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Mar 27. 2020

글쓰기 파일럿 프로젝트 [열흘]

매일 글을 쓰다보면 말이지...

벌써 열흘? 겨우 열흘?


지난 3월 15일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한달]이라는 작은, 어찌 보면 내 글쓰기의 파일럿 편성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달쓰기], [한달서평] 이 두 개의 과정은 오랫동안 지켜오던 내 루틴을 조금 변경시켰다. 새벽에 일어나 행하던 여러 과업 중 일부를 조정했고, 그 틈새 시간 30분 동안 한편의 글을 속도감 있게 써 내려갔다. 또한, 나와 약속했던 책을 읽어나갔고, 내용의 일부를 필기했고, 그 문장을 바탕으로 짧은 글을 썼다. 키노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게시글 표지를 만들고, 열흘 정도 내가 쓸 글의 내용과 방향을 시간 날 때마다 메모했다. 그렇게 열흘을 보냈다.


어떤 일을 하든 처음 익숙해지는 데는 진통이 따른다. 바뀐 루틴 탓에 업무시간에 자꾸 글쓰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료들의 글도 읽어야 했기에 (적어도 하루 30편의 글을 읽어야 했다) 시간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지 않은 업무를 뒤로 미루기도 했다. 원래 내 업무의 대부분은 오전에 이뤄지는 터라 오전 업무시간의 밀도를 올리고자 노력했고, 덕분에 좀 더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매일 새밥을 해먹듯 매일 새로운 소재로 글을 짓는 것은 매번 올라오는 밥과 반찬 재료가 신선해서 차림이 특별하지 않아도 고유의 담백함이 있었다. 밥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밥이듯, 글쓰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나"라는 걸 알아가는 열흘이었다고 할까!


처음 열흘은 길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열흘과 나머지 열흘은 금세 지나갈 거라 믿는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익숙함은 시계를 빨리 돌릴테니 말이다.




동아리?


[한달]을 시작하고 4개의 카톡 방이 생겼다. 공지방/ 놀이터/ 한달쓰기 게시방/ 한달서평 게시방. 매번 올라오는 대화글을 읽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생면부지라서 많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나잇살인지 내가 뻔뻔한 건지 아니면 분위기 자체가 그런지 제법 편해졌다. 어색했던 인사와 칭찬의 글들이 점점 진심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해타산이 없는 관계라서 모두 주기만 한다. 그리고 그들이 건네는 걸 재지않고 받아서 기쁘다. 내가 뭘 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보다 각자의 것들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하다 보니 서로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한 것 같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동질감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을 했다.


2017년 5월 새정권이 시작되면서 알고 지내던 지인 한 분이 청와대에서 일하게 되었다. 몇 개월이 지나 만나게 되었는데 청와대 일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분이 하신 말씀이 "청와대 사람들 모두 대학 동아리처럼 일한다."라고 했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 없는 말이었다.


[한달]의 운영진들이나 참여하고 있는 멤버들을 보고 있으면 대학 동아리 모임 같다. 열정/ 희생/ 헌신/ 노력, 이런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나를 한달로 이끌어준 허갑재 작가님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오랜만에 통화하면서 한달을 소개 받을 때 "정~~말" 좋다고 했던 그 뉘앙스를 이제 나도 조금은 알것같다. 참 좋다. 진짜 생면부지인데도 만나면 밤새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며 마시고 놀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이제 겨우 열흘인데, 벌써 다음 한달을 꿈꾼다. 오지랖인가? 이런 밀도 높은 한달이 몇 번 계속된다면 분명 큰 성장이 따를 것이다. 폭풍 같은 성장보다는 촉촉한 비와 여러 종류의 바람들로 내 생각이 좀 더 비옥하고 단단해졌으면 한다. 그리고 함께 하고 있는, 또 함께 하게 될 동료들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작은 것에 기뻐하되 큰일에 놀라지 않고, 차곡차곡 채우되 비어있음의 쓰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꾸준히 가다 보면 언젠가는 도착한다는, 쉬어도 멈추지는 않겠다는,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새로움을 만든다는 진리를 유념하면서 계속 걸어가 보겠다.


이게 내가 한달에 바라는 것이고, 동료들에게 바라는 것이고, 나에게 바라는 것이다.


- 작가 김경태 -






작가의 이전글 행복은 현재의 선택이 결정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