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마음 딱 3년이면 입지가 변한다.
주장이 강한 사람 치고 부러지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자신의 스마트함을 알려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선배들이 보기에는 당신과 당신 옆의 신입사원 모두가 50보 100보다.
회사 17년 차인 나 역시 선배 부장들이나 임원들이 보기에는 생각의 폭이 좁고 깊이가 얕아 보이기 일쑤다. 물론 한두가지 특정 분야에서의 깊이는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실력을 알리려면 먼저 선배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 준비가 바로 선배의 말을 자~알 들어주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배들의 말 역시 논리가 맞지 않을 수 있고, 두서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잘 듣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을성이 부족하다. 특히, 듣기에 있어서는 심각할 정도로 참을성이 부족하다.
나 역시 상대의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머릿속으로 구상하느라 상대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상대의 허점이 보이는 순간 “그건 그게 아니라...”라며 내 얘기를 시작하곤 했었다. 하지만 누군가 내 얘기를 그렇게 끊어대는 것에 짜증을 느끼면서부터 '상대도 나의 똑같은 태도에 짜증을 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걸 깨닫게 되면서 내가 고민해서 준비한 도구가 바로 메모장이었다.
항상 회의시간이나 대화 시 작은 메모장을 들고 다니면서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필요한 질문이나 내 의견이 있으면 그것을 생각해 낼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게 메모를 해두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상대방이(특히 선배들이) 내가 열심히 적어가며 듣고 있는 것에 감동하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적어두더라도 상대의 발언 중에 내 궁금증을 해소하는 부분이 많아서 자연스레 해결되는 일이 잦았다. 또, 나중에 물어보게 되면 상대방도 모든 걸 다 이야기했기 때문에 내 질문에 대해서 경청해주고, 내 질문의 의도를 다시 질문하며 약간의 라뽀가 형성되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더 듣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의 많은 관계속에서 상당히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감히 신입사원들에게 말한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지는 못하더라도 꼭 끝까지 듣는 습관을 길러라. 잘 들으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또, 듣기가 완성되면 말하기는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칭찬받고 인정받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다면 우선은 일을 배우는 시기다. 대다수의 경우는 자신의 부사수를 받지 않으면 계속 신입처럼 연차가 쌓여도 배우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진짜 업무 스킬은 선배로부터 배우면서 쌓이는 것이 아니라 후배를 가르치면서 얻게 된다.
그래서 지금 가르치는 후배가 없다면 시킨 일을 깔끔히 처리해 선배들의 뒷정리가 없도록 하는 것이 여러분이 배워야 할 업무기술이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만든다고 가정해보면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읽었을 때 문제점이 명확해야하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결론을 이끌어냈는지가 일목요연하게 논리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리고 내용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바로 형식이다. 신입은 배우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내용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선배들은 인정한다. 선배들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경우의 수를 많이 다뤄보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채워놓은 보고서에 허점들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용의 허점은 차치하고, 형식마저 엉망이면 그건 읽어보기도 전에 다시 써오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다.
요즘은 워드나 한글,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만드는 경우보다 회사 메일의 본문에 바로 보고서를 쓰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경우 대부분은 모니터에 [메일쓰기] 화면을 열어놓고 곧바로 주저리주저리 생각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여러분의 의식의 흐름대로 글이 중구난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 경우는 다반사다. 자신이 써놓고 다시 읽어보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여러분이 보고서를 부서원에게 공유했을 때 선배들이 불러서 무슨 내용인지 물어본다면 그건 잘못된 보고라는 말이다.
보고서는 상대가 읽었을 때 이해가 되어야 한다. 그게 보고서의 최종 목적이다. 그래서 의식의 흐름대로 나열하는 보고서가 아닌, 주제/개요/내용/요약/결론이 구분되어 보기 좋고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보고서를 쓸 수 있도록 연습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메일을 쓰기전에 종이에 간단히 요약을 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물론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은 대부분 선배가 시킨 일이다. 그래서 시킨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배가 시킨 일을 깔끔한 형식으로 정리해서 메일로 보고하는 연습. 그것이 잘 되어있는 사원들이 바로 슬기롭게 일 잘하는 사원이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형식은 폰트를 예쁘게 꾸미고, 컬러를 차별화하고 보기 좋게 한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몇 개의 점과 선을 활용해 서론/본론/결론이 명확히 형식에서 보이게 하는 것과 자신의 의견이나 서술에 번호를 매겨 상대방이 여러분의 의식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게 만드는 글의 형식을 말하는 거다. 꼭 알아두기 바란다.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올바른 행동이고 바람직한 자세다. 하지만 아직 절대 과하면 안 된다. 그러면 분명 손해다.
절대 선배들 앞에서 자신을 과신하지 마라. 가급적이면 아직은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 일이라는 것은 내가 받을만한 일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내가 받게 되어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쌓아온 경험과 실력에 맞춰 선배나 상사들은 여러분에게 일을 배분해준다.
또 회사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일을 계속하는 곳이다. 꼭 기억해두기 바란다.
이 일은 정말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고 한다면 그 일을 해보겠다고 도전해 볼 필요는 있다. 단, 그런 일은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중에 반드시 상사에게 수시로 점검받고 체크해보기 바란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내 욕심에 그 일을 내가 맡았다면 욕심만큼 잘해야 하겠지만 잘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잘하기보다는 제시간에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자.
경험상 나서서 일을 맡으려고 하는 것은 적어도 과장 이상 되어서 시도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지금은 그냥 시킨 것을 제대로 처리하기에도 벅찬 시기다.
모난돌이 정 맞고, 튀어나온 돌부리가 발에 차인다. 튀지 말고, 은은하게 성장하는 사원이 되길 권한다.
회사는 장기레이스다. 어차피 찬란한 빛을 가진 돌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게 되어있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외면받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자신이 일을 잘하는데 외면받았다면,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내 결론이다.
암튼, 잘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하는 것을 익히는 시기가 바로 신입의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자.
주저리 말이 길었다.
요점은 간단하다. 신입이라면 우선 선배들의 리드를 잘 따라서 열심히 듣고, 시킨 것을 제시간에 제대로 해내는 방법을 익히는데 주력하라는 것이다. 참 쉬워 보이지만 이게 가장 어려운 것이다. 정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현명한 신입이 되었으면 좋겠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