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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an 05. 2021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만드는 생각

| HANDAL 11-21 | 항상 똑같아 보이지만 매일 변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지만 또 한편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똑같은 생각일 거다. 

이것은 "항상 걱정하며 산다."라는 말과 같다. 현재의 나, 현재의 삶에 만족하든 불만족하든 마음속에서는 변화를 희망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변화가 다가오면 움츠려 들고 걱정이 앞선다. 예전에도 그래 왔고, 지금 이 순간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바뀌고 있고, 우리는 시간에 맞춰 나이를 먹고 생각이 자라면서 변한다. 변하는 줄 모르고 있지만 변하는 거다. 마치 나무처럼 매일 보고 느끼면 알 수 없지만, 가끔 나를 들여다보면 분명 우리는 몇 뼘씩 변해있다. 




어린 시절 이사를 많이 다녀본 사람들은 이사 가는 것이 얼마나 싫은지 알 것이다.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아쉬운 일인지는 모두가 다 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이사 가게 되면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좌충우돌 부침의 시기를 겪지만 결국 시간은 다시 익숙함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전학을 했다. 친구 한 명 없는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은 두렵고 힘들었다. 내 초등학교 통지표의 성적이 가장 나빴을 때도 바로 그 시기다. 그만큼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 시기를 거치면서 5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인생에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들을 여러 명 만났다. 전학 이전에 만났던 친구들 중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람은 아내뿐이다.(아내는 초등학교 4학년 같은 반이다.) 그 외 연락하고 지내는 초등 친구들은 모두 전학 후 학교에서 만난 녀석들이다. 

초등학생, 그때는 전학을 통한 내 생활의 변화는 나에게 마냥 두렵다는 느낌뿐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매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가 그랬다. 또,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되면서도 내 삶은 생면부지 사람들과의 새로운 삶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군대도 마찬가지였고, 어학연수를 경험하면서도 그랬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매번 처음에는 굉장히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일주일~한 달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이 되어갔다. 그리고 예전의 경험들은 추억으로 남긴 채 현재에 익숙해졌다. 이런 결정체가 바로 지금의 나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변화의 시기를 맞을 때마다 내가 성장할 거라는 / 또 다른 나의 영역을 발견할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고 어쩌면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각하는 건 어쩌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에게 놓는 마취주사 같은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본질은 힘든 건데, 나는 왜 애써 힘들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려고 하는 걸까? 


혹시 여러분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경우는 많을 거다. 힘든 것을 애써 감추는 것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계속 참아왔던 것 같다. 절제, 극복, 인내라는 단어로 포장하며 미화시켰지만 결국 참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하고자 애썼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새벽 4시에 일어나면 누가 힘들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시간에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독서를 하면서 한 글자 한 글자가 살아서 내 뇌리에 박히는 느낌이 들 때면 신난다고 생각했다. 또, 그러다 너무 잠이 쏟아져 책상에 엎드려 몇십 분을 졸았던 적도 많다. 하지만 또 그렇게 잠을 깨면 또 개운해서 기운이 나고 다시 맑아진 정신을 느끼며 행복해했다. 


이렇듯 변화 속에서 나는 계속 작용과 반작용의 언덕을 넘어가면서 점점 더 높은 언덕을 향해 내딛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웬만큼의 부침은 부침 같지도 않다는 느낌. 내성이 생긴 것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일련의 과정 중인 것이다. 참 신기하고도 오묘하다. 그래서 이런 걸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뫼비우스 띠 같은 반복 속에서 지속적인 변화를 꿈꾸고, 또 똑같지 않지만 똑같이 살아가는 것 말이다. 


그래서 산다는 건 참 재미있는 놀이 같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변화 #기대 #마취약 #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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