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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an 07. 2021

15년차 결혼기념일을 맞이한 남편의 생각

| HANDAL 11-23 | 15년이 찰나처럼 지나갔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내를 위해 꽃다발을 준비했다



2006년 1월 7일 나는 결혼했다.


6년을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팔짱을 끼고 예식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아내와 나는 15년을 살았다. 15년이라는 긴 시간이었지만 아내 모습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녀는 여전히 처녀 때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고,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세련되고 격을 갖추어가고 있다.


나는 결혼 전보다 10킬로그램이 늘었다. 늘어난 살만큼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것 같다. 그래서 관리 중이다. 물론 아내도 나와 함께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달라진 것은 각자 하던 운동을 함께 한다는 것 정도다.



둘이서 시작했던 변두리 아파트가 이제는 중심지의 넓은 아파트로 변했다. 자동차가 몇 번 바뀌었고, 아내 차와 내차 이렇게 두대의 삶을 시작한 지도 8년이 되었다. 결혼 363일 만에 아들을 얻었고, 2년 터울로 딸도 얻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장모 치와와 두 마리도 가족이 되었다.


신혼 때 꿈꾸었던 전망 좋은 집을 얻었고, 어린 시절부터 갈망했던 벽장 가득 책이 빼곡한 서재도 마련했다. 이 모든 것들을 슬기롭게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롯한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해준 아내 덕분이다. 그래서 항상 아내에게 고맙다.  


몇 번의 위기와 몇 번의 좌절 그리고 많은 성공을 경험했다. 훨씬 더 노력할 수도 있었겠지만 적지 않은 땀으로 일구어낸  화목한 가정이다.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아이들은 안전과 웃음 그리고 희망을 꿈꾸며 하루를 즐긴다. 나는 조금은 달라질  내일을 바라며 오늘을 걷는다.



15년쯤 살아보니 내 열정과 아내의 땀이 섞여 만들어낸 가족의 모습이 제법 뚜렷해져 간다. 아내의 정수리에 새치 같은 흰머리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염색을 해서 흰머리를 감추기 시작했다.


얼마 전이었나? 아내에게 “다시 신혼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살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다시 돌아가기 싫단다. 지금의 삶에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는 지금이 썩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15년이 찰나처럼 지나갔다. 의견 대립은 있었지만 한 번의 부부싸움도 없었다. 그저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집에서 큰 소리 날 일이 없다. 그리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 항상 애쓴다. 가족끼리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애써 노력한다. 그게 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또 15년이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또 15년, 그 정도 함께 지내보면 이제 옆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그렇듯 나도 아내도 그렇게 행복하게 나이 들어갈 것이다. 진짜 행복하게 말이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결혼15주년 #결혼기념일 #아내 #행복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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