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케토리 이야기> - 작자미상

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 다읽기 챌린지

by 정앵무

2. 타케토리 이야기

작가명: 작자 미상
다른 제목: 輝夜姬物語 (카구야 공주 이야기)
언어: 일본어
원제: 竹取物語 (타케토리 이야기)
초판 발행연도: 10세기경


⭐️읽은 도서 정보: <다케토리 이야기> 역주 민병훈/출판사 어문학사


★ 한줄 감상평 ★
옛날 옛적. 타국의 전래동화 속에서 낯익은 노랫말 하나가 귓가에 맴도는구나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이번에는 리스트 두 번째 작품 다케토리 이야기다.
솔직히 처음 들어봤다. 아예 몰랐다...
책 정보를 찾아보니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국어(일본어) 교과서에 실려있고 동화 버전으로 각색되어 어린이 버전의 책으로도 나오기 때문에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래동화의 하나로 구전으로 전해지다 고전 소설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걸 보고 궁금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 전래동화를 찾아봤는데 바보 온달이라고 함)

생각해 보니 나는 일본문학에 대해 거의 무지한데 아는 작가라고는 다자이 오사무,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정도가 전부다. 그마저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하루키의 에세이 몇 편을 제외하고는 읽은 게 없다.
바로 옆 나라이기도 하고, 일본에도 훌륭한 작가들과 작품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나는 왜 유독 일본문학은 거의 읽지 않았는가?

그것은 아마도.... 알게 모르게 어릴 때부터 내 안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반일감정...(독립운동가세요?)

일본문학을 읽을 시간에 한국문학을 한 권이라도 더 읽겠다!!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문학을 특별히 더 많이 읽은 것도 아니라는 게 함정.....

하지만 나는 우동, 소바와 초밥을 매우 좋아하고, 어릴 때 은하철도 999, 포켓몬스터, 세일러문 등의 일본 만화를 빼먹지 않고 봤으며 '역쉬 볼펜은 일본 볼펜이지!'를 외치며 하이테크를 구매하고, 도쿄마라톤 완주와 후지산 정상 등반을 꿈꾸는
그야말로 이중성의 끝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
다른 건 일본 꺼 다 잘 이용하면서 반일감정으로 일본 책만 안 읽는다? 그렇다. 그냥 핑계가 아닐까. ^^

예술과 문학, 과학에는 국경이 없으므로 나의 이런 꽉 막힌, 밑도 끝도 없는 요상한 모순을 버리고 이제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탐미해 보려고 한다.

책으로 돌아와서,
다케토리 이야기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옛날 옛적에 대나무를 베어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어 생활하던 노인이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은 뿌리 밑동이 빛나는 대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게 되고, 그 안에서 10cm 정도 크기의 카와이 한 여자아이를 발견!

자식이 없던 노인은 이 여자아이를 손바닥에 올려 집으로 데려와 가구야 히메라고 이름 붙이고 금이야 옥이야 자식처럼 키운다. 노인이 히메를 발견한 이후부터 대나무를 벨 때마다 대나무 마디 사이에 황금이 들어 있는 놀라운 일이 계속되고, 덕분에 노인은 점점 부유해진다.

혼또니 아리가또 히메!!!!!

가구야 히메는 대나무 마냥 3개월 만에 쑥쑥 자라서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하고, 히메의 미모는 온 동네에 소문이 퍼진다. 이 소문을 듣고 5명의 귀공자가 구혼을 해오는데, 가구야는 이 5명의 구혼자들 각각에게 어려운 과제를 내린다. 구혼자들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만...(어쩌구 저쩌구 중간생략)....결론적으로 5명 모두 fail...
히메는 과제 실패를 이유로 5명을 전부 다 대차게 까버린다. 이후 히메가 예쁘다는 소문에 뒤늦게 뒷북치며 헐레벌떡 찾아온 임금님 또한 그녀에게 구혼했으나 역시나 까이쥬? 임금님 아주 시무룩하쥬?

BUT 알고 보니 가구야 히메에게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가구야는 본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달세계 사람이라는 것!!

sticker sticker

그녀는 달세계에서 죄를 지은 숙명으로 잠시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이었다. 가구야는 본인을 키워준 친부모 같은 노인에게 이를 모두 털어놓고, 자신은 다가올 8월 15일에 고향인 달세계로 승천할 운명이라고 고백한다. 히메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던 노인은 임금과 합심하여 그녀의 승천을 막으려 노력하지만ㅠㅠ결국 막지 못한다. 예정된 8월 15일, 히메는 불사약이 든 항아리와 편지를 임금님과 자신을 키워준 노인에게 남기고 결국 달세계로 승천한다. 임금은 그렇게 떠난 가구야 히메를 그리워하며 후지산에서 편지와 불사약을 태우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마지막에 가구야가 달세계로 승천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음.. 혹시 죽는 것을 이렇게 비유적으로 표현한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말미에 실린 해설을 보면 '가구야의 승천 전후 일련의 과정과 정황을 살펴보면 인간의 장의(葬儀)를 형상화하고 있다'라고 나와있어서 내 생각과 일치한다.


해설에 따르면 다케토리 이야기의 주제는 인간이 자랑하거나 뽐내거나 또는 소중히 하는 모든 것에는 영원성이 없다는 것이다. 다케토리 이야기 속 모든 인물들은 실패를 맛보는데 히메에게 구혼한 5명의 귀공자는 그들의 높은 신분과 많은 재물에도 불구하고 히메에게 부여받은 난제를 푸는데 실패한다. 또한 긴 세월 자식이 없던 노부부가 히메를 얻어 일생을 딸과 함께하리라 믿었으나 결국 히메가 달세계로 승천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좌절하며, 최고 권력을 지닌 임금조차도 히메를 자신의 여자로 만드는 데 실패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인 가구야 히메의 승천은 젊고 아름다운 미인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각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명, 미모, 자식, 지략, 재물, 용맹, 성실, 권력 등, 온갖 것은 유한하며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하는 사실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람이 가진 선의나 악의가 그런 것들을 좌우한다고도 하지 않는다. 5인의 귀공자에 대한 풍자나 야유도 악의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자랑하는 것들의 허망함을 피로할 뿐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단순한 전래 동화인 줄 알았으나 해설을 읽고 이야기를 곱씹어 볼수록 심오한 뜻이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9~10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의 긴 시간만큼,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이 다케토리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오래된 설화, 종교에서도 반복적으로 유사하게 등장하는 테마 두 가지가 있다고 느꼈는데

1. 죄, 이승에서의 삶과 죽음

2. 날개옷

이 그것이다.


1. 죄, 이승에서의 삶과 죽음

죄로 인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일정한 삶을 살다가 약속된 날에 다시 달세계(하늘)로 승천하는 가구야 히메의 이야기는 마치 불교에서 번뇌와 업으로 이 세상에서의 삶을 반복한다는 윤회와도 일부분 오버랩되는 측면이 있다고 느꼈다. 약간 다르긴 하지만 성경에서도 인간의 죄로 인해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내려왔다가 다시 천국으로 가게 되니 어쨌든 죄악과 인간 세상, 그리고 이승과 대비되는 저 다른 세상 이 세 요소는 유사한 형태로 계속 등장하는 셈이다. 죄악과 업보 -> 이 세상에서 살게 됨(생) -> 다시 하늘로 돌아감(사)'의 테마가 많은 설화들과 종교, 신화들에서 반복적으로 변주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2. 날개옷

가구야 히메가 승천할 때 천인이 히메에게 하늘의 날개옷을 입혀주는데 이 옷을 입으면 지상에서의 근심과 마음은 모두 사라진 채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 일본의 다른 설화에도 이 날개옷은 자주 등장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통해 매우 익숙한 소재이다. 결국 이 세계에서의 연을 모두 잊어버리고 언젠가는 육신의 옷을 벗어 날개옷으로 갈아입고 저 머나먼 하늘로 떠나야 하는 모든 인간의 유한한 숙명을 의미하리라. 설화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날개옷을 통해 옛사람들은 삶의 무상함을 항상 이야기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일본 고전 가운데서도 모노가타리(헤이안 시대 이후의 산문 형식의 작품) 문학의 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다케토리 이야기를 읽었다. 이제 다음엔 일본 고전의 백미로 평가받는 겐지 이야기를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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