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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Dec 14. 2020

40대 어린이의 게임 블루스 2

| 1990년대 초중반, 아케이드 오락을 넘어 PC로...



(1편에서 계속)


고 1 때 단짝 친구와 오락실 오락 삼매경에 빠졌었다. 고등학생이다 보니 나름 용돈도 풍부했기에 가끔 들르던 오락실에서 동전을 쌓아두고 계속 연결해가면서 엔딩을 보곤 했다.

여름 방학 때 부산의 양정에 위치한 한샘학원 단과반에 수강했다. 이곳은 남녀 고등학생 수백 명이 모이는 곳이었다. 열혈 청춘들이 모였으니 이 얼마나 활기찬 곳이었겠는가? ^^

이 학원 앞에 커다란 오락실이 몇 군데 있었다. 당시 남자들은 격투 게임에 몰려있었다. 거기서 나와 내 단짝 친구는 오랜 기간 합을 맞춰왔던 <보글보글(Bubble Bubble)>을 플레이했다. 녀석은 녹색 공룡, 나는 파란색 공룡. 둘이서 이 오락을 잡으면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특히 여학생들이 많이 모여 우리 둘의 플레이를 구경했다. 둘은 단 한 마리도 죽지 않고 100판을 넘기는 실력이었다. 70번째 스테이지 정도 되면 흔히 보기 힘든 장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몬스터들이 굉장히 빨라지기 때문에 정확히 공략해내지 못하면 넘기기 힘들다. 우리 둘은 기계적으로 한판 한판 쉽게 클리어해 나갔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난이도 높은 판을 어떻게 공략하는지 열심히 관찰해갔던 기억이 난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오락을 플레이해도 엔딩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얼마 전 원더보이 2를 초등학생 이후 처음 해보았는데,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손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글보글> 이 녀석도 충분히 100판을 넘길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



고 2 겨울방학.

드디어 우리 집에도 컴퓨터가 생겼다. 누나가 대학생이 되다 보니 아빠가 컴퓨터를 사줬다. 누나는 리포트를 쓰는 용도로 컴퓨터를 활용했고, 나는 오락기와 통신기기로 활용했다. 그때부터 나는 날을 새며 오락을 시작했다. 당시 PC의 HDD가 400MB였는데 1.2MB의 플로피 디스크를 활용하던 시기여서 400메가는 태평양 같았다.

지금은 거의 모두가 windows를 사용하고 windows에 포함된 탐색기를 통해 프로그램에 접근한다. 바탕화면에 필요한 아이콘을 꺼내놓고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복사/이동/삭제/실행 등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운영체제가 windows가 아닌 DOS였다. 여러분들이 가끔 만나는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들이 열어놓은 터미널 창 속 깜빡이는 커서에 키보드로 직접 타이핑을 하여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 그때는 그랬다.

c:\dir\w 이런 명령어로 드라이브 속의 파일을 탐색했고, arj, lzh 같은 명령어들로 파일을 압축했고 풀었다. 이 시기에 정말 활용도가 높았던 유틸리티가 NC와 M이라는 파일 탐색 프로그램이었다. 당시에는 허큘리스 그래픽카드에서 VGA로 넘어와 컬러가 구현되기 시작했던 시기라서 화려한 색상(?)에 화면 분할로 파일을 탐색할 수 있고, 쉽게 파일을 복사하고 압축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때 내가 만났던 오락이 바로 <프린세스 메이커>와 <삼국지 2>였다. 지금의 마인크래프트 같은 도트 그래픽으로 그려진 딸아이(프린세스 메이커)를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키웠다. 결국 공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여러 직업으로 키웠던 기억이 난다. 또, 삼국지는 어떻게 플레이를 하지는도 모른 채 시작했다가 흥미로움에 빠져 며칠밤을 새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그때 내가 이런 컴퓨터 오락을 하지 않았다면 대학이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고2 겨울부터 고3까지 그렇게 공부와 오락을 병행해가며 4당 5락(4시간 자면 대학합격 / 5시간 자면 대학 낙방)을 오락으로 지켜갔다. 고3 때 친구들과 즐겨했던  오락이 지금도 FPS 명작의 반열에 올라있는 <DOOM> 시리즈와  전략 시뮬레이션의 시작이었던 <DUNE2>였다.

하필 왜? 이 시기에 이런 오락들이 나와서...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지만, 돌이켜보면 당시 나의 공부 그릇은 딱 그 정도였던 것 같다. 고3 시절 미친 듯 심취했던 <DOOM>은 이후 <QUAKE> 시리즈로, <DUNE2>를 제작했던 westwood studio는 명작 <Command & Conquer> 시리즈를 만들어낸다. 대학 때 이런 초대작이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 물론 대학생이 되자마자 맞이하게 된 Billizard사의 <WarCraft>도...




다음번 이야기에서는 대학에 입학해서 맞이했던 오락들과 군대 제대 후 만나게 된 PC 환경의 변화와 게임방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계속 신난다. ㅎㅎㅎ



#오락 #PC게임 #40대 #추억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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