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친구를 생각하면 문득 웃음이 난다
(* 이 글은 준비 중인 새로운 brunchbook <딸에게만 알려주는 아빠의 인생 꿀팁>의 한 챕터입니다. 주 1편 정도 쓸 예정이고 20편 정도 모아 내년 3월 이전에 발행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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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게로 가기보다는 네가 내게로 오길 바랬지.
해묵은 욕심 속에 말해온 너의 모습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생각만 해도 느낌이 편한 것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항상 내가 널 믿을 수 있는 것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조금만 오해도 필요치 않을 것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배로 내 자신을 돌이켜 보는 것
신성우 2집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중에서...
오늘 내가 이 노래를 소환한 이유는 이 곡에 쓰여있는 가사 내용에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친구”에 관한 아빠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네가 30~40대가 되어 이 글을 읽으며 네 친구들을 떠올려 봤을 때, 그저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라고 느낄 수 있는 친구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셈이 많아서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또 그 여러 명의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모두의 중심에서 ‘누가 더 친한가?’라는 쓸데없는 잣대를 들이대며 우겨볼 때 항상 그 친구들이 나를 BEST로 뽑아주기를 원했단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오만하지만 소중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의 마음은 내 욕심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우치게 되면서, 내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던 ‘항상 그들에게 최고이고 싶다.’라는 생각을 버렸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때가 고등학생 때 일거다.
내가 쓴 책 <일 년만 닥치고 독서>와 <독서의 맛>을 읽어봤다면, 글 속에서 아주 많이 차지하고 있는 에피소드들이 바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 거야. 그만큼 친구들이 내 가치관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겠지.
40년 정도 살아보니 내 주변의 친구들은 시기에 나눠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는 매 학년마다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고, 특히 5~6학년이 되면서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게 되면서 같은 반이 아닌 친구들이 많이 생겼단다.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이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내 친구들은 몇 개의 모임으로 구분된다. 너도 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짐이 반복되다 보면 잘 뭉치던 친구들과 모임이 생기게 될 거다.
그중 초등학교 친구들 모임은 20~30명 정도 연락을 하고 지내고, 중학교는 초등학교 남자 친구들이 모두 같은 중학교를 가게 되어 연결되어 있단다. 그리고 고등학교는 아빠 혼자 떨어져서 다니게 되어 그전까지는 일면식도 없던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단다. 물론 대학도 비슷하고.
학창 시절에 나는 항상 곁에 단짝 같은 친구가 있었어. 단짝 친구들과 지금까지 연락이 되긴 하지만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있단다. 그나마 가장 자주 보는 녀석들이 너도 몇 번 만난 적 있던 고등학교 친구들이란다. 이 녀석들과의 에피소드는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만큼 많단다.
내 친구 중 오늘 네게 말해주고 싶은 친구는 고등학교 1~2학년 때 같은 반을 했던 친구란다. 녀석은 반에서 가장 키가 큰 녀석이었고 아빠는 아주 작은 꼬마였는데, 집이 같은 곳이고 성적이 비슷해서 고등학생 3년간 매일 등하교를 같이 했었어. 우리들의 우정은 학교에서도 대단했지. 녀석과 내가 단짝이라는 건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다 알고 있었을 정도로 유명한 단짝이었단다.
녀석과는 같은 대학을 다니진 않았지만 같이 서울에서 대학생활도 했었고, 군대, 유럽 배낭여행, 결혼 등 지금까지도 많은 추억들을 공유하고 있단다.
물론 내가 대학시절 문학작품들을 많이 읽게 된 것도 분명 녀석과 경쟁같이 책을 읽어나갔던 것이 일조한 것이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 각자의 삶의 기반을 만들기 전까지는 거의 매일을 함께 보낸 친구란다.
이렇게 소중한 친구인데 이제는 1년에 몇 번 만나기도 힘들다. 각자의 삶이 바쁘고, 친구보다는 가족을 챙겨야 할 가장이 되었기 때문이지.
이렇게 나이가 들어보니 친구라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존재감으로 다가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얼굴에 슬몃 미소가 생기고, 스스럼없이 전화번호를 누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친구야. 책을 출간했다며 여러 권을 사달라고 졸라도 웃으며 받아주는 게 친구란다.
이제는 부모님과 가족을 먼저 챙겨야 하는 가장이지만 10대와 20대 그 오랜 시간 동안 쌓인 함께한 시간의 힘은 우리가 함께 할 인생을 끝까지 완주하게 만들 넉넉한 뒷배가 되어주고 있단다.
내가 생각하는 친구는 바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언제나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존재”란다. 이건 나만의 착각이 아니라 내 친구들도 미치도록 공감하는 것이고.
나는 내 딸이 지금 초등학생을 넘어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만나게 될 다양한 친구들을 통해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단다. 분명 지금의 친구들 중에 훗날 남게 될 친구도 있고, 헤어지게 될 녀석도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더 많은 친구들을 만들고, 그중에서 너와 잘 맞는 소중한 단짝을 발견했으면 좋겠어.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 한 명 한 명의 친구가 훗날 너에게 정말 소중한 웃음과 추억과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래.
여러 모임과 관계 속에 네가 포함되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될 거고,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또 어쩌면 다른 곳에서 너와 만나고 헤어지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위로와 도움을 주고 때로는 의지를 하기도 할 거야.
어느 순간 네가 친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네가 결핍을 느끼는 순간이란다.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결핍 말이야. 나도 가끔 정신적인 결핍을 느낄 때면 머릿속에 친구들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단다.
나는 딸이 정말 친구가 소중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길 바란단다. 친구는 우리의 인생에 있어 순위를 다툴 수 없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래.
얼마 전 오랜만에 초등학교 친구 녀석에게서 카톡이 왔다. 몇 마디 주고받았던 글 속에서 친구 냄새가 폴폴 났다. 이런 게 친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