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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Aug 22. 2021

장르별 책 내용을 기억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

| 장르별독서 노트법소개

 



지난번 글에서 디지털 독서노트 툴인 노타빌리티(Notability)를 활용해 독서노트를 작성하는 방법과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글에서는 독서노트를 하면 좋은 점과 장르별 독서노트를 하는 나만의 방법에 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지난 글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 참조)

https://brunch.co.kr/@maniac292929/359



<독서 목표>

여러분은 독서를 계획할 때 목표를 정하고 책을 읽는 편인가? 아니면 그냥 눈앞에 보이는, 관심이 생긴 책을 읽고 또 언제가 관심이 생길 때 다시 책을 손에 드는 편인가?


10중 8~9는 무계획으로 책을 읽을 거다. 하지만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분명히 목표를 정하고 책을 읽는다. 보통 독서 목표를 정할 때는 기간과 권수로 정한다. 예를 들어 "한 달간 5권을 읽겠다", "10권을 읽겠다", "1년에 100권을 읽겠다"라는 것처럼.


나 역시 올해(2021년)부터 10년간 나만의 고전문학 100선을 정하고 매년 10권씩 읽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듯 독서 목표를 책의 권 수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이유는 숫자는 우리 뇌가 판단할 때 정확하게 측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실천 내용을 기록할 때 정량적으로 작성이 가능하고, 현재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진도 측정을 명확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서의 목표는 권 수라고 하더라도 독서의 목적은 100권 읽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독서의 목표를 정하는 시점에 독서의 목적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주관적이지만 내 의견은 독서의 목적을 정할 때 거시적과 미시적 이렇게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시적 목적"

앞서 언급했던 고전 100선을 정하고 읽겠다는 것을 예로 들어보겠다. 나는 고전 100선을 읽어서 나 자신을 "인문학도"로 바꿔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전을 통해 현인들의 생각을 흡수하고 나의 관념들과 그들의 생각을 견주어 보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안목을 얻어 내 삶을 좀 더 슬기롭고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목적이다.


"미시적 목적"

미시적으로는 책 1권을 선택하고 읽을 때마다 그 책에서 내가 원하는 하는 바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8월부터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재독 하고 있다. 삼국지는 10대, 20대, 30대 이렇게 3번을 읽었는데, 이번에 책을 다시 들게 된 계기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뉴스를 접하면서 삼국지의 여러 장면이 겹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읽게 되면 영웅, 전투, 지략이 주였던 삼국지가 아닌 정치 관점에서 삼국지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과거 후한의 몰락과 군웅할거 시대의 세력 다툼과 그들의 지략이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정치적 내용들을 견주어보면서 나의 정치관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목적을 갖게 되었다.


이렇듯 거시적으로는 10년 계획으로 고전을 통해 내 생각의 깊이와 지혜의 폭을 넓히고, 미시적으로는 책 한 권 한 권에서는 그 책이 나에게 줄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이다. 이렇게 목적이 명확해지면 책을 읽으면서 집중적으로 그 부분을 파헤쳐나가기 때문에 문장에 몰입이 잘되고, 그냥 훑어 넘길 문장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목적을 가진 독서를 하게 되면 독서할 때 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왜나면 기록은 읽어서 느끼는 생각을 가둘 수 있고, 쓰면 명확해지고, 쓰는 시간 동안 생각은 더 넓게 번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단하게 독서노트를 하면 좋은 점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노트하면서 독서하면 좋은 점>


1. 책을 자세하게 읽게 된다 - 오래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목적 독서는 문장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생각이 많아지면 페이지는 잘 안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집중해서 읽는다면 속도는 느려도 전혀 문제 될 것 없다. 목표는 양이지만 목적은 질이다. 자세히 보면서 기록을 하고 생각을 쓰다 보면 그냥 눈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당연하다.


2. 문장을 베껴 쓰다 보면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깨친다

노트를 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책 속의 문장을 베껴 쓰다 보면 인쇄된 글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띄어쓰기가 되어있다는 것을. 또,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했던 단어나 조사가 잘못 써오고 있었던 경우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당장 고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트 양이 늘면 자연스럽게 띄어쓰기에 익숙해지고 맞춤법도 나아진다. 이것은 업무력 향상(메일 쓰기, 자료 작성)에도 굉장히 도움 되는 부분이다.


3.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된다

나는 독서할 때 한 손에 색연필이나 샤프/볼펜을 들고 하는데, 좋은 문장에 줄을 긋고, 모르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해놓고 사전을 찾기 위해서다. 책은 문어체(글에서 주로 쓰는 문체, 반대말-구어체)이기 때문에 평소 사용하지 않던 단어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물론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그 자리에 꼭 필요한 단어가 있게 마련이고, 작가들은 그런 단어를 찾아서 써놓았다. 

문장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곧바로 찾는 습관은 좋지 않다. 보통은 문장을 읽다 보면 충분이 내용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확한 뜻을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에 나는 보통 한 챕터가 끝나거나 단락이 끝나면 사전을 찾아서 기록해둔다.

최근 찾았던 단어 중에 "참람스럽다"와 "왁살스레"라는 단어가 있었다.
여러분은 이 두 단어가 어떤 뜻인지 아는가? "참람스럽다"는 분수에 맞지 않게 지나친데가 있다는 뜻이고 "왁살스레"는 무식하며 모질고 무례한 데가 있다는 뜻이다. 삼국지의 동탁과 여포를 묘사해놓은 곳에서 발견한 단어다. 동탁과 여포의 인물됨을 아는 독자라면 이 단어의 적합성을 알 거라고 짐작해본다.


4. 화수분 같은 아이디어 노트가 만들어진다 

노트가 쌓이고, 적어둔 노트를 다시 읽다 보면 노트했던 그때의 생각과 지금 생각이 겹치면서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통찰이 조금씩 일어난다. 우리들 각자의 상황은 수시로 변한다. 상황은 생각을 변하게 만든다. 하지만 노트 속 글은 변하지 않는다.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에 같은 글이지만 읽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그래서 과거의 노트를 펼쳐서 읽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이렇게 독서하면서 노트의 장점이 많기 때문에 많이 번거롭고 지난한 과정이지만 시작하고 어느 정도 축적이 되어 단계에 오르면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런 기록과 정리가 여러분의 생각을 풍성하고 단단하게 해 줄 것이다.



여기서 나의 <독서노트 쓰는 법>을 소개해 볼까 한다.


지난번 글에서 아이패드 어플인 노타빌리티(Notability)를 이용한다고 언급했으니, 디지털 툴을 활용해보고 싶다면 그 글과 영상(맨 위 링크)을 참고하면 된다.


나는 최근 거의 모든 노트를 노타빌리티로 작성하는데 꽤 오랫동안 노트를 쓰다 보니 책 종류별로 독서노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소설/ 에세이/ 자기계발서 이렇게 세 장르로 나눠서 독서 노트법을 소개해 보겠다.


1. 소설

소설은 상상이다. 주인공의 말과 행동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을 이해하려는 관점에서 노트한다. 주로 인물의 이름, 그가 사는 방이나 동네 모습, 인물 간의 관계도를 그려본다. 또,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다른 소설에서 그 외 비슷했던 인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또, 주인공의 생각과 말에서 통찰이 보이는 문장을 수집하고 복선이 느껴지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노트한다. 이런 방식으로 문장을 수집하고 수집된 문장 아래에 내 생각을 기록한다.


2. 에세이

에세이는 예쁜 문장과 단어들이 넘친다. 그래서 나는 에세이를 읽을 때는 문장 수집 욕구가 크게 일어난다.(글 쓰는 사람이라서 더 그런 듯) 또 에세이는 작가의 일상이 담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가의 취미와 습성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하루키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가 좋아하는 재즈를 들어보고, 그가 여행하는 곳의 지도와 사진을 찾아보면서 글 속에서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오감으로 느껴보고자 노력한다. 정리하면, 에세이는 좋은 문장과 새로운 단어를 수집하고 그 아래쪽에 생각을 더하는 방식으로 노트한다.


3. 자기계발서

자기계발서는 직관적이고 직접적으로 나를 일깨우는 책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 새로운 행동/ 또 놓쳤던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노트한다. 저자의 행동이 마음에 들면 그 행동의 문장 아래에 내가 적용해 볼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다. 또, 알고 있던 것인데 내가 실행하지 못했던 부분은 왜? 그랬는지를 고민해서 기록한다. 그러다 보면 마치 반성문과 계획표 같은 노트가 완성된다.

 


간단히 나의 장르별 독서 노트법을 써보았는데, 초보자 입장에서는 복잡하고 어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그냥 책 읽을 때, 펜 하나 들고 줄을 긋고 생각나는 것들을 책에 바로 적으면 된다. 일단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여백이 부족해 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때 노트 정리를 시작하면 되고 하다 보면 자신만의 방법이 생기게 된다.


위에서 여러 방법과 예시를 나열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법으로 책을 읽고 필기하는 것이 여러분이 가야 할 궁극의 목표다. 내 사례는 방향을 못 잡는 분들에게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고, 잘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아! 이런 방법도 있네. 나도 해볼까?'라는 또 다른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니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책을 뽑아 들고 읽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책을 읽을 때 눈이 아닌 손이 함께하는 것이다.


이 글이 여러분의 독서습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작가 김경태 - 


위 글은 아래 영상으로도 볼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https://youtu.be/72oJYm_MM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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