고, 첫날밤부터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면서 술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참 이야기가 클라이막스 절정으로 치닫던 그때, 날이 밝게 되고 셰에라자드는 술탄에게 자기를 하루 더 살려준다면 다음날 밤에 다시 이어서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한다. 이야기를 마저 듣고 싶던 술탄은 셰에라자드를 살려주게 된다.
이렇게 매일 밤 엄청난 절단신공을 발휘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녀...하룻밤..이틀밤...사흘..나흘....닷새..
시간은 똑딱똑딱
천일야화에는 이렇게 셰에라자드가 1001일 동안 살아남기 위해 술탄에게 들려준 보석 같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다. 나는 열린책들에서 출판된 임호경 번역의 책으로 읽었는데 문체가 대화체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술술 읽히며, 마치 셰에라자드가 샤리아왕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그 자리에 앉아 나도 함께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 속에서 날이 밝아져서 이야기가 스탑되면 마치 중요 장면에서 딱 끊기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마냥 '아!!!!!!그 다음에 어떻게 되냐고!!!!!'를 외치며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되는 까닭에 전체 여섯 권 분량의 제법 많은 분량이지만 금방 후루룩 읽게 된다.
책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마법 같은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노래하는 나무,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라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주는 마법의 말, 향기를 맡기만 해도 모든 병이 치유되는 인조 사과, 요정이 선택한 남자의 눈에만 보이는 비밀스러운 동굴의 문, 나쁜 짓을 저지르고 암소로 변해버린 여자, 말하는 새를 얻기 위해 모험을 떠났다가 검은 바위로 변해버린 기사들 등등
책을 읽다 보면 대체 어떻게 이런 멋진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을까 옛사람들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오늘날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기엔 다소 이질적인 사고관도 곳곳에 나타나긴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 고유의 보편성이라는 게 존재하니까. 1000년이 흘러도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다.
천일야화 속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와 장면들이 있는데 눈부신 금은보화, 그보다 더 눈이 부신 미녀, 그 미녀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남자, 황금과 보석으로 칠해진 궁전과 음악소리, 맛있는 음식과 춤추는 사람들.... 이를 통해 보면 아랍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 생활방식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듯하다.
천일야화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강한 욕망이 또 스물스물 올라온다. 나는 원래도 아랍!!! 중동 여행!!!! 너무 가고 싶어!!!!를 외치던 자칭 아랍무새였으나 작년 아랍에미리트, 터키 여행과 올해 초 갔었던 모로코 여행을 끝으로 좀 잠잠해졌었다. 근데 이 책 때문에 잠시 조용하던 머릿속 아랍무새가 다시 외치고 있다. 그 어떤 여행 홍보자료보다 강력하다. 언젠가 셰에라자드의 이야기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바그다드와 알레포, 다마스쿠스 지역을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전쟁이나 테러 좀 없게 해주세요 제발(음?결론이 이렇게 난다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