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vs 덕분에 어떤 말을쓰세요?
| 말 한마디로 상대의 호감을 사는 법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듯 우리는 수많은 말을 듣고 뱉는다.
뱉는 말, 듣는 말 모두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말이다.
우리는 어떤(?) 말은 그저 그런 듯 흘려보내고, 또 어떤 말을 들었을 때는 남들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내 감정에는 크게 상처를 내곤 한다. 이렇게 상처 난 감정을 보듬어주지 못한 채 그냥 그렇게 흘러보내며 우리는 흘러가는 물처럼 서서히 자아가 흐릿해지는 것을 목도한다.
당신은 조금 특별한가? 아니 조금 까칠한가?
사실 나라고 뭐 특별한 존재는 아니다. 어쩌면 여러분과 똑같다. 그저 그렇게 하루 24시간을 유유히 흘려보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상대방의 말에 멈칫하는 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보통 말꼬리를 잡지 않는 타입이라, 아내 외에 타인의 말에는 고쳐보려고 반응하지 않는다.
아내가 자주 쓰는 "여보! ~~ 하면 안 되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안될 것을 예상하면서 하는 질문은 상대의 동의를 구하기에 적절하지 못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보! ~~ 해도 돼?"라고 물으라고 한다. 하지만 말은 습관이기 때문에 잘 고쳐지지 않는다.
여하튼...
오늘 나를 멈칫하게 했던 말은 바로 "때문에"와 "덕분에"다.
여러분도 이 두 단어는 하루에 몇 번 아니 수십 번 듣고 쓰면서 살 거다. 어쩌면 이 두 단어를 가려본 적 없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서 자연스럽게 혀끝에 맺힌 단어일지도...
그런데 하필 오늘 갑자기 내 혀 끝에서 뚝 멈춰버렸던 단어가 바로 "때문에"였다.
후배랑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의 즐거웠던 이야기에 푹 빠져 도취했었다. 그 어느 순간에 우리는 우리가 아는 타인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섣불리 자리에 없는 한 상대의 현재 상황을 재단하게 시작했다.
A : "그때, 그 친구가 그랬잖아!" "그것 때문에 그렇다니까!"
B : "야! 그래도 그 녀석이 지금 우리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데?"
위 대화와 비슷한 상황은 여느 술자리에서도 들을 수 있는 말 일거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때문에"라는 단어가 내 귀에 거슬렸다.
"A야? 녀석이 네가 뭘 잘못한 거 있어?"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술잔이 몇 번 돌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
어떤 결론이 났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술이 취해서. 하지만 이 단어 덕분에 많은 대화가 오간 것은 기억난다.
"때문에"라는 단어는 앞 선 문장에 좋은 의미나 싫은 의미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때문에"라는 단어를 쓸 때는 확률적으로 부정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우리는 "때문에"라는 단어를 긍정의 단어를 쓰면서도 사용하곤 한다.
"형 때문에 내가 이번에 합격했잖아!"
어떤 어색함도 없다. 그런데 이 말도 똑같은 의미다.
"형 덕분에 내가 이번에 합격했잖아!"
비슷한 다른 상황을 이 두 단어에 대입해보라. 여러분은 어떤 단어가 더 어울리는지 금세 알게 될 것이다.
"야! 너 왜 그렇게 말했어? 너 때문에 나 혼났잖아!"
"야! 너 왜 그렇게 말했어? 너 덕분에 나 혼났잖아!"
차이를 쉽게 느끼게 될 거다.
...
부지불식간에 입 밖에서 튀어나오는 말 한마디에 타인의 감정은 요동친다. 별 것 아닌 말이라도 내 입장에서 별 것 아닌 말이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별 것 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써야 할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때문에"라는 말을 쓰는 것과 "덕분에"라는 말을 쓰는 것은 상대에게 전혀 다른 인식을 줄 수 있다.
비록 잘 못써서 욕을 먹더라도 "때문에"보다는 "덕분에"라는 말이 여러분의 염치를 없지 않게 만들어 줄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때문에"를 잊어버려도 되지 않을까?
그냥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