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 다읽기 챌린지
작가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
작가 생몰연도: 1900년(프랑스)–1944년
원제: Le Petit Prince
초판 발행연도: 1943년
초판 발행처: Reynal & Hitchcock(뉴욕)
⭐️읽은 도서 정보: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미성 옮김/출판사 인디고(글담)
★ 한줄 감상평 ★
어느새 내 옆에 자리잡고 앉은 어린 왕자가 부드럽게 그러나 강렬하게 묻는다. 사람과 존재와 삶에 관하여.
많은 책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어린 왕자>는 나이대별로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지는 책이라고들 말한다. 나는 지금까지 총 4번 읽었는데 처음 읽었던 건 초등학생 때였고, 두 번째로는 대학생 때, 그리고 작년에 읽고. 이번에 다시 한번 더 읽었다. 너무 유명한 책이지만 한마디로 정의해 보자면, 삶과 관계의 본질을 담고 있는 심오하고 아름다운 동화랄까. 방 책장을 뒤적거리다가 내가 초딩 6학년 때 학교 독후감 숙제로 <어린 왕자>를 읽고 쓴 글 하나를 발견했다.
이걸 읽고 다시 한번 느꼈다ㅋㅋㅋㅋ사람은 자라면서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어릴 때 이미 자기 성향들이 다 있다. 초딩때도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을 좋아했나 보다. 조종사 아저씨는 비행기를 못 고쳐서 결국 그냥 사막에 눌러앉아서 살게 됐고, 어린 왕자는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된 후 돈이 없어서 일자리를 구하던 중 자기가 이름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작명소에 가서 이름을 짓고 본인의 경험담으로 소설을 쓰게 된다는...그래...비록 초딩 6학년이었지만 어린 왕자도 지구에서 살려면 왕자고 뭐고 일단 생계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의 마인드..확고해...
어쨌거나 다시 본래 <어린 왕자> 이야기로 돌아와서 단순히 책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어린이들이 읽어도 잘 읽힐만한 스토리지만...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건 어린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이 아니다!!!!으른의 책이다 이 말이다.
사막에서는 조금 외롭다는 어린 왕자에게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라는 뱀의 말이나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황금빛이 물결치는 밀밭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날 테니까...그렇게 되면 나는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도 사랑하게 될 테니까..."라고 말하는 사막 여우의 말이 이제는 내 심금을 아주 깊게 울리지만...이 말들이 진정 무슨 뜻인지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는 건 어른이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딩 때 내가 <어린 왕자>를 읽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 부분이 아니라 코끼리를 그린 보아뱀을 모자로 착각하는 어른들, 모든 것을 숫자로 판단하는 어른들에 관한 묘사였다. 그 당시에는 나 자체가 어린이였기 때문에 어린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어른들의 이상함에 깊이 공감이 되었었다. 어린이에게도 찐공감을 이끌어내는 생텍쥐페리...괜히 훌륭한 작가가 아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 얘기를 하면 어른들은 중요한 것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 친구의 목소리는 어떠니? 무슨 놀이를 좋아하니? 그 친구도 나비를 수집하니?" 이렇게 묻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 애는 몇 살이지? 형제는 몇 명이니? 몸무게는? 아버지의 수입은 얼마지?"라고 묻는다. 그리고는 그걸로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 43p
저 부분을 읽으면서 어릴 때는 "맞아맞아!! 어른들은 정말 그래!!"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맞아...나는 이런 어른이 되어버렸지.."라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씁쓸해진다.
어린 왕자가 여행한 소행성들은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마주치는 여러 인간 유형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별에는 아무 쓸모 없는 권위를 내세우는 외로운 왕이 살고 있다. 두 번째 별에는 허영심으로 가득 찬 남자가, 세 번째 별에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만 마시는 술꾼이, 네 번째 별에는 부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숫자 계산에 몰두하는 사업가가 산다. 다섯 번째 별에 사는 가로등지기는 명령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가로등을 크고 끄는 일에 열중한다. 여섯 번째 별에는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들만 기록하려는 지리학자가 산다. 이들은 모두 결국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다. 어린 왕자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여섯 번째 별에 사는 지리학자의 조언에 따라 어린 왕자는 마침내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 도착한다. 사막에서 만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관계에 대한 중요한 진리를 한 가지 알려준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내 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 때문에..."
어린 왕자는 이 말도 잊지 않기 위해 되뇌었다.
"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너는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 180p
<어린 왕자>를 두 번째로 읽었던 20대 때 가장 내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이 바로 이 여우와 어린 왕자 간의 대화였다. 꽃밭에 있는 수천 송이의 장미꽃들과 어린 왕자의 장미꽃이 다른 이유는 어린 왕자가 그의 장미를 위해 물을 뿌려주고, 꽃의 벌레를 잡아주고, 바람막이로 보호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꽃은 어린 왕자만의 꽃이다. 길들인다는 것은 수많은 다른 꽃들과는 다른, 서로가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들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
이 부분에서 나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생각난다. 내가 그 꽃의 이름을 불러주고 보살펴 줄 때 비로소 그 꽃은 다른 꽃들과는 전혀 다른 나의 소중한 존재가 된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불교에서는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을 한 번 스칠 수 있고, 1000겁의 인연이 쌓이면 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2000겁의 인연은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하게 되며, 3000겁의 인연으로 하룻밤을 한 집에서 자게 된다고 한다. 1겁은 1000년에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로 큰 바위에 구멍을 내거나 100년에 한 번씩 내려오는 선녀의 치맛자락에 바위가 닳아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말하자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이다. 점점 분절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서로를 '길들인다'는 것과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여우의 말은 참 여러모로 생각할 점이 많다.
유독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과거의 나와 조우하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의 감상들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다른 책들은 별로 안 그러는데 유독 <어린 왕자>는 그렇다. 참 신기한 책이다.
30대가 된 시점에서, 이번에 다시 책을 읽었을 때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구에 도착한 어린 왕자가 철도원과 나눈 대화였다.
그때 불을 밝힌 급행 열차가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바람에 철도원의 작은 사무실이 흔들렸다.
"저 사람들, 몹시 바쁘군요. 뭘 찾으러 달려가는 거죠?"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건 열차 기관사도 모르지." 철도원이 말했다.
그러자 반대 방향에서 불을 밝힌 두 번째 열차가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들이 벌써 되돌아 오는 건가요?"
"아까 그 사람들이 아니란다. 서로 엇갈리는거지." 철도원이 말했다.
"저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던 곳에서 만족하지 못했나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만족하지 못한단다."
철도원이 말했다.
-182~184p
사람들은 그들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만족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가지지 못한 걸 갖고 싶어 하고,
가지 못한 곳에 가고 싶어 하고, 닿지 못한 곳에 닿으려 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은 보지 못한 채로...
아...그냥 지금 여기에 안주하면 안 되는 걸까요.
뭘 찾으러 가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급행열차를 타고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살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다.
내 청춘의 영원한!!!!!
하지만 청춘은 원래 그런 것일지도..?
아무튼 40대 때 또 보자 어린 왕자야. 그때는 너의 별에서 또 새로운 걸 보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