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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y 17. 2021

이런 글을 통해서라도 반려동물 분양사기 막고싶습니다

| 반려동물 입양 전 꼭 알아야 할 체크 리스트


반려동물 분양은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평생을 보장해주겠다.”라는 결심이 없다면 절대 분양받아서는 안됩니다.

동물도 사람과 똑같은 생명입니다.  반드시 예의와 존중이 필요합니다.

제가 직접 반려견 분양 사기를 겪으면서 다른 피해자는 제발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


장모 치와와 두 마리(김모카, 김 젤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2년 차 반려견의 아빠입니다.

작년 초 심장이 아픈 강아지(PDA)를 분양받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치료, 고소, 언론 인터뷰 등,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maniac292929/6


이후 이 글은 꾸준히 사람들에게 읽혔고, 비슷한 경우로 상담 전화를 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대형 분양 체인점에서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 푼도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문제를 겪으시는 분들과 연대하여 그 지점에 항의했고, 결론적으로 그 샵은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체인점이다 보니 또 다른 어느 곳에서 오픈할 것이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인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현재 반려견 인구는  10가구 중 4가구입니다. 그리고 그 4가구 중 1~2가구가 키우던 반려동물을 버립니다.

너무 귀여워 보이고, 주변의 지인들도 삼삼오오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하니 “나도 한번, 이번 기회에”라며 돈을 들여 분양을 받습니다. 하지만, 반려 동물은 여느 물건과는 다른 예측이 불가능한 생물입니다. 그래서 내 생활에 변화가 동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례로 여행이나 장기간의 이동에 제약을 받고, 대소변을 치워야 합니다. 급식도, 병원도, 산책도 필요합니다. (강아지의 경우, 고양이도 크게 다르지 않겠죠.) 절대 소소한 변화가 아닙니다.



저는 분양 샵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샵을 운영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문제가 되는 곳은 100군데 중 2~3곳 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모든 문제의 시작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작은 동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과 어린 동물을 성장시키면서 정을 붙여가는 방법을 주로 선택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샵은 운영하시는 분은 어린 동물을 데려다 놓기를 원하고, 공장에서는 계속 반려동물이 태어나고, 분양이 안된 성장한 강아지는 버려집니다. 분양 샵에서는 아기들은 비싼 값에 거래되지만, 성견은 거래가 없다고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반대로 유기견 보호소에는 버려진 동물들을 수용할 자리가 없다는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앞서 분양 샵을 언급했지만 잘못된 의식을 가진 일부 샵 주인들은 이 어린 동물들을 단지 돈으로만 생각합니다.(정말 일부 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몇만 원에 떼어와서 몇 배 부풀려 마진을 남기는 장사로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어리고 작고 예쁠수록 비싼 값을 매깁니다. 건강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말이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눈에는 길가에 보이는 동물들이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못난 녀석이 없어요.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숙식을 같이 하게 되는 이 녀석에 대해 매우 깊은 애정을 갖게 됩니다. 이 애정은 서로 일방적입니다. 동물은 동물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말이죠. 여기서 누군가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주는 애정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합니다.


강아지를 예로 들어 볼게요.

분양 샵에 들어가서 강아지를 구경하다 보면 품에 안아보라고 하죠? 직원들은 특히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을 공략합니다. 얼떨결에 품에 안아 체온을 느끼게 되면 내 품 안의 강아지 외 옆의 동물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문제들이 생깁니다.


저는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지인을 통해서 가정 분양을 받았고, 한 마리는 샵 분양을 받았습니다. 첫째 녀석과 똑같이 생긴 아이가 샵 유리창에 보여서 들어갔다가 덜컥 데러왔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는 위 링크에서 확인하신 사항입니다.)



여러분이 반려동물 분양을 계획 중이라면 솔직히 유기견 분양을 권합니다. 조금 성장했을 뿐이고 똑같습니다. 집에 데려오는 순간 녀석은 곧바로 여러분에게 가장 큰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분양 샵 출신인지 유기견 보호소 출신인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누가 알아보지도 못하고, 안다고 하면 “잘했다”며 칭찬하실 겁니다.



그래도 만약 여러분이 샵에서 분양을 받겠다고 결정을 하셨다면 적어도 아래 내용은 사전에 꼭 읽어보시고 샵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1) 계약서를 정말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급적 분양 전 대화 내용을 녹음하세요. 양해를 구하시고 말이죠.


병이 생겼거나, 품종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샵에서 보상해주는 기간과 금액을 잘 보셔야 합니다.  보통 초기 병증은 48시간, 품종 문제는 15일 이렇게 기재되어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말에 분양받으면 초기 병(질환)에 대한 보장은 못 받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틀(48시간)은 금세 지나갑니다. 또 그전에 건강상 문제를 발견해도 샵을 찾아갈 생각을 못합니다. 병원에 가서 진단받고 약을 먹이면서 케어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이틀은 훌쩍 지나갑니다.

또, 품종에 대한 것은 최소 3~6개월은 성장해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름은 그냥 똑같은 아기 상태입니다. 즉, 전혀 지킬 필요가 없는 내용을 계약서에 적어둔 것이죠. 그렇다고 6개월 뒤 품종이 다르다며 항의해봐야 계약서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정들어서 떼어내지도 못하죠. 그래서 샵 분양보다는 아빠나 엄마를 확인할 수 있는 가정 분양을 권합니다.



(2) 분양은 평일 오전에 분양받고, 분양 후 바로 동물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세요. 단, 샵에서 추천하는 지정병원은 안됩니다.


보통은 아이들 등쌀에 떠밀려 주말 오후에 분양을 받습니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 집에 데려다 놓고 밥을 주고 함께 지내며 관찰합니다. 하지만 건강에 문제가 있는 강아지들은 그 시간 동안 사료를 잘 먹지 않고, 설사를 하고,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켜보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어서야 병원에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처방을 받고 약을 먹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버립니다.

돈이 조금 들더라도 분양받자마자 건강검진을 한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꼭 데려가십시오. 그리고 병원에 강아지를 등록하고, 청진과 귓속, 발톱 개수 등을 확인받으세요. 저희 집 둘째 녀석은 병원에 데려가서 의사가 청진기를 대자마자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며 바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24시간 만에 말이죠. 그래도 샵에서는 그럴 일 없다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또, 자신들의 협력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어디냐고 물어봐도 안 가르쳐줬습니다. 그래서 해당 샵을 불신하게 되었고, 샵에 맡길 수 없어서 스스로 심장 수술로 유명한 병원을 찾아 수술시켰습니다. 비싼 돈으로 분양받고 병원비 몇만 원 아끼겠다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병원 진단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향후 문제 발생 시 진단서나 그 외 병적 소견 등의 서류는 마련할 수 있습니다. 법정으로 가겠다면 말이죠.



(3) 분양 시 샵에서 제시하는 반려용품은 구입하지 마세요.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면 배변패드와 사료를 비롯해 이것저것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분양을 받으셨으니 싸게 드리겠다며 물건을 여러 개 보여주며 추가 구매를 유도합니다. 전형적인 끼워 팔기입니다. 반려동물에서 적게 남긴 마진을 복구하는 행위입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분양 샵 말고 근처의 오프라인 용품점에서 구입하세요. 적어도 30% 이상은 쌉니다. 대부분은 몇 배 쌉니다. 분양받을 때의 흥분과 기쁨에 넘쳐 돈 몇만 원 우습게 지불하지만 거의 대부분 비싸게 산 것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초기에 산 물건들은 대부분 교체하게 됩니다. 꼭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4) 샵에서 권하는 녀석보다 오래 지켜본 녀석을 선택하세요. 특히 도우미들은 아이들을 공략합니다.


일부 샵퍼들은 개월 수가 많은 강아지들을 밀어내듯 판매하길 원합니다. (진짜 아니길 빕니다.) 앞서 언급했듯 개월 수가 많아지고 덩치가 커지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밥도 줄이고 케이지에 넣어 운동량도 줄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천천히 자라게 하려고 말이죠. 그래서 추천하는 동물 말고, 샵을 여러 번 오가면서 내 눈으로 보고 튼튼한 녀석을 선택하시길 권합니다.



(5) 분양을 마음먹었다면 녀석의 평생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 없이 분양하시면 안 됩니다. 많은 분들이 어쩔 수 없는 사유로 파양하는 것을 봤습니다. 파양 결정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비용도 수십~수백만 원입니다. 샵에서는 녀석의 앞으로의 생을 보장해주는 명목의 비용으로 재분양 기간을 고려하여 비용을 책정합니다만 실상 이것도 고스란히 그들의 이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양하는 분은 돈에 기대어 미안함을 덜고, 샵은 그 미안함을 이용해 돈을 법니다. 며칠 뒤 마음이 바뀌어서 다시 데리러 갔을 때 동물이 어디갔는지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 가버린 걸까요?



(6) 만약 아픈 강아지를 분양받았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녀석을 제대로 치료해주는 것 밖에 없습니다.


샵 주인과 싸우고 고발을 해도 "나는 몰랐다.(모르쇠)"라고 나오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우리에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거짓말을 밝힐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프지 않은 강아지를 분양받는 것은 사실 운입니다. 제가 아픈 강아지를 분양받아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에서 사기인지 여부를 밝히고 싶어도 동물에 관련된 사건이라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건을 신고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에서는 제게 증거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수사 계획서를 제출하고 수사할 수 있다고 말이죠. 증거는 강아지가 아프다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진단서, 수술기록 등), 그것 말고 샵 측에서 이 강아지가 아프다는 것인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요구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밝힐 수 있을까요? 그래서 사실 고발을 하더라도,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 싸움을 진행하더라도 추가적으로 비용이 수백만 원(변호사 수수료)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법정 비용을 아픈 강아지를 완치시키고 녀석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쓰는 것으로 돌렸습니다.



(7) 분양 전 돈 생각하셔야 합니다. 초기 분양 비용은 비싸지만 이후 비용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녀석들은 사람과 똑같습니다. 저희 강아지 녀석들을 예로 들어 보면 매달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밥을 먹고, 대소변을 봅니다. 미용도 해야 하고 간식도 줘야 합니다. 특히 병원비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보다 몇 배 비쌉니다. 엑스레이 한번 찍으면 10만 원, 초음파 한 번하면 20만 원 정도 듭니다. 약을 조제받으면 5만 원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분명 돈이 든다는 것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반려동물 보험을 추천합니다. 저는 첫째는 보험 가입을 했고, 둘째는 입양 당시 PDA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가입을 거절했습니다. 첫째는 현재 3년 차인데 얼마 전 슬개골 판정을 받아 수술했습니다. 수술비가 약 200만 원 들었는데 그중 170만 원 정도를 보험처리받았습니다. 그 외 귓속 질환, 장염, 안과질환 등 어린아이처럼 예기치 못한 병들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매달 한 번씩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마리당 매달 20~30만 원(사료 & 간식비 포함, 강아지 예시) 월세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7가지 반려동을 분양 전 사전 체크리스트를 말씀드렸습니다. 반려동물은 분명 여러분의 삶에 큰 행복과 위안 그리고 웃음을 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뒤에 따르는 책임과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음은 반드시 고려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제 글이 다소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정말 일부 사람들의 돈 욕심 때문에 동물과 사람 모두 고통을 겪습니다. 자신의 일이 아닐 수 있지만 또한 자신의 일이거나 주변의 일일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려동물 #분양전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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