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오락을 넘어, 게임을 넘어
사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오늘 플레이스테이션 5 구입 응모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지난 11월 발매된 차세대 게임기 Playstation5와 XBOX SeriesX 이 두 기종은 전 세계적으로 물량 공급이 부족해서 구매자들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12월 4일 바로 오늘 4차 예약판매가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진행되었는데 지난 3번의 실패의 좌절을 딛고 드디어 4번째 성공했다. 예약이 확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솔직히 대학 합격했던 순간처럼 기뻤다. 물론 예약 문자를 받았을 뿐이고 실제 구매는 12월 24일 진행된다. 20일 정도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두근거리면서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그래서 게임기를 받은 후 게임에 올인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놔야 한다.
난 할 건 하고 힐링하는 시간에 오락을 하는 사람이다. (말로만 ㅋㅋㅋ)
이렇게 기쁜 마음에 책상에 앉아 내 게임 히스토리를 되돌아보았다. 프로게이머처럼 오락에 업을 두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은 오락과 함께한 스토리로 엮어졌다. 그래서 이걸로 시리즈 글을 써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해보게 되었다.
내 나이 마흔다섯. 한 가정의 가장이고, 두 아이의 아빠다. 이 나이 정도 되면 이제는 어른스러워질 만도 한데, 아직 내 속에는 어린 내가 존재한다. 이 어린 자아는 바로 오락(게임)을 통해 드러난다. 참 오랜 기간 오락을 하며 지냈다. 아마도 40년 가까이 되었을 거다.
지금도 오락을 하고 있고, 이제는 아들과 딸은 물론 아내도 오락을 한다. 물론 어떤 오락인지? 얼마나 라이트 한 오락인지? 헤비 한 오락인지? 어떤 기기를 사용하는지 편차가 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내를 뺀 나머지 세 식구는 모두 헤비 한 오락에 심취해있다.
주말이면 아들은 LOL에 빠져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밥도 방으로 배달해야 할 지경이다. 헤드폰을 쓰고 넓은 모니터를 키보드와 마우스로 종횡무진 휘저으며 입에서는 가끔 욕설도 내뱉는 것 같다. 암튼 주말에 보이는 아들 녀석의 모습은 전형적인 백수다. 그런데 눈망울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초롱초롱하다. 집중력도 최고조다.
딸은 멀티플레이어다. 일단 스위치를 켜서 <동물의 숲>을 시작한다. 옆에 스마트폰을 켜놓고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면서 오락을 한다. 또 한쪽의 패드에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켜놨다. 이게 집중이 될까? 물어보면 동시에 모든 걸 다 할 수 있단다. 능력자다.
나는 주말이면 2~3시간 정도 오락을 한다. 컴퓨터는 아들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거실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4를 켠다. 주로 어렵고 매니아적인 오락을 한다. 칼로 베고, 때리고 죽이는 오락이다.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오락이라서 되려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한다. 그래도 이 시간이 너무 즐겁다. 제대로 아이가 된 듯 열심히다.
이사하면서 거금을 투자해 82인치 티브이를 거실에 들였다. 순전히 큰 화면에서 오락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사가 와서 티브이를 설치하고 간 뒤 가장 먼저 켜본 것이 <호라이즌 제로 던>이라는 오락이었다. 65”에서 진행하던 오락과 82”에서 진행하는 오락은 몰입감 자체가 달랐다. 특히 헤드셋을 끼고 오락에 몰입을 했더니 몇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아내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내 기억 속의 첫 오락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 집에 갔다가 친구가 가지고 있던 공장에서 코카콜라를 생산하는 오락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휴대용 액정 오락기인데 몇 년 전 오사카 덴덴타운에 가니 중고제품을 팔고 있어서 정말 사 오고 싶었다. 물론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닌텐도의 <마리오 브라더스>라는 오락이다. 당시 코카콜라 공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오락이 너무 재미있어서 집에 돌아와 아빠와 엄마를 구워삶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오락기 2대를 구입하게 된다. 슈퍼맨이 날아다니면 깡통에서 나오는 도둑을 잡는 오락과 고질라가 나와 괴물을 때려잡는 오락이었다.
이렇게 집에서 하던 오락을 넘어 어느 날부터 동네 오락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초2~3학년 즈음이었을 거다. 너구리, 제비우스, 갤러그 같은 오락에 빠져 하루 용돈 100원으로 소중하게 두 게임하던 (당시 1판에 50원)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락실 문을 열고 나오다가 엄마랑 마주쳐서 혼나고 한동안 오락실을 안 갔던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한 친구들 덕분에 다시 오락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는데, 그때 즐기던 오락이 쌍용(더블 드래건)과 원더보이 2였다. 이 오락은 지금도 원코인이면 엔딩이 가능하다.
중 2 때 전 세계 오락사의 획을 그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2>가 나왔다. 도장깨기 하듯 친구들과 열심히 대전을 했고, 주말이면 동네를 돌아다니면 결전을 불살랐다. 당시 이 오락의 인기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오락을 하고 있으면 관중들이 10명이 넘었다. 그리고 오락기 앞에 동전을 쌓아두며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녀석들이 많았다. 가끔 승부에 진 녀석들이 실전으로 파이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난 그렇게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중수 정도였던 것 같다.
이런 중학생 시기에 친구 녀석들 몇 명이 컴퓨터를 가지기 시작했다. 학교를 파하고 녀석들 집에 가서 친구가 진행하는 오락을 몇 시간이고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내 손으로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길을 다 외우고 열심히 영어를 해석해가면서 모험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당시 정말 재미 었었던 어드벤처 게임이 <인디아나 존스> <원숭이 섬의 비밀> <LOOM> 같은 오락이다. 물론 <페르시아의 왕자>도 빠질 수 없다. 열심히 컴퓨터 잡지를 사모으며 잡지에 있는 공략들을 열심히 외워 친구들에게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가 너무 갖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감히 사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다음에 계속...)
#오락 #게임 #고전오락 #플레이스테이션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