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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Dec 24. 2020

크리스마스의 추억

| HANDAL 11-9 | 기억나는 크리스마스이브는


어젯밤 따님과의 대화중 30년이 넘도록 늙지 않는 아이가 있다고 해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나 홀로 집에(Home Alone)>의 캐빈이라고 했다. 항상 크리스마스에 TV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찾아보았더니 이 영화는 1991년 상영된 영화였다. 올해로 서른 살이다. 난 이 영화를 부산 남포동에 있었던 제일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아닌가? 부산극장이었나?)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따님과의 이 대화 속에서 내게 특별했던 크리스마스이브를 떠올려봤더니 몇 가지 추억이 생각났다.


2000년 12월 24일. 나는 친구들과 함께 자우림 콘서트를 관람했다. 충정로에 있었던 콘서트홀로 기억하는데 밤 12시를 넘겨 끝났다. 우리는 콘서트장에서 미친 듯 춤추고 소리 지르며 젊음을 발산했다. 그리고 콘서트 홀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에서 눈이 오고 있었다. 친구 집이 있던 삼성동까지 걸어가자며 눈을 맞으며 한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2001년 12월 24일. 대학 친구녀석이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의 여자 친구에게 밥을 사주겠다며 분당으로 우리를 불렀다. 녀석은 아버지 차를 몰아 우리 커플에게 남한산성에 있는 맛있는 백숙집에서 밥을 샀다. 그리고 깜짝 선물도 해줬다. 이런 즐거운 시간 와중에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누나와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1994년 12월 24일. 수능을 마치고 본고사를 준비하던 시기. 대학원서 접수를 해놓고는 친구들이 광안리 바닷가에 모였다. 추운 날씨였지만 추위 따위는 잊은 채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만끽했다. 광안리 바닷가 근처에 즐비했던 리어카에서는 머라이어 캐리의 새 크리스마스 캐럴이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었다. 해변가 유명했던 <겨울 나그네>에서 친구들과 각종 음식을 시켜먹었고, 바다를 보며 다가올 대학생활을 기대했다. 밤새 술을 마시고 백사장을 걸으며 뜨거운 열정을 토로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198X 12월 24일. 연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7살 언저리지 않을까?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빠 엄마가 모임을 가셔서 할머니, 누나와 함께 TV를 보며 밤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엄마에게 정말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았으면 좋겠다고 신신당부했던 기억도. 자고 일어났더니 내 머리맡에 그토록 원하던 우주소년 아톰 장난감이 포장되어 놓여있었다. 아마도 부모님께서 모임 전에 미리 준비를 해두셨겠지. 그때의 그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2019년 12월 24일.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긴지도 10년이 넘었다. 아드님이 갖고 싶어 하던 옷 선물과 딸이 원하던 레드벨벳 시크릿 박스를 가까스로 구매해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함박웃음을 웃는 아들과 너무 좋아 울음을 참지 못했던 딸을 보면서 내 부모님도 지금의 나처럼 당시 뿌듯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물론, 다른 여러 추억들도 어렴풋하다.


세계 최대의 축제기간이라는 크리스마스 시즌. 이 시즌의 궁극인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추억을 되짚어보았다.

앞으로 다가올 멋진 크리스마스도 좋지만, 따뜻했던 지난 크리스마스의 기억 덕분에 오늘이 더욱 특별해지는 느낌이다.


좋다.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 #추억 #감성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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