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오루노코> - 애프라 벤

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 다읽기 챌린지

by 정앵무

21. 오루노코

작가명: 애프라 벤 (Aphra Behn)
작가 생몰연도: 1640년(영국)–1689년
원제: Oroonoko; or, The Royal Slave
초판 발행연도: 1688
초판 발행처: W. Canning(런던)


⭐️읽은 도서 정보: <오루노코> 애프라 벤 지음, 최명희/출판사 동안


★ 한줄 감상평 ★
노예라는 잔인한 이름 아래 흔적 없이 사라진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재 지구상에 공식적으로 노예제가 합법인 나라는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우스갯소리로 종종 '노예'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부정적 의미로 쓰지만 경우에 따라는 긍정적인 맥락에서도 가끔 쓰일 때가 있긴 하다. 그렇지만 진정한 뜻을 고려해 본다면 노예 자체는 아주 무시무시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노예제는 아주 먼 옛날 고대부터 전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존재했는데 역사상 가장 오래된 노예 기록은 기원전 21세기경,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4100년경 전에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기록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법전인 우르남무 법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한반도를 비롯해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중국, 로마 제국, 인도, 중남아메리카 등지에서 다 노예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인류의 역사와 함께 언제 어디서나 늘 존재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예에 관한 기록은 각종 문헌, 그림, 조각 등에 항상 등장한다.


현재도 공식적으로만 노예제가 없다 뿐이지 여전히 강제 노동이나 인신매매 같은 현대판 노예는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다를 것은 없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터진 게 불과 11년 전이니. 이쯤 되면... 타인을 부려먹고 착취하려는 습성은 인간의 종특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인간에게는 희망이 없어서 tv 프로는 주로 동물농장만 보신다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하하핳ㅎㅎㅎㅎㅎ
교수님 저도 동물이 더 좋습니다...



<오루노코> 속 주인공 오루노코 역시 이러한 노예제의 불행한 희생양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유럽 열강들 사이에서 아메리카 식민지 개척과 대서양 노예 무역이 활발했던 17세기 후반이다. 서아프리카의 코라만티엔이라는 국가의 고귀한 왕자였던 오루노코는 영국인 선장의 함정에 빠져 포획되어 남아메리카 북부에 위치한 수리남이라는 나라에 노예로 팔려간다.

수리남 위치. 식민지 시절 노동력 제공을 위해 강제 이주된 흑인, 인도인, 무슬림 등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 1975년 네덜란드로부터 분리 독립했다.


이 소설의 저자인 애프라 밴은 수리남의 중장으로 임명된 아버지를 따라서 어린 시절 수리남 제도에서 실제로 살았었다고 한다. 이때 이곳에서 본인이 직접 보고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초의 반노예 소설로 평가받는 <오루노코>를 썼다.

소설은 160페이지 분량으로 짤막해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아름답고 뛰어난 왕자였던 오루노코는 이모인다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오루노코의 할아버지이자 코라만티엔의 늙은 왕은 이모인다를 보고 그녀의 매력에 빠져 손자 오루노코에게서 이모인다를 뺏어서 자기의 궁으로 불러들인다.

할배요......나이를 똥구녕으로 드시는지...손자 애인이나 뺏고.. 추하다 추하다요!!!!


할배의 애인 강탈에 화가 난 오루노코...!! 그는 자신의 부하인 아본을 이용해 이모인다의 곁에서 그녀를 시중드는 늙은 후궁 오나할을 포섭한다. 오나할의 안내에 따라 몰래 궁에 들어간 오루노코는 이모인다와 밀회를 즐기던 중 왕에게 들켜버린다. 화가 난 할배왕은 이모인다를 노예로 팔아버리고 오루노코에게는 그녀를 죽였다고 둘러댄다. 큰 슬픔과 상실감에 빠진 오루노코는 모든 전투에 나가는 것을 거부하는데 부하들과 동료 장수들의 간청에 마음을 다잡고 적과의 싸움에서 조국을 승리로 이끌어 궁으로 돌아온다. 오루노코가 귀환 후 승리자로서 거의 신과 같은 존재로 사랑받으며 지낼 즈음, 영국 상선 한 척이 코라만티엔에 도착한다. 오루노코는 이 배에 탄 간악한 영국인 선장놈에게 속아 수리남에 팔려간다. 백인들에 의해 시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며 생활하던 중 그곳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이모인다가 자신처럼 노예로 팔려와 클레멘이라는 이름으로 지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쩌구저쩌구 중간 생략. 궁금하면 책 읽어보세요-

오루노코는 고향을 강제로 떠나와 백인들의 노예 신세로 전락해버린 다른 노예들과 힘을 모아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친구이면서 나와 함께 고통 받는 동료들이여, 우리는 왜 알지도 못하는 인간들의 노예여야 하는가? 그들이 정정당당한 싸움으로 우리를 정복했는가? 명예를 건 전투에서 우리를 이겼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고결한 영혼도 분노하지 않을 것이다. 또 전사로서의 영혼이 끓어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여자나 바보나 비겁한 작자의 농락으로 원숭이처럼 팔려온 것이다. 우리가 지켜주는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강탈과 살인과 절도와 극악한 짓을 일삼던, 고국을 버리고 온 악당과 부랑자들이다. 그대들은 매일처럼 그들이 미개한 야만인보다 더 추악한 모습으로 서로의 악행을 헐뜯고 있는 것을 듣지 못하는가? 가장 비천한 짐승과 인간을 구별해주는 인간다운 미덕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저 타락한 무리에게 어째서 우리는 순순히 복종하고 있는가? 분명히 물어보겠다. 여러분은 저 사람들의 손에 채찍질 받으며 가만히 당하고만 있겠는가?
-128p



그렇지만 결국 반란은 실패로 돌아가고 오루노코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모인다를 제 손으로 죽이고, 백인들에게 붙잡혀 처형을 당한다. 슬픈 결말이다.

세계사를 보면 참 가슴 아픈 지점 중에 하나가 서구 중심의 역사라는 점이다.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원주민들 고유의 빛나던 문화, 역사, 언어들이 침략자들에 의해 모조리 말살되어버렸다. 맥이 끊겨버린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바람에 실려 날아가 버려 영영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잃어버린 또 다른 제 2, 제3의 오루노코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지. 영국인이었던 저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식민지에서의 노예제 실상을 생생하게 다룬 소설이라 더 와닿는다. 당시의 사회상을 잘 담고 있는 이런 문학 작품들 덕분에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과거의 시간들을 돌이켜 바라볼 수 있다. 특히나 승자의 기록인 역사서에는 단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은 패자들의 이야기는 더더욱 그렇다. 식민지 노예로 불리면서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도 알고 보면 오루노코처럼 자신의 고향에서 불리던 소중한 이름이 있었을 것이고, 가족과 친구, 그리고 저마다의 사랑, 분노, 슬픔, 기쁨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제목은 '고귀한 영혼의 노예'다.
고귀하지 않은 영혼이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귀하게 대하는 사회를 잠시 상상해 본다.

음...
역시 말도 안 되는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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