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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Nov 12. 2020

무한도전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 DAY 12 | 무한도전의 원래 제목이 무모한 도전이라는 걸 아시나요


여러분은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바꿔버린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아실겁니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이라는 장르앞에 “국민”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방송 역사상 다시없을 불세출의 프로그램입니다. MBC 김태호 PD의 지휘아래 대한민국 국민의 토요일 저녁을 TV 앞에 묶어둔 이 프로그램의 시작은 2005년 4월 23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크게 유명하지 않았던 개그맨들과 게스트들이 시청자들이 제안한 특이한 도전 소재를 선택해 도전하면서 웃음을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김태호 PD가 시작부터 끝까지 연출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시작은 권석 PD였습니다. 그리고 처음 시작했던 이 프로그램은 <토요일>이라는 제목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 코너였으며 코너명이 <무모한 도전> 이었습니다.



그 해(2005년) 10월 방송개편이 진행되면서 이 코너를 제외한 다른 모든 코너가 폐지되었고 <강력추천 토요일>이라는 새로운 버라이어티 제목으로 시작하면서 현재의 <무한도전>은 <무(리)한 도전>으로 코너명을 변경합니다. 이때부터 김태호PD이 이 코너를 이끌게 됩니다. 이때부터 이 코너는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 올랐고 2006년 부터는 현재의 <무한도전> 로고와 함께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 13년간 대한민국 국민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됩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이 코너에 관한 것이 아니고, 이 코너의 제목이 건네는 의미입니다.

시작은 위 사진에서 보시듯 “무모한” 것들이었습니다. 1회 코너의 내용이 바로 “황소와줄다리기”였으니까요.
우리는 누구나 황소가 힘의 상징이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한 축을 자리하는 씨름대회에서도 포상이 힘을 상징하는 황소였습니다. 이렇듯, 황소가 사람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것을 공중파에서 사람과 직접 대결해보지는 않았었습니다. 검증해보지는 않았지만 정의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누군가는 이것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습니다.
결과는 우습지도 않았고,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시청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당연한 걸 굳이 해봐야돼나?”, “진짜 할거 없었나보다.”, “방송이 제목처럼 참 무모하네.”


그런데, 약 15년이 지난 지금 <무한도전>의 첫 회는 이렇게 회자됩니다.

“진짜 기발했다.”, “역대급이다.”, “이제는 다시 모으기도 힘든 멤버들이다.”



가치는 시간이 만들어 냅니다. 시간이 흐르고 있는 현재, 지금 이 순간에는 전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빙하의 수면위로 들어난 봉우리만 보이는 것이죠. 시간이 흐르고 모든 가치가 드러나면서 평가가 완료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시간은 <무모한 도전>을 <무리한 도전>으로 바꿨고, 결국 <무한도전>을 탄생시켰습니다.



 여러분은 <무한도전>이라는 제목에서 어떤 에너지가 느껴지시나요?

창의 / 열정 / 도전 / 의지 / 희망 / 위로 / 웃음 / …


우리의 삶과 도전도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누구에게는 하찮고 가치없는 일이지만, 이것들이 조금씩 모여서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이 가치를 만드는 것은 시간입니다. 물론 이 시간동안의  꾸준함과 노력이 필요조건이죠.



예전, 김태호 PD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책이었던가?), 김태호 PD가 생각하는 무한도전의 성공 이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제가 기대했던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 See the Unseen ]
지금 예능 프로그램을 보시면 출연 멤버들 외 스텝들이 한 화면에 같이 잡히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예전에는 이렇게 스텝이 화면에 찍히면 NG 였습니다. 편집에서 컷 당했죠. 그런데 시청자들은 출연진의 활동 장면도 궁금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화면 너머의 세상도(조명 / 연출 / 분장 / 피디 / 작가 / …) 궁금해 했습니다. 이 부분을 발견해서(김태호 PD가 첫 시도였는지는 모름) 프로그램에 함께 담아냈고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사실 연예인의 개인기로 만들어낸 재미인것 같지만 혼자가 아니라 팀워크를 보여준거죠. 또, 똥도 안싸고 코도 안풀것 같던 연예인도 보통사람과 똑같다라는 모습을 보여준거죠.

[ Change of View ]
또 한가지가 더있었는데, 방송 촬영시 여러대의 카메라를 활용해서 촬영을 하는데, 과거에는 대사를 치는 사람을 좌/우/롱/포커스로 촬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프로그램 자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뉴스를 보면 앵커 두명이 진행을 하지만 뉴스를 전달할 때는 앵커 1명만 화면에 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런데 김태호 PD는 대사를 치는 순간의 주인공 말고 그 옆에서 화면에 안잡히지만 딴짓을 하고 있는 게스트의 엉뚱한 행동이 너무 웃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건 촬영 현장의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점에 착안한 김PD는 출연진 전원에게 개인 카메라를 배치하자는 결정을 합니다. 내용에 상관없이 이 개인 카메라는 맡은 사람의 표정과 행동만 촬영하는 것이죠. 이 촬영 때문에 당시 촬영비가 엄청 증가했다고 합니다. (카메라맨이 몇 배 늘었으니) 또, 개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모두 다시보고 편집해야했기 때문에 편집 시간도 몇 배로 증가했습니다. 편집자들의 업무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해버린 것이죠. 개인 카메라로 촬영한 몇 시간 분량 중 고작 1~2분 정도의 필름만 사용했지만, 이런 무모하고 무리한 노력을 통해서 그는 순간의 생생한 표정과 리얼 버라이어티에 걸맞는 편집을 해냅니다. 요즘도 유명하죠. 무한도전의 편집기술과 자막기술은 말이죠. 이것이 바로 이 카메라 관점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결국 <무한도전>의 역사는 누군가는 그냥 흘려버릴 상황을 고민하고 의심해서 잡아낸 창의력과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산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스텝들의 피와 땀을 갈아넣은 결과물이었던거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또, 저절로 얻어지는 명성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명성을 얻기위해 오늘도 땀흘려 달리기를 하고, 누군가는 노력을 가치로 만들기 위해 밤을 샙니다. 비단 노력만으로 삶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끊임없는 노력이 우리의 인생에 가장 적절한 해답이 아닐까요?

무한도전을 생각하다가 제 삶도 더 무모하고 무리하더라도 열심히 걸어가고 싶어서 적었습니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무한도전 #무모한도전 #무리한도전 #도전 #열정 #공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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