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삼국지> - 나관중

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 다읽기 챌린지

by 정앵무

4. 삼국지

작가명: 나관중(羅貫中)
작가 생몰연도: 1330년경(중국)–1400년
언어: 중국어
원제: 三國演義(삼국연의)
초판 발행연도: 14세기

⭐️읽은 도서 정보: <삼국지 1~10> 나관중 지음, 이문열 평역/출판사 민음사


★ 한줄 감상평 ★
국가, 권력, 영웅, 시대정신...결국 모두 먼지처럼 바람에 흩어 날아갈 그 덧없음이여



불멸의 고전.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 삼국지..
내가 삼국지를 제대로 처음 읽었던 건 고3 수능이 끝난 직후로 기억한다.

언제부터 우리 집에 있었는지 모르겠고, 엄마가 샀는지 아빠가 샀는지 누가 샀는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꽤 오래전부터 늘 우리 집 책장 한 귀퉁이에 쪼르륵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문열 평역 삼국지.
초등학생 때 유행하던 만화 삼국지나 어린이용 삼국지는 읽은 적이 있지만 소설 삼국지 전권을 다 읽은 적은 없었다.
전체 10권에 달하는 많은 분량 탓에 왠지 읽기 전에 큰 다짐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렇지만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논쟁하지 말라는 말도 있고, 아무리 상식이 없는 사람도 유비 관우 장비는 다 알고 있는 만큼 이런 고전은 언젠가는 꼭 한번은 끝까지 읽으리라는 일종의 의무감은 항상 갖고 있던 터였다.

당시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쳐있던 나는 내 방 책꽂이를 뒤적거리다가 '그래!! 지금이 바로 이 삼국지를 읽을 최적의 시기다!'라는 생각에 책을 펼쳐 들었었다.


꿈속에 있으면서 그게 꿈인 줄 어떻게 알며, 흐름 속에 함께 흐르며 어떻게 그 흐름을 느끼겠는가. 꿈이 꿈인 줄 알려면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흐름이 흐름인 줄 알려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 땅 끝에 미치는 큰 앎과 하늘가에 이르는 높은 깨달음이 더러 깨어나고 또 벗어나되, 그 같은 일이 어찌 여느 우리에게까지도 한결같을 수가 있으랴. 놀이에 빠져 해가 져야 돌아갈 집을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티끌과 먼지 속을 어지러이 헤매다가 때가 와서야 놀람과 슬픔 속에 다시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인 것을. 죽어서 오히려 깨어난 삶과 흘러가버려 멈춘 때의 흐름에 견주어 보아야만 겨우 이 한 살이가 흐르는 꿈임을 가늠할 뿐인 것을.



하.... 1권의 첫 번째 장, 서사의 일부분인데 고3 당시 처음 이 부분을 읽고 느꼈던 전율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장춘몽의 우리네 인생사를 이렇게 멋진 문장으로 첫 장부터 서술하고 있는데, 저 옛날 후한시대 영웅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리던 중원 한가운데로 순식간에 나를 이끌고 들어간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삼국지의 두 가지 버전이 이문열 작가와 황석영 작가의 번역본인데 우리 집에 있는 삼국지가 공교롭게 이문열 작가의 것이라 아직 황석영 작가 버전은 읽어보지 못했다.

두 가지다 장단점과 논란들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쨌거나 이문열 작가의 엄청난 필력은 정말 책 곳곳에 그대로 녹아있어서 읽는 이에게 큰 흡입력을 준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3 때 읽은 이후 1N 년 만에 다시 읽게 된 삼국지.

예전에 읽을 때는 잘 생각하지 않았던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해 좀 더 곱씹으면서 보게 되었다.


삼국지의 중심 축을 이루는 아주 대조적인 성격의 두 리더 조조와 유비. (물론 동오의 손권도 중요한 축이지만 유비 vs 조조 구도만큼 극적인 인물 간 대비를 보여주지는 않으므로..)

이문열 작가가 조조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중간중간 '아.. 이건 좀 너무한데?'싶은 일을 조조가 저지를 때마다 옹호(?)성 발언을 해준다.

이문열 작가의 생각에 동의가 될 때도 있고, 설득이 될 때도 있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쉴드는 쫌.. 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게 또 번역이 아닌 평역 소설을 읽는 맛인 듯하다.


조조는 참 매력적이면서도 또 어떨 때는 이 인간 이거 안되겠네? 싶을 때가 있다. 허소가 조조를 두고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고 평한 것답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냉탕 온탕을 번갈아 가게 만드는 인물이라 할 말이 많다.

내 기준 조조의 3대 병크를 정리해 보자면


1. 여백사 일족 몰살 사건

동탁 암살 시도 실패 후 도망가다가 호의를 베풀어준 여백사를 오해해 온 집안 식구를 싸그리 죽이고 튀어버린 그 유명한...사건(이때부터 조조의 싸패 기질이 싹을 보인 듯)

-> 하지만 이건 어느 정도 이해된다. 내가 조조라도 어쩔 수 없이 여백사까지 죽였을 것 같긴 함(나도 싸패인가)

조조는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면서 엄청난 자의식을 보여주는데 이런 마인드를 가져야만 승상 자리까지 할 수 있나보다...대단쓰..


2. 장남 조앙 죽음 사건

호색한 조조가 죽은 장제의 부인한테 빠진 바람에 장제의 조카 장수가 빡치게 되고, 결국 장수한테 기습 공격받아서 도망가다가 맏아들 조앙 덕에 살고 조앙이 대신 죽은 그 일.

-> 이 부분 읽으면서 아..싸패 조조가 또....

아!!!ㅁㅊ정부인 빙의돼서 욕이 나왔지만 이문열 작가의 눈물겨운 쉴드로 약간 설득되어버림... 그래.. 나 같은 범인들은 영웅의 크나큰 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겠지..

네 그렇습니다.


3. 왕후 참수 사건

원술과 수춘성을 놓고 싸우던 중에 군량이 부족해 병사들의 불만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군량 관리 실무자였던 왕후에게 다 뒤집어씌워서 참수시켜버리고 병사들 캄 다운 시킨 사건....

-> 조조의 마키아벨리즘적 상황 윤리를 잘 보여준 장면으로 유명..아무튼 이쯤에서 나는 조조를 ㄹㅇ싸패로 인정하게 됨^^ 이 사건은 이문열 작가의 쉴드도 그다지 와닿지 않았음.

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조조가 잔인하고 냉정한 면모가 분명 있는 건 사실이나, 본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재능,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 자질이 뛰어나면 앞뒤 안 가리고 자기 수하로 받아들이는 쿨한 모습 등 분명 난세의 엄청난 영웅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조조와 아주 대척점에 있는 정반대의 면모를 보여주는 유비는 참 삼국지를 읽는 내내 의문을 가지게 했는데, 아니 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큰 힘 들이지 않고 저렇게 당대의 빼어난 인물들을 다 자기 밑으로 오게 하는지
(물론 제갈량은 삼고초려 했지만) 아무리 덕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촉한정통론에 따라서 마땅히 유비를 조조와 다르게 너그럽고 덕망 있는 인물로 나타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단력 없어 보이고 너무 우유부단한 모습이나 제갈공명 등장 이후에는 이건 뭐 거의 그냥 공명 아바타 수준으로 모든 판단을 다 그에게 맡기는 모습에서 '대체 가진 능력이 뭐야...'싶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또 제갈량, 관우, 장비, 조자룡처럼 빛나는 사람들을 자기 곁으로 모으는 그 자체가 가장 뛰어난 능력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커다란 야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꾸 마치 욕심 없는 듯 행동하는 모양새(ex. 유표의 형주 양도 제의를 거듭거듭 울면서 거절)나 신의를 중시한다면서 결과론적으로는 원소에게 갔다가 조조에게 갔다가 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들이 내가 느끼기엔 마치 겉과 속이 다른 것처럼 보여서 별로였고, 차라리 냉혹할지언정 시원시원한 조조가 더 나아 보였다.

누군가 유비 밑에서 일할래? 조조 밑에서 일할래?
묻는다면...... 아.. 좀 고민되지만 난 조조 고를 듯ㅋㅋㅋ
근데 또 조조한테 갑자기 목 잘릴까 봐 무서워요

유,관,장 삼형제 이야기를 또 안 할 수가 없는데 이 셋 중에서는 나는 관우를 가장 좋아하고 사실 삼형제가 아니라 삼국지 캐릭터를 통틀어서도 관우 내 최애 캐릭..
비록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 사이에 차이가 많이 존재하고 관우라는 인물 역시 연의에서 상당히 많이 올려쳐진(?) 인물이라고 알고 있으나 아무튼 나는 정사 삼국지가 아닌 소설 삼국지에 대한 소회를 적고 있는 것이므로.

특히 관우의 멋짐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오관육참이 아닐까 싶다. 실제 정사에는 이런 사건이 없었다는데 그래서 나관중 아저씨가 더 대단해 보인다. 감히 내가 평가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진짜 탁월한 이야기꾼이세요... 관우의 유비에 대한 한결같은 충성심과 그런 관우를 바라보며 침 흘리는 조조의 삼각관계.....미쵸따 넘나 재밌어버려 증말ㅠㅠㅠㅠㅠㅠ
나중에 맥성 탈출하다가 손권한테 잡혀서 참수 당할 때 진짜 너무 비통하고 분하고 가슴 아프고 ㄹㅇ책 던질 뻔했다.

그런데 그래도 우리 관우 형님은 싸우다가 잡혀서 돌아가시는데 반해, 장비는 정말 너무 어처구니 없이 죽어버린다. 술 마시고 자빠져 자다가 보급품 조달하는 애들 둘한테 살해당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화도 안 나고, 엥???진짜 그냥 이렇게 죽는다고??? 싶었다. 그러게 왜 그렇게 모질게 매질을 해가지고ㅠㅠ여기서 다시 한번 얻는 교훈: 타인한테 너무 모질게 하지 말자, 적을 만들지 말자, 과하게 술 쳐마시지 말자ㅠㅠ

다음으로 또 빼놓을 수 없는 두 인물
제갈량 vs 사마의
아아... 제갈량은 연의에서 정말 그냥 단순한 책사가 아니라 하늘에서 갑자기 비를 내리게 한다든지 앞 일을 제 손바닥 보듯 훤히 다 꿰뚫어 본다든지 등등 거의 뭐 아주 신통방통한 온갖 능력과 지략을 다 갖춘 엄청난 캐릭터다.
소설 곳곳에 민간신앙, 주술/요술적 요소들이 나타나는데 당연히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나름대로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져서 판타지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정말 유비는 제갈량이 없었으면 대체 뭘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촉의 모든 일은 사실상 다 제갈량에 의해서 돌아간다. 결국 촉의 대업을 완수하지 못하고 오장원에서 죽게 되지만 마지막까지 사마의를 상대로 한 방 크게 먹이고 떠나면서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냈다'는 성어가 남겨졌다.
물론 이것도 실제는 아니고, 나관중이 창작한 것이라고 하나 아무튼 연의에서 제갈량의 비중과 활약은 정말 대단하다. 그 유명한 제갈량의 출사표는 거의 2000년이 지난 이 시점에 읽어도 정말 가슴을 뜨겁게 하는 뭔가가 있다.

삼국시대의 통일은 사마의의 손자인 사마염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삼국지의 끝에 진정한 승자는 사마의가 아닐까 싶다. 소설에서는 거의 소설 막바지인 8~9권쯤에 이르러서 사마의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고, 그전까지는 그리 비중이 크지 않다. 조조가 사마의를 보고 '뒤를 돌아보는 이리의 상'이라 역적의 상이라고 여겨 경계하고 크게 쓰지 않았다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조조의 눈이 아주 정확했던 것이다.
조조의 아들인 조비가 한나라 천자를 몰아내고 본인이 위나라 황제 자리에 오른 것과 똑같이, 같은 방식으로 나중에는 사마염이 조비의 손자인 조환을 몰아내고 진나라 황제가 되는 장면은 정말 역사의 반복과 권력의 무상함, 쓸쓸함을 보여주는 듯 많은 걸 느끼게 했다.

독후감을 짧게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삼국지는 내가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사건들도 많아서 다 쓰려면 글이 끝도 없어질 것 같다ㅠㅠㅠ

위에서 언급한 조조, 유.관.장., 제갈량, 사마의 외에도 삼국지 속에는 조자룡이나 개취로 관우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여포, 주유, 손견-손책-손권으로 이어지는 동오 3대, 동탁, 원소, 원술 등 수많은 영웅들이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소설의 흐름 속에 한 명 한 명 흙으로 돌아갈 때마다 아 인생무상이요 백 년도 채 살지 못하고 이렇게 다들 하늘로, 땅으로 돌아갈 것을 왜들 그리 칼끝을 겨누고 싸우셨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조그만 땅 위에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고 또 앞으로 살아가게 될지. 수백 년, 수천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사는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삼국지를 다 읽고 나니 마치 여러 번의
생애를 산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운 좋게 이번 생을 한 번 더 얻어 살게 된 것 같다.

삶이란 것이 정말 어느 봄날 한낮의 꿈처럼, 저 머나먼 옛날 영웅들의 무용담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
책의 첫 장, 서사에 나온 문장처럼 놀이에 빠져 해가 져야 돌아갈 집을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티끌과 먼지 속을 어지러이 헤매다가 때가 와서야 놀람과 슬픔 속에 다시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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