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 다읽기 챌린지
작가명: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작가 생몰연도: 1899년(미국)–1961년
수상정보: 퓰리처상(1953년), 노벨문학상(1954년)
초판 발행연도: 1952년
초판 발행처: C. Scribner’s Sons(뉴욕)
⭐️읽은 도서 정보: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출판사 문학동네
★ 한줄 감상평 ★
포기하지 않는 인간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
이렇게 눈물 나는 책이었던가.
초딩 때 읽었을 때는 미처 몰랐다.
고속버스 타고 올라오는 길에 읽는데 눈물 참느라 혼났다.
억조창생의 희망을 모두 한데 모으면 이 행성의 드넓은 대양을 차고 넘칠 만큼의 양일 것이다. 84일간 물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지만 오늘은 대어를 낚을 수 있다는 소망을 안고 85일째에도 힘차게 배를 저어 나아가는 산티아고 노인의 바람처럼. 저마다의 간절한 희망을 품은 채 두 눈동자를 반짝이는 인간의 모습은 진실로 아름답다.
그러나 인간의 희망이야말로 그 얼마나 애처로운 것인가. 노인은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거대한 물고기를 낚았지만 상어떼의 습격으로 물고기의 살점은 모두 뜯겨나가고 뼈만 남는다. 한낮의 꿈처럼 희망은 순시의 기쁨만을 남기고 오래도록 닿지 않을 먼 곳으로 유유히 떠나간다. 곧 인간에게는 다시 그 고독하고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오리라. 노인에게 끝까지 남은 건 희망을 위해 버티고 버텨낸 상처투성이의 지쳐버린 몸뿐이다. 홀로 배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노인은 그를 휘감는 끝없는 외로움과 싸우며 쉴 새 없이 혼잣말을 한다. 낚싯줄 위로 새 한 마리가 잠시 날아와 앉는다. 노인은 새에게 말한다.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러고 나서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듯이 말이다.
-57p
1994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실렸었던 박경리 선생님의 글에 이런 문장이 있다.
'치열하게 살지 않는 목숨은 없다. 어떠한 미물의 목숨이라도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프다. 끝없는 환란의 고개를 넘고 또 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떠한 역경을 겪더라도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며 삶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
참으로 잔인한 운명. 누구에게도 예외란 없다. 노인과 팽팽한 대결 속에 결국 잡혀버린 물고기나, 그 물고기를 노리고 달려들었다가 노인의 손에 죽음을 맞은 상어떼들이나, 결국 물고기를 잃고 홀로 빈손으로 돌아온 노인이나. 살아 있는 모두가 치열하다. 그리고 살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은 숭고하다. 감히 누가 그 몸부림을 비웃을 수 있을까.
결과론적으로 보면 노인은 물고기를 낚는 데 실패한 많은 어부, 재수가 없는 어부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가 그 물고기를 낚기 위해 며칠 밤을 새가며 온몸으로 씨름한 것이나 상어떼의 습격에도 포기하지 않고 칼로, 몽둥이로 달려드는 상어떼들을 막아낸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그는 그저 빈손으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그렇지만, 인생은, 인생이란 것은, 결과가 아니다.
인생은 과정이다. 적어도 나는 확실히 그렇다고 믿는다. 노인은 지난날 한때 물고기를 아주 많이 건져올렸을 것이다. 혹은 기대만큼 잡지 못한 때도 있었을 것이고 이번처럼 잡은 줄 알았지만 놓치거나 다시 잃어버린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엄청나게 큰 물고기인 줄 알고 낚싯대를 힘차게 들어 올렸으나 예상보다 볼품없는 고기가 올라오거나, 반대로 상상보다 훨씬 거대한 고기가 올라온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웃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인생은 결과가 아닌, 이런 수많은 고기 잡던 과정들, 나날들의 연속일 뿐이다. 그래서 결과는? 결과가 뭐 어쨌단 말인가. 잡힐 때도 있고 안 잡힐 때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노인은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갔고, 그 바다 위에서 힘껏 싸우며 그의 생을 살아냈다는 것.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었다는 것.
그런데 상어들이 밤중에 달려들면 이제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한다?
"싸우는 거지, 뭐." 노인은 말했다.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야."
하지만 어둠 속에서 아무런 불빛도 보이지 않고 오직 변함없이 팽팽한 돛과 바람만이 느껴지는 지금, 노인은 자신이 혹시 이미 죽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는 두 손을 모아 손바닥을 마주 대고 느껴봤다. 그것들은 죽지 않았다. 단순히 두 손을 폈다 오므렸다만 해도 살아 있다는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엔 등을 고물에 기대보았다.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역시 알 수 있었다. 양어깨가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121p
바라던 희망과 꿈꾸는 그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인간은 흐르는 시간의 바다 위를 저어간다. 운명이란 원래가 저 바다처럼 차갑고 잔인한 것이니 희망이란 이루어질 수도, 안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고기가 잡히는 날도, 잡히지 않는 날도 있는 것처럼. 그러나 오늘은 반드시 큰 놈을 낚아 배에 싣고 두 손 가득 무겁게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그 희망의 힘으로 인간은 숨을 쉬고 살아가는 것이니. 포기는 말자.
바다 위 치열했던 사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달콤하고 기나긴 잠에 든 산티아고 노인의 상처투성이인 손을 어루만지며 말하고 싶다.
비록 그 물고기의 주인은 될 수 없었지만,
당신은 그보다 더 거대한,
삶이라는 바다의 주인이라고.
오늘도 꿋꿋하게 각자의 배 위에서 버티고 있는 세상의 모든 산티아고들에게.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